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www.seoul.go.kr)가 300억원 이상 대형공사에 관행적으로 적용돼 온 턴키발주(설계·시공 일괄입찰방식)를 원칙적으로 중단키로 했다고 11월26일 밝혔다.

입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업체 간 담합과 심의위원 로비 등의 각종 비리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공공기관에선 전국 최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에도 적용된다.

시는 그동안에도 입찰담합이 적발될 경우 지방계약법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해 왔지만 업체가 이에 대해 소송제기를 하거나 정부의 특별사면 등으로 처분이 유보 또는 소멸돼 실효성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입찰담합·비리행위 업체엔 입찰 불이익을 적용해 처벌 실효성을 높였으며 시가 입은 피해 금액을 보상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한다.

그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던 입찰심의과정엔 시민 참관을 허용하고 실시간으로 인터넷 중계함은 물론 관련 회의록, 심의평가결과서 등의 자료도 서울정보소통광장에 모두 공개, 과정상의 투명성도 담보했다.

서울시는 이와 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대형건설공사 입찰 및 계약관행 4대 혁신방안’을 발표, 앞으론 어떤 경우라도 건설공사와 관련해 입찰담합 및 각종 비리를 저지른 업체가 서울시 각종 공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대형공사는 단 한 건이라도 비리가 개입될 경우 예산낭비 등 시민피해가 큰 만큼 이를 철저하게 근절하기 위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비리업체와 인연을 끊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턴키발주 원칙적 중단 ▴공정성 확보 ▴담합 일벌백계 ▴중소건설업체 참여를 기본원칙으로 하는 4대 혁신방안을 추진한다.

◆ 공공기관 최초로 300억원 이상 대형공사 입찰에서 턴키공사 원칙적 중단 = 첫째, 모든 건설공사에서 단 1%의 비리도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턴키방식을 원칙적으로 중단하고 기존 대형공사를 제외한 모든 건설공사에서 적용돼온 ‘설계시공분리입찰’ 방식을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뿐만아니라 SH공사 등 산하 전 공기업에도 동일 적용한다.

턴키방식은 설계와 시공을 일괄 계약하는 방식으로서 그 동안은 공사기간 단축, 책임소재 일원화 등의 장점이라 주로 지하철 공사, 도로공사, 대형건물 신축 등 300억원 이상의 공사에 적용돼 왔다.

단 불가피하게 턴키발주로 시행해야 하는 공사는 설계기준점수(75~85점) 이상인 자 중에서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자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설계적합 최저가방식’으로 제한적으로 시행한다.

턴키발주가 불가피한 경우는 서울시에서 최초로 시도돼 기술력이 축적되지 않거나 하자책임이 불분명하고 난이도가 높은 공사 등 기타공사 시행과 비교해 현격하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공사에 한한다.

‘설계적합 최저가방식’은 설계점수가 기준 점수 이상이면 되기 때문에 최고점수를 취득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불필요하게 돼 심의위원에 대한 로비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기존 턴키공사 심사방식인 ‘가중치 기준방식’등은 향후 턴키공사에 대한 성과평가의 연구결과에 따라 시행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입찰방법이 타당한 지 여부는 ‘서울공공투자관리센터’에서 실시하는 대형공사의 타당성 조사 시 입찰방법에 관한 사항까지 포함해 타당성 평가를 검토하도록 올 8월부터 의무화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턴키공사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형 입찰방식 도입을 연말까지 연구하고 턴키공사에 대한 백서를 내년 6월에 발간할 예정이다.

대안형 입찰방식은 시민단체,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TF가 다양한 발주제도를 조사하고 분석해 내놓을 예정이다.

백서는 그 동안 시행한 턴키공사에 대한 점검과 반성을 위해 턴키공사의 투찰율 실태, 예산 대비 품질개선효과, 설계변경, 공사비 증액 변동실태 및 공기단축여부 등의 내용을 기타공사와 비교해 분석, 그동안의 성과평가연구를 수행해 이를 토대로 마련한 개선방안 등 연구결과와 턴키공사와 관련된 진행사항 등을 기록·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해 마련한다.

