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작년 공공 기술용역 발주사업에서 기술심사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으로 총 352억 원의 예산을 아꼈다.

핵심적으로 모든 공공사업 발주 전에 필수적으로 실시하는 타당성 심사에서 용역비를 더 아낄 부분이 없는지 분석하고 외부 용역 없이 공무원이 직접 설계를 수행해 총 333억원을 아낄 수 있었다.

공사 진행 과정에서도 설계변경이 이뤄진 건설공사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원가계산이 잘 이뤄졌는지 검증하는 한편, 직접 점검기관을 방문해 점검하는 식으로 19억원을 더 아꼈다.

서울시는 이와 같은 내용으로 기술용역의 첫 단추인 용역 발주부터 설계변경에 이르기까지 꼼꼼히 심사하고 검증해 작년에 이뤄진 총 2959건의 공공사업에서 352억원 예산을 아낄 수 있었다고 2월6일 밝혔다.

세부적인 절감 내용은 ▴용역비 적정성 사전심사(1005건, 241억원) ▴기술직 공무원 직접설계 수행(790건, 92억원) ▴건설공사 설계변경 순회점검(195건, 10억원) ▴설계변경 원가계산 검증 프로그램(969건, 9억원)이다.

첫째, 이중 가장 많은 예산인 241억원을 아낀 1005건은 모든 기술용역 발주 전에 필수적으로 실시하는 타당성 심사에서 용역비 산출원가 구성 내용 등이 적정하게 매겨졌는지 분석해서 용역 수준은 유지하면서도 비용적인 면에서 개선할 점을 찾아 반영한 것이다.

이를테면 농부가 익은 벼를 모두 추수하는 것에 더해 바닥에 떨어진 낱알까지 낭비 없이 줍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특히 이 가운데 41억원은 14개 책임감리 현장에서 절약한 것이다. 책임감리 용역비를 산정함에 있어서 공사비만을 기준으로 했던 관례를 깨고 공사기간과 난이도를 새롭게 더한 기준을 서울시가 처음으로 마련한 것.

책임감리는 건설공사 관리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공사비만으로 용역비를 산정하면 실제보다 공사기간이 더 길게 잡히는 경우가 많아 이에 따른 투입 인원도 더 많아져 결과적으로 용역비가 과다 산정되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 건설기술 발달로 공사기간이 짧아지면서 감리기간도 계속 단축되는 추세고 아파트 같은 건물은 비교적 형태가 단순하고 반복적 작업 공정이 많아 서울시가 이를 개선한 것이다.

예컨대, 세곡 2 보금자리주택 6, 8단지 아파트 공사 책임감리 용역의 경우, 국토교통부가 정한 평균 감리기간은 공사비(974억원) 기준 53.2개월로 산정됐지만 실제 감리기간은 절반도 못 미치는 22.8개월이 소요돼 이를 반영해 산출한 결과, 월간 감리에 투입되는 인력이 219명에서 181명으로 줄어 용역 대가 5억6200만원을 아낄 수 있었다.

둘째, 전체 기술용역 중 790건은 면밀한 분석과 검토를 통해 공무원 자체설계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 외부용역을 주지 않고 기술직 공무원이 직접 수행하는 식으로 92억원을 아꼈다.

셋째, 시에서 직접 시 산하 사업소, 자치구를 돌며 공사 중 불가피하게 설계를 변경해야 하는 경우, 바뀐 설계안에 원가 계산이 적정하게 이루어졌는지 점검해서 그렇지 않은 경우 195건을 지적하고 금액을 환수하거나 줄이는 식으로 10억 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서울시는 이런 식으로 최근 3년간 22개 기관을 점검, 총 983건, 46억원 상당을 환수 및 감액하는 성과를 거뒀다.

서울시는 관련 분야의 전문 직원들로 구성된 점검반을 운영, 매년 시 산하 사업소 및 자치구 7~8개 기관을 돌며 건설공사가 바뀐 설계대로 잘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해오고 있다. 이제는 순회점검제도가 정착됨에 따라 최근엔 설계변경 부적정 사례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시는 설명했다.

넷째, 설계변경 시 원가 계산이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검증하는 ‘설계변경 원가계산 검증 프로그램’을 통해 작년 한해 969건, 총 9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설계변경 원가계산 검증 프로그램’은 설계변경 과정에서 원가계산에 적용되는 일반관리비, 보험료, 기타경비, 이윤 등 간접 경비가 과다 계산됐는지 여부를 자동으로 검증해줘 예산낭비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서 시 기술심사담당관 직원들이 직접 개발‧보급한 것이다.

프로그램이 개발된 2010년 이래 3395건의 부적정 사항을 지적, 42억원의 예산을 아꼈다.

서울시는 작년 성과에서 더 나아가 올해 전국 최초로 설계변경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담은 ‘설계변경 가이드라인’을 발간, 낭비되는 예산을 빈틈없이 지킨다는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은 공공건설공사 설계변경을 담당하는 관계 공무원, 설계자, 시공사, 감리사에 제공된다.

설계 변경이 이뤄지면 사업기간이 더 길어지고 이에 따라 예산도 늘어나게 된다. 또 계약상대자간 분쟁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점도 종종 발생했다.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시에서 내‧외부 전문가를 구성, 총 5번의 자문회의를 거쳤다. 서울시는 가이드라인 발간과 함께 시책인 설계변경 최소화 추진에도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또 시는 작년 총 9번에 걸쳐 시, 시 산하 사업소 및 자치구, 산하 공사‧공단 직원 648명에게 설계 변경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건설공사의 설계품질 향상은 물론 설계변경 최소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올해부터는 신규 임용자와 기존 기술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설계 및 설계변경 관련 전문교육을 시행, 공무원 직접 설계의 질적‧양적 수준향상을 통해 예산도 절감하고 더 안전한 공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신규 임용 교육엔 ‘공사실무 기본과정’을 신설해 공사관리 업무와 설계능력을 키우고, 기존 직원을 대상으로 ‘공사관리 심화과정’을 개설해 관계 법령의 제‧개정과 건설산업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다. 특히 내‧외부 전문가를 통해 배우는 발주 및 설계 변경 시 원가계산 능력 향상 교육을 필수 이수과정으로 도입한다.
   
최진선 서울시 기술심사담당관은 “시에서 발주하는 크고 작은 기술용역을 첫 단추부터 꼼꼼 심사하고 설계변경 최소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시민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설계변경 가이드라인 보급과 기술직 공무원 실무교육 등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겠다”고 말했다.

세이프투데이 한영진 기자(jake@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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