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과도한 전기 소비 증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전기에너지와 다른 에너지간의 가격 구조를 합리화해 나갈 계획임을 11월19일 밝혔다.

올해 동계 중 평균 5.4%의 전기요금 조정과 체계개편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국전력공사의 전기공급약관변경(안)을 인가하고 내년에는 발전용 유연탄을 개별소비세 과세대상에 추가하고 LNG·등유 등 개별소비세 세율을 인하하는 에너지세율 조정을 추진한다.

정부는 앞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능력 확보와 함께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수요관리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 방향을 전환해 나갈 예정이며 이에 따라 에너지 가격 구조 합리화를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전기 소비 수준은 주요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을 뿐만 아니라 증가 속도 역시 예측치를 훨씬 초과해 급증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다른 에너지 가격에 비해 전기요금은 최소 수준으로 유지함에 따라 유류·가스에서 전기로 소비가 옮겨가면서 전기 소비가 가파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전기 소비에 대응해 안정적인 공급능력도 확대하되 입지·환경 등의 문제로 지속적인 공급시설 확대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수요관리 강화를 통한 전력 수급 관리가 시급하다.

특히 그간 낮은 전기요금 수준으로 투자 유인이 부족했던 전력소비효율 향상과 에너지절약 부문의 기술 투자를 유인해 에너지 고효율 경제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상대가격 체계 개선의 일환으로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제출한 전기공급약관변경(안)을 인가해 오는 11월21일자로 전기요금이 평균 5.4% 인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중 조정요인은 8% 이상이나 비정상적인 원전 가동 정지일수 증가에 따른 인상요인은 해당 공기업이 부담토록 조치하고 한전의 자구노력으로 원가인상요인을 최대한 흡수해 필요 최소한의 인상률을 반영했다.

한전은 임직원 임금 및 성과급 반납, 불요불급한 비용절감, 자산(자회사 지분, 알짜 부동산) 매각 등 ‘사상 가장 강력한 부채 대책’을 지난 11월11일 발표한 바 있다.

또 단순한 요금 조정이 아니라 최근 전력사용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전력 수요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요금체계 개편과 함께 서민과 영세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전기사용계약 기준 개선을 병행한 것이 이번 조정의 주요 특징이다.

전기요금 체계는 최근 전력사용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과학기술과 ICT를 활용한 피크전력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전력수요패턴 변화를 감안해 계절별·시간대별 구분을 개편(일반용·산업용·교육용)했다.

농사 본연의 용도(양수·배수용)와 영세 시설농을 제외한 대규모 기업농(농사용(을) 고압)은 계절별 차등요금을 적용한다.

전기소비자의 자발적인 절전 노력과 전력수요관리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선택형 요금제를 확대(일반용·산업용(을))한다.

첫째, 동·하계 특정일 피크시간대에 할증 요금을 부과하고 다른 날은 할인해 의무절전을 대체하는 인센티브 요금제 적용 대상을 확대(5천kW 미만→고압A)한다.

둘째, 피크시간대(14~7시)에 집중적으로 높은 요금(야간시간대 대비 5배)을 부과해 피크절감 투자를 유인하는 선택형 요금제 신설(고압B·C 대상)한다.

24시간 설비를 가동해 전력사용패턴 조정이 어려운 업종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맞춤형 요금제를 신설(일반용·산업용(을) 고압A 선택Ⅲ)한다.

한편, 주택용 누진제는 개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으나 구체적인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음을 감안해 추가적인 사회적 합의 도출 후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에너지취약계층과 영세 자영업자 등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전기사용계약 기준도 대폭 개선한다.

전류제한기 용량확대(220W→660W), 초과사용부가금 부담 완화(위반횟수에 따라 차등), 임차인 전기요금 보증금 납부 면제(계약전력 20kW 이하) 및 분할납부(20kW 초과 등) 등을 시행하는 한편, 영·유아보육 시설에 대한 복지시설 할인 적용을 확대(일반용 적용 후 20% 할인)하고, 전통시장 할인 특례(일반용 저압 5.9% 할인)를 연장키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전기요금 조정과 체계개편을 통해 연간 최대피크전력을 약 80만kW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소비자물가 0.056%P, 생산자물가 0.161%P, 제조업 원가는 0.074%P 상승요인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으며 도시가구(월평균사용량 310kWh)는 평균 1310원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전기와 다른 에너지(LNG·등유 등)간 상대가격 차이로 에너지수요가 전기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전기과소비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발전용 연료인 유연탄을 개별소비세 과세대상에 추가했다.

발전용 유연탄에 대한 세율은 30원/kg으로 하되 시행 초기의 과중한 세부담을 감안해 탄력세율 △30%를 적용하여 21원/kg으로 과세할 계획이다.

다만 철강·시멘트 제조 등에 사용되는 산업용 유연탄은 산업경쟁력 약화 가능성 등을 감안하여 과세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국회에서 입법화 과정을 거쳐 내년 7월1일 이후 시행할 계획이다.

또 전기의 대체연료인 LNG·등유·프로판(가정·상업용)에 대해서는 과세를 완화해 전기에 집중된 에너지 소비를 다른 에너지로 분산시키고, 일반 소비자들의 에너지비용 부담을 완화하고자 한다.

에너지세율 조정으로 증가된 세수(약 8300억)는 에너지복지 확충, 에너지효율투자 확대 재원으로 활용하는 등 세수중립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에너지 바우처’를 도입해 에너지취약계층의 동절기 난방비 등 지원을 확대하고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개선’ 등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공급 지원 확대 및 에너지 효율 투자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에너지 가격구조 합리화’를 통해 급격히 증가하는 전력수요 증가세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에너지 수요관리·신재생보급·스마트그리드 등 신시장-신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되고 이와 관련된 전문적인 서비스와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일반 가정의 에너지비용 부담은 소폭 증가할 수 있으나 취약계층의 부담은 대폭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요금은 인상되지만, LNG 가격 하락으로 가구당 실제 비용부담 증가는 소폭으로 예상된다.

등유(주로 서민층 사용) 가격 하락, 에너지바우처 등 저소득가구에 대한 에너지공급지원 확대(추가세입 활용)로 취약계층 부담은 대폭 완화가 기대된다.

한편, 산업계는 단기 부담이 증가하지만 선택형 요금제 등을 활용한 합리적인 전력수요 패턴 조정으로 부담을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자발적인 효율개선 투자 확대와 ICT 기술을 활용한 수요관리 활성화를 통해 에너지 고효율 산업구조 실현을 기대했다.

세이프투데이 한영진 기자(jake@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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