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용품 제조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소방기구공업협동조합이 지난해 선출한 신임 이사장의 자격 유무를 놓고 자중지란에 빠져 애꿋은 조합사들만 골치를 썩고 있다.

한국소방기구공업협동조합(이하 ‘조합’)은 지난해 7월 19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40여년 조합 역사상 최초로 선거를 거쳐 신임 이사장을 선출한 바 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지금까지 내부적으로 당시 열린 총회가 무효라는 주장이 나오는 등 신임 이사장의 자격 유무를 놓고 조합원사 간에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임원등기 절차를 완료하지 못하는 등 7개월이 넘는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이사장 선출시 임시총회에 참석했던 조합원사들의 숫자다. 총회 당시 자리에 참석한 조합사 대표는 30명. 총 조합사 73곳 중 참석인원이 과반을 넘지 못해 총회 자체가 성원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총회가 성원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장을 선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일부 조합원를 통해 제기되기도 했지만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현장 협의를 통해 이사장 선거를 진행하는 것으로 합의했었다.

조합 정관에 따라 회비를 내지 않은 조합사는 선거권이 상실되기 때문에 자격이 없는 조합사를 재적인원에서 제외하면 과반 이상이 참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당시의 명분이었다. 이러한 협의 과정을 거쳐 투표를 진행했던 조합은 두 명의 후보 중 에스더전자 김명화 사장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문제는 이렇게 선출된 이사장의 정식 등재를 진행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조합의 총회의결 결과는 조합의 업무감독을 맡고 있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최종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성원미달 상태에서 진행된 선거결과를 그대로 보고할 경우 중앙회의 승인이 불가했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중앙회에서조차 출석인원과 득표수를 조정해 보고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소방기구조합 내 선거관리위원 일부가 신임 이사장을 선출했던 총회 자체를 무효화하고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법령 규정에 따라 선거결과를 거짓으로 보고할 경우 관련자의 민형사상 처벌과 조합이 행정명령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조합은 성원미달로 진행된 총회 결과를 그대로 중앙회에 보고했고 결국에는 중앙회로부터 “당시 임원선거 결과는 부적정했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임원을 재선임하라”는 내용의 통보를 받았다.

이로 인해 조합 신임 이사장 선임 자체는 무효되는 결과를 낳아 버렸고 아직까지도 내부적 갈등은 멈출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이사장 선출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자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선거 당시 성원에 대한 문제점을 알면서도 합의를 통해 투표를 진행했는데 해결방안을 찾지 않고 재선거로 몰고 간 것 자체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과 “규정에 따른 해석에 맞춰 재선거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들로 엇갈리고 있다.

또한 조합 내부에서는 현 김명화 당선자의 자격 상실에 대한 문제도 거론되면서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김명화 당선자가 조합에 납부해야 하는 공공조달 입찰수수료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입후보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명화 당선자는 해당 입찰수수료 건은 조합의 수수료 납부 결의 이전에 이뤄진 계약으로 사실상 납부 의무가 없다며 문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명화 당선자는 “해당 입찰 건은 2011년 12월 중순경 낙찰받아 2012년 7월경에 납품완료 후 수금까지 이뤄졌다”며 “조합에서 수수료를 납부하기로 결의한 것은 2012년 10월 23일이고 소급적용하는 것을 규정하지 않았기에 납부 의무는 없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 김명화 당선자는 “해당 건에 대해서는 납부의무가 없음에도 발전기금 명목으로 1천만원을 조합에 기부했고 일방적으로 발부된 세금계산서는 소멸 또는 회수해 달라고 전임 이사장과 권한대행 임원, 직원 등에게도 수차례 구두상으로 전달했던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사장 당선 이후 조합 활성화를 위해 활동비 등도 자비로 집행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상황을 이렇게 몰아가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이를 두고 후보자 자격을 문제 삼는다면 해당 금액을 납부하겠지만 이렇게 할 경우 잘못된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에 법원이나 조합에 공탁 또는 보관 후 법적 판단을 받겠다고 조합 측에 통보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내부분열 확산되자… “차라리 조합 없애는 게 나아”

신임 이사장 선임에 대한 분쟁이 식을 줄 모르자 조합에 속한 업체들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쓴소리를 내뱉고 있다. 소방용품 제조업계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조합의 안정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내부분열을 일으키는 것은 조합자체에 대한 신뢰도만 추락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지난 6일에는 일부 조합사들의 주도로 모든 조합원사를 한데 모아 이사장 재선임에 대한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임시총회가 소집됐지만 이조차 서로 간의 상충된 의견과 비방들이 오가면서 파행을 겪었다.
 
서로간의 상충된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조합사들 중 한 쪽은 참석조차 안했고 이 때문에 분란의 외각에 서 있는 조합사들은 결과 없는 임시총회에 참석한 사실 자체에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특히 이 정기총회를 소집하는 과정에서 조합 내 분열이 더욱 과열되면서 각기 다른 입장 전달을 위해 조합원사들에게 뿌려진 공문들은 스팸 문서로 보여질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한 조합사 관계자는 “지금 조합의 내부분열 사태는 도를 넘어섰다”면서 “이 상황이라면 임원은 구성은 커녕 조합 자체가 유지되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데 차라리 이대로 파산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며 씁쓸해 했다.

급기야 일각에서는 소방용품 조합을 재결성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안정되지 못한 조합이 이제는 내부적인 분열로 진흙탕을 만들어 대외적인 망신을 주고 있다”며 “마치 정치적 분쟁을 보는 꼴이어서 이럴 바엔 새로운 조합을 탄생시키는 게 낫지 않겠냐”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소방방재신문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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