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독물 취급사업장 대부분이 내구성에 취약한 재질을 사용하거나 누출차단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는 등 취급시설에 대한 안전 고려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화기 등 개인보호장구나 방제장비를 적절하게 구비하지 않거나 비상연락망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지 않는 등 사고발생시 대비 태세도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소방방재청는 지난 3월19일부터 5월31일까지 전국 유독물 취급사업장 3846개소에 대해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를 이같이 나타났다고 6월17일 발표했다.

이번 전수조사는 그간 간헐적이고 부분적으로 실시해오던 점검 방식을 벗어나 처음으로 관계부처, 지방자치단체 및 전문기관이 모두 참가해 전체 대상 사업장에 대해 실시함으로써 화학물질 취급현장의 관리 실태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조사과정에는 시설에 대한 점검뿐 아니라 현장의견 수렴, 취약사항에 대한 개선 및 교육 등도 병행해 진행됐다.

전수조사 결과, 시설 노후화나 배관 연결상태, 전기설비의 폭발 방지시설 구비 여부 등 화학사고 위험 항목에 대해 취약한 사항이 1건 이상 발견된 업체가 전체 조사업체의 42%에 이르는 등 유독물 취급현장의 화학사고 취약성이 확인됐다.

이들 업체는 내구성이 취약한 재질을 사용하거나 누출차단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는 등 취급시설에 대한 안전 고려가 미흡한 경우가 많았다. 이와 더불어 소화기 등 개인보호장구나 방제장비를 적절하게 구비하지 않거나 비상연락망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지 않는 등 사고발생시 대비 태세도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중소규모 화학물질 취급업체가 밀집한 수도권과 부산 외곽 지역 사업장들의 관리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단지별 비교 분석 결과에서도 20년 이상 경과된 노후 산업단지 중 중소규모 사업장 위주로 구성된 반월·시화 산업단지의 관리가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산업단지 입주 업체들은 다른 산업단지들에 비해 바닥면 방수 균열이나 시설 부식 등 노후화가 심각했으며 방지턱, 누출차단시설 설치 등 시설 관련 항목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화학물질을 ‘직접 생산’하는 업체보다 제품 생산을 위해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업체가 화학사고에 더 취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위반항목 10건 이상인 주요 취약업체 103개소에 대한 업종 분석 결과, 전자제품, 철강, 섬유제품 등의 생산을 위해 세척, 압연, 도금, 염색 등의 공정에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업체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 이들 업체에 대한 중점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 규모별 관리실태 비교에서는 화학물질을 소량 취급하는 중소규모 업체들이 대형 업체보다 관리상태가 더 취약한 것으로 조사되어 기업 규모에 따른 안전관리의 수준 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설·관리기준이나 점검 항목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현장에서 화학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위험 요소들도 조사됐다.

그 결과, 특히 현행 시설·관리기준에는 휴업 또는 폐업한 업체의 잔여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규정이 없어 유독물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화학물질 운송 차량에 대한 차고지 규정이 없어 유독물을 가득 실은 탱크로리가 아파트 단지 등 시가지 인근에 주차되는 등 미비된 규정의 개선과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는 전수조사 과정에서 지적된 사항들은 현장에서 즉시 시정하도록 지도하거나 추후 개선하도록 계도하는 등 현장의 관리 실태에 대한 개선을 병행했다.

총 6892건의 지적사항 중 주기적인 안전점검 미실시 등 즉시 시정이 가능한 사항은 현장에서 바로 시정하도록 조치했다.

바닥면 방수·균열 개선 등 경미한 시설개선 사항은 상반기 내에, 노후 시설 교체, 신규시설 설치 등 전반적인 시설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2014년 내에 개선토록 계도했다.

미비점이 확인되어 개선 명령을 받은 업체는 하반기 정기점검 시 중점 확인할 예정이며 영세업체에 대해서는 전문기관의 방문 기술지원이나 컨설팅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번 전수조사에 대해 현장 관계자들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지도·점검을 실시함으로써 부처별로 실시할 때보다 지도·점검 횟수가 줄어들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방식이 지속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가스, 화학물질, 산업안전·보건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방문해 기술지도과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기업의 현장 안전관리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현행 시설·관리기준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일반적이어서 동일한 시설에 대한 지도·점검 결과가 상이하게 나타나는 등 객관성이 부족하다”며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기준을 개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는 현장의 관리실태가 부실한 근본적 원인이 정비·점검 매뉴얼 등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부재, 기업 경영자 관심 부족, 영세성 및 경영 악화에 따른 시설·장비 투자 부족 등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전수조사 결과와 현장의견 수렴 결과를 토대로 이달 말 현장에서의 화학사고 예방을 위한 맞춤형 화학물질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환경부 화학물질안전TF 김상훈 사무관은 “그간 화학사고 대책 추진으로 기업의 안전관리 책임이 강화되고는 있으나 실질적인 화학사고 예방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관심과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번 대책은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를 토대로 한 ‘맞춤형’ 관리방안과 함께 영세·취약한 사업장에 대한 기술 및 재정 지원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어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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