소방방재청이 기부단체로부터 기탁 받은 30억원을 불법으로 위탁한 것이 밝혀졌다. 위탁자 선정에 있어서도 특정 단체에 특혜를 줬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소방방재청과 ㈜산청(위탁 단체의 수장이 운영하는 기업) 사이의 유착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상규 국회의원(통합진보당, 서울 관악을, 행정안전위원회)은 “소방방재청과 손해보험협회가 지난 3월15일 ‘(협회는) 30억원을 소방방재청에 기탁한다’, ‘소방방재청은 사업의 운영을 한국소방단체연합회에 위탁할 수 있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며 “체결 이후 청은 연합회에 30억원을 위탁했고 이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10월12일 밝혔다.

공공기관이 받은 기탁금은 반드시 행정안전부의 기부심사위원회를 거쳐야하지만 이 돈은 기부심사위원회를 거치지 않았다.

이상규 국회의원은 “소방방재청이 소방단체연합회(이하 연합회)에 위탁한 30억원은 특혜라는 정황이 짙다”며 “소방방재청 개청 이후 청에서 받은 기부금품은 구조견 세 마리와 3000만원이 전부이고 청의 직속 기관인 소방공제회의 경우 연 1억원 한 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상규 의원은 또 “소방방재청이 기부금 위탁 사업 경험도 없고 지정기부금 단체로 된 지 3개월 밖에 안된 소방단체연합회에 준 30억원은 과하고 연합회가 지정기부금 단체로 승인되는 과정에도 특혜 정황이 포착된다”며 “지정기부금 단체 지정은 주무관청(소방방재청)의 추천을 받아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하게 돼 있고 연합회의 주무관청은 소방방재청”이라고 덧붙였다.

이상규 의원은 이어 “연합회가 기부금 위탁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소방방재청에서 만들어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 ㈜산청과 소방방재청 사이의 유착 의혹 = 이상규 국회의원은 “특혜 시비의 당사자인 소방단체연합회가 더욱 궁지에 몰리는 데에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며 “연합회 김종기 총재는 주식회사 산청이라는 기업의 회장이고 산청은 30년 동안 소방서에 공기호흡기 방열복 등의 정부조달 물품을 납품한 업체로 최근에는 정부조달 공기호흡기를 100%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규 국회의원은 또 “산청이 이런 독점적 지위를 가질 수 있었던 노하우는 ‘경쟁업체 죽이기’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고 설명했다.

18대 국회 때 이명수 국회의원의 국감 자료에 따르면 산청은 지난 2000년 국민방독면을 정부 조달했던 B업체의 방독면에 대해 불량 문제를 제기해 업체가 파산에 이르게까지 했고 동종의 KS규격 화재대피용 비상마스크를 2008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산청의 비상마스크가 KS규격 인정심사 승인을 받은 지 1개월도 되지 않아 소방방재청이 비상마스크를 다중이용시설에 강제적으로 의무 비치해야 하는 입법예고를 추진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산청에게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주는 정책을 입안한 것이다.

산청은 이어 비상마스크 경쟁제품인 ‘자체 산소발생식 간이 호흡기구’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에 나섰다.

이 제품은 소방방재청 산하 직속 연구기관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3년간 연구를 통해 개발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제품에 대해서도 소방방재청은 산청의 이의를 그대로 받아들여 화재대피용 간이호흡기구를 다중이용시설에 의무 비치하는 내용의 입법예고를 백지화했다.

이상규 국회의원은 “소방방재청이 입법예고 백지화 여부를 2개 제조회사 사이의 합의 여부에 따라 결정했다”며 “최근 10년간 산청이 업계의 독점적 지위를 갖기까지의 과정은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빈번한 소방방재청의 도움이 있어 보이고 이번 기탁금 불법 위탁 특혜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주장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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