◆ 비공개 입찰과정, 시민참관은 물론 온라인 생중계, 회의록까지 공개해 투명성 확보 = 둘째, 서울시는 그동안 발주부서와 입찰참가업체 관계자만 참석해 비공개로 진행했던 설계평가회의를 전국 최초로 시민참관을 허용, 투명성 확보에도 힘을 기울였다.

뿐만 아니라 심의과정을 실시간으로 인터넷 중계하고 녹취(속기록)로 작성한 회의록(7일 이내), 심의평가결과 및 평가사유서(1일 이내) 등 심의 관련 모든 자료를 서울시 홈페이지 ‘서울정보 소통광장’에 모두 공개한다.

턴키심의와 관련된 설계도서 등 심의자료는 심의 전에 공개하고 공사 진행 과정에서의 도급 및 하도급계약서와 내역서, 원도급·하도급 대비 자료 등 진행과정 전반에 대한 자료를 모두 공개한다.

또 설계심의 모든 과정을 시민단체 관계자가 감찰할 수 있도록 ‘시민감찰관’을 한시적으로 위촉해 시민감사(참여)옴부즈만과 함께 심의위원 선정, 공동설명회, 기술검토회의, 설계평가회의 등 심의와 관련된 전 과정을 감찰할 수 있도록 법제화할 예정이다.

턴키심의 전반에 걸쳐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시민단체 관계자를 계약직 형태의 시민감찰관으로 한시적(심의요청부터 심의완료까지 약 1개월 간)으로 위촉해 심의운영 등에 대한 감찰기능을 부여해 감찰을 실시한다.

서울시는 심의위원에 대한 특별감찰과 청렴교육도 실시한다. 특별감찰은 서울시 감사관에서 실시해 입찰참여업체 등 관계자와 직·간접적인 접촉을 사전에 차단하고 청렴교육은 명절, 휴가철, 입찰시기 등 취약시기에 ‘설계심의분과위원회 윤리행동강령’을 준수토록 청렴서한문을 발송하는 등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설계심의분과위원(50명)에 대해 연 2회 청렴교육을 실시하고 심의안건별 심의위원 위촉(10~20명)시마다 청렴교육을 실시한다.

입찰참가업체에 대한 비리행위 근절도 강화한다. 입찰참가자격이 최초로 인정되는 현장설명일 직후 입찰참여업체와의 간담회를 개최해 불법 로비 시 감점기준과 평가기준 등을 설명하고 서울시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 공정하고 투명한 심의를 유도한다.

장기적으로는 서울시 및 서울시 산하기관에세 시행하는 모든공사의 공사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합리적인 예정가격 산정을 위해 표준품셈제도를 폐지하고 서울시에 적합한 ‘선진국형 실적공사비 적산제도’를 마련할 예정이다.

표준품셈제도는 단위공종별 필요한 인원과 수량 등을 정해놓고 그에 따라 공사비를 산출하는 방식이나 실제단가보다 높은 문제점이 있다. 반면 실적공사비는 실제 투입된 공사비에 대한 통계자료를 만들어 활용하는 방식으로 보다 합리적인 공사비를 산출할 수 있다.

◆ 입찰담합 및 비리행위 2년간 참가 제한 및 4년간 10점 감점 ‘일벌백계 처벌’ = 셋째, 앞으로 입찰담합이나 비리 사실이 있는 업체는 사실상 서울시 공사는 낙찰할 수 없게 된다.

서울시는 입찰담합이 서울시에서만이라도 더 이상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일벌백계의 처벌’기준을 마련,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찰담합으로 확인된 경우 2년간 입찰참가를 제한하기 위해 서울시와 업체간 상호 서약인 ‘서울시 청렴계약이행서약서’에 이에 대한 내용을 명시하도록 했다.

이는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뿐만아니라 SH공사 등 산하 공기업에서 시행하는 모든 공사에 적용된다.

