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2일 환경부는 UNEP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UNEP가 한국이 교토의정서 상 비의무감축국에 속하는데도 불구하고 2020년까지 온실가스 30%를 감축하기로 한 목표를 고무적으로 평가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UNEP는 이는 UNEP가 한국을 개도국으로 전제하면서 평가한 내용이고 한국정부가 좀 더 야심찬 감축목표를 가지는 것을 주문하고 있다. G20 등 국제회의를 개최하면서 ‘품격’을 높이는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한국을 개발도상국으로 지위를 낮춘 UNEP의 평가에 대해 반기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적합한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나아가 UNEP는 30% 감축의 기준이 되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의 지표값인 경제성장, 인구증가, 오일가격 전망에 대해서 실질적 상황 변화가 반영되어 조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정부에서 제시한 온실가스 배출 전망이 부정확한 전제 속에 작성되었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그동안 한국정부가 왜곡된 지표 산정으로 BAU 부풀리기를 해왔다고 환경운동연합이 비판해 온 것과 일맥상통한다.

UNEP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이 기후변화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한다고 일관되게 지적하고 있다. 한국이 OECD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향이 2002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해서 OECD 국가들의 평균 증가율인 15%보다 월등히 높은 35%로 전망하고 있는 것을 지적했다.

또한, 기후변화를 완화할 수 있는 산림과 갯벌이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는 한국에서 이들 자연 자원의 보존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갯벌을 메우고 산림을 파괴하며 전 국토를 난도질하는 공사판으로 만든 현 정부는 이런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UNEP는 한국정부의 에너지효율 목표에 대해서 부족함을 지적하면서 한국정부가 그토록 자랑하는 에너지원단위 개선 전망에 대해서도 여전히 IEA 소속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UNEP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목표에 대해서도 지금도 비슷한 위치의 다른 나라보다도 미약한 수준이며 앞으로 전망도 충분하지 않으니 좀 더 분발하라는 요구를 했다. 2030년까지 한국 정부가 달성하겠다는 11% 목표가 사실상은 재생가능에너지가 아닌 신-재생에너지 목표량으로 폐기물에너지가 여전히 33%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도 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편, UNEP는 한국정부가 2002년부터 도입한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하고 의무할당제도를 도입한 것에 대해서 이미 이를 시행한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통찰하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의무할당제를 실시한 나라들이 경험한 문제점과 한계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UNEP가 우회적으로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UNEP는 재생가능에너지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폐기물 에너지가 아닌, 태양, 바람, 바이오 에너지 기술 개발에 정부가 전략적으로 지원이 더 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UNEP는 한국정부가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늘인다면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조력발전에 대해서 우려했다. 특히, 강화, 인천만 조력발전 예정지는 한국의 천연기념물 419호로 지정되어 저어새가 서식하고 번식하는 곳으로 한국 정부도 생물종 다양성 협약 4차 보고서에 이곳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UNEP는 한국정부가 가치 있는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조력발전 건설에 이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UNEP는 한국정부가 핵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높이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한국이 핵산업의 모범을 보이는 것과 동시에 핵폐기물의 안전한 처분과 핵확산의 위험에 대해서, 그리고 대중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기제를 갖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국제적인 안전기준에 적합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핵에너지 개발과 규제를 동시에 한 부처(교육과학기술부)에서 맡고 있어서 여러 차례 국제기구로부터 지적을 받아 온 사항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UNEP는 세계 경제가 화석연료나 지속가능하지 않는 자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녹색경제로 전환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근본적인 요구라고 이번 보고서의 말문을 열었다. 국제기구가 한 국가의 정책을 평가할 때 용어 사용은 매우 외교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NEP가 지적한 여러 사항이 위와 같은데, 한국 정부는 ‘녹색성장’이라는 화려한 구호 속에 계속 숨어 있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지속가능한 사회, 경제로의 전환은 홍보와 수사가 아니라 실내용과 그를 뒷받침하는 정책의지임을 이번 보고서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환경부 등 정부는 더 이상 UNEP 보고서를 자신의 정책을 정당화시키는 수단으로 왜곡하지 말고 지적받은 사항에 대해 뼈아픈 자성을 하기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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