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의 국세체납 기업들이 공공조달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인영 국회의원(민주당, 서울 구로갑, 기획재정위원회)은 국세청과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2년 입찰참가자의 국세체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작년 조달시장에 참여한 8만294개의 업체 중 2013년 9월 현재 세금을 체납한 업체 수는 5622곳으로, 이들이 체납한 세금은 총 4300억원에 달한다고 10월13일 밝혔다.

이와 같은 체납기업들은 입찰분야별 및 체납금액별로 매우 불균등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공공조달 입찰은 크게 물품분야, 시설분야, 용역분야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중 시설분야에 가장 많은 수의 체납업체가 진출해 있었다.

모두 3844곳(68%)에 이르는 시설분야 체납업체들이 전체 체납액의 86%에 상당하는 3700억여원을 체납하고 있다.

다른 한편 체납금액별로도 편차가 매우 컸다. 비교적 소액인 5000만원 미만의 금액을 체납 중인 기업이 전체 체납기업의 4분의 3이 넘는 4318개로 대부분이었는데, 이들의 총 체납액(623억원)은 전체 체납액의 14.3%만을 차지할 뿐이다.

반면, 10억원 이상의 초고액 체납업체도 34곳이 있었는데, 전체 체납기업의 0.6%에 불과한 이들이 체납한 국세 총액은 무려 1843억원으로, 이는 총 체납액의 42.4%에 해당한다.

기업 당 체납액으로 따지면 5000만원 미만 구간에 속한 기업이 평균 1441만원을 체납하고 있는 데 비해 10억원 이상을 체납한 기업들은 평균 54억원의 체납 기록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국세 체납 기업들이 버젓이 공공조달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현행법엔 국세 체납자의 공공계약 참여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이인영 의원은 “국가가 발주하는 공공사업은 공공성과 투명성을 생명으로 하는데 국민의 기본 의무인 세금납부를 소홀히 한 업체에 그것을 맡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이러한 제도상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6월, 조세를 체납・포탈・회피한 업자가 공공계약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한 바가 있으며 이는 현재 국회 소관 상임위(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한편 국세를 체납한 기업은 최근 경기침체 등으로 사정이 어려울 가능성이 많으므로 무조건 공공계약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자칫 이들이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이번에 이인영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서도 어느 정도는 확인된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체납액별로 입찰참가를 단계적으로 제한하거나, 체납액이 일정 액수를 넘지 않으면 입찰참가를 허용하는 등의 방안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중요한 것은 앞으로는 더 이상 국가가 시행하는 공공계약이 조세정의 훼손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런데 이렇게 보면 국세체납자만이 문제는 아니다. 이 의원은 “이번 기회에 국세체납자뿐 아니라 사회보험료나 임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은 업체들도 두루 고려해 공공계약 입찰 참여 자격을 종합적으로 재고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조달청은 공공계약 입찰 과정에서 별도의 체납정보, 사회보험료 및 임금의 체불 여부를 파악하지도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인영 의원은 이에 대해 “부처 간의 기본적인 행정정보만 교류해도 쉽게 해결될 문제”라면서, “현 정부는 말로만 요란하게 ‘정부 3.0’을 외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가장 긴요한 곳에서부터 ‘부처 간 벽 허물기’를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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