뿐만 아니라 입찰담합으로 입찰참가자격제한을 받은 업체가 재제조치기간 중 정부의 사면 등을 받아 다시 입찰에 참가한다 하더라도 원천적으로 낙찰을 받을 수 없도록 턴키심의 시 적발일로부터 4년간 10점 감점 처리하도록 했다. 최근 5년간 업체별 설계점수 평균격차는 1위~2위 5.0점, 1위~최하위 6.6점이다.

서울시는 그 동안 입찰담합업체에게 정부(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부과했던 과징금 이외에 서울시가 입은 손해를 배상받기 위한‘손해배상 예정액제’도 도입한다.

‘손해배상 예정액제’는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담합했을 경우 담합에 따른 손해예정액을 산정(계약금액의 10% 정도)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이외에도 입찰담합 등 비리를 신고한 공무원에게는 보상과 승진을 위한 가점을 부여하고 신고업체에게는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아울러 입찰담합방지를 위해 서울시·자치구·산하기관의 담당공무원에게 ‘입찰담합 적발을 위한 점검표(붙임)’ 작성을 의무화해 입찰과정에서 담합 징후가 보이면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조사를 의뢰 하도록 했다.

◆ 공사규모에 따라 ‘중소건설업체 참여범위 의무화’해 상생 건설환경 조성 = 넷째, 서울시는 그동안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적인 문제로 대형공사 참여에서 사실상 배제돼 온 중소건설업체의 참여기회를 확대하고 초대형 건설업체와 중소건설업체의 상생 건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공사규모에 따라 ‘중소건설업체 참여범위를 의무화’하고 ‘관련규제도 간소화’ 한다.

우선 앞으로 턴키공사를 포함한 300억원 이상 1000억원 미만의 모든 건설공사는 주요공종에 2개 업체 이상의 중소건설업체가 참여토록 하고 1000억원 이상의 초대형 공사는 3개 업체 이상이 참여토록 했다. 주 공종은 가장 대표적인 공사를 말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도로건설 공사를 하면 토목이 주 공종이 된다.

시는 시행하면서 나타난 문제점과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 확대(추정가격 1000억원 → 500억원, 참여기업수, 참여지분율)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또 설계비 등 초기비용 부담을 저감시키고 기념성·상징성·예술성 등이 필요한 시설물공사나 시급을 요하지 않는 대형공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초기 입찰부담 비용이 적은 기술제안입찰을 적극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발주부서에서 실시한 지반조사, 측량결과 등은 입찰참여업체에 제공하고 평가에 불필요한 평가지표를 삭제하거나 통폐합해 제출서류를 간소화한다.

시는 사회적 약자기업제품 사용 유도를 위해 공사 품질에 영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사회적 약자기업이 제조·판매하는 자재나 용역 및 인력 등을 우선 사용토록 입찰안내서에 표기해 강·약자가 더불어 함께 하는 건설 환경을 만들도록 했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은 “‘대형공사 입찰 및 계약관행 4대 혁신방안’이 시행되면 공정한 룰 속에 서울시 건설공사 입찰과정이 보다 투명하게 처리돼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고 건설 환경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아울러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의 의지와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만큼 모든 건설업체가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박원순 시장은 또 “최근 은평 뉴타운에서 아파트 벽체 균열, 누수, 결로, 수목 고사, 보도 및 차도침하 등 크고 작은 하자가 1만6124건(아파트 1만5633건, 기반 시설 491건)으로 나타나 우리시 건설공사에 부실이 만연되고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돼 ‘부실공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앞으로 우리시 건설공사에 더 이상 부실공사가 발생되지 않도록 우선 설계단계에서는 설계 오류 등으로 인한 설계변경이 최소화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이어 “공사과정에서는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공사감독 및 검수를 강화하고 준공 이후에 나타난 하자를 발생시킨 부실공사업체는 부실공사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느끼도록 제재를 강화하고 마지막으로 건설공사에 참여하는 감독공무원의 전문성과 책임성 제고해 견실한 건설공사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건설공사 부실방지를 위한 혁신방안’을 마련해 연말 또는 내년초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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