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시민위원회는 지난 2005년 암천(暗川)에서 개천으로 거듭난 청계천을 역사문화가 담긴 생태하천으로 개선·보완하는 내용을 담은연구보고서 ‘청계천 역사성 및 자연생태성 회복(안)’을 3월12일 발표, 서울시에 건의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2012년 3월 청계천시민위원회가 발족한 이후 2년여 동안의 활동 결과물로, 그동안 청계천 주변지역 조사· 모니터링과 설문조사, 시민열린회의, 시민대상 설명회 등 시민의견 수렴을 거쳤다.

앞서 시는 2005년 청계천 복원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2012년 3월 환경·생태, 문화·도시 전문가 시민 등 26명으로 구성된 청계천시민위원회를 발족, 민간 위원회 주관으로 청계천에 대한 시민여론조사 및 문제점 진단, 토론 등을 통해 개선방안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이는 복원 당시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치지 못했다는 점과 복원 후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과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시민들과 충분한 논의 및 합의를 하고 긴 호흡으로 접근하는 원칙을 바탕으로 했다.

서울시는 큰 틀에서 청계천시민위원회가 제시한 ‘청계천 역사성 및 자연생태성 회복’ 방향에 공감하고 이 중 단기간에 실현 가능한 자연생태하천 조성, 보행친화거리 조성, 시민과 함께하는 청계천관리 등은 올해부터 바로 시행할 계획이다. 실현 논란이 예상되는 수표교 중건 등은 타당성조사를 거쳐 신중하게 검토 후 추진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청계천시민위원회는 우선 개선이 필요한 문제점으로 역사문화성 결여와 인공어항이라는 오명을 들을 정도로 미흡한 자연생태성, 또 계단형 진출입로로 인한 통행불편 등 질 낮은 보행환경 세 가지를 지적했다.

역사문화성에서는 2005년 복원당시 계획됐던 수표교 원위치 원형복원이 실현되지 못하고 본래의 구조와는 다른 구조물이 설치된 것을 지적했다.

자연생태성에서는 인공적인 직강 하천 형태로 복원해 인근 지천들과 연속성이 단절됐고 둔치의 하안식생대의 자리는 대부분 이용자 편익을 위한 조경석 계단 등의 공간으로 조성돼 생태기능을 상실했다는 게 위원회의 설명.

또 진출입로의 부족, 협소한 보도폭, 도로 횡단의 어려움, 주변지역 매력요소 미흡으로 인한 보행활성화 저하 등 보행환경이 열악하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보완하기 위해 위원회가 제시한 방향은 ▴역사문화를 계승하는 매력 있는 청계천 ▴자연생태가 살아 숨 쉬는 청계천 ▴도심 활력 공간 청계천 3대 비전, 5개 키워드다.

5개 키워드는 ①‘수표교 원위치 중건’으로 역사성 재회복 ②‘물길 곡선화, 보 철거 등 개선’으로 자연생태하천 조성 ③‘상류 지천 복원 및 계곡수 활용’으로 물길 회복 ④‘넓게 걷는 청계천 위 보도, 문화휴식거리’의 보행친화거리 조성 ⑤‘시민참여형 거버넌스 구축’의 시민과 함께하는 청계천 관리이다. 

첫째, 위원회는 ‘수표교를 원위치 중건’해 역사성을 재회복 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표교는 조선 세종 때 지어진 돌다리로, 청계천 복개당시(1958년) 장충단 공원으로 옮긴 채 아직까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표교 중건의 타당성 및 안전성을 섬세하게 검토할 것을 서울시에 건의하고, 타당성이 검증될 경우 수표교 주변 장교12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과 연계해 인근 근린공원 조성사업 추진 등 수표교 중건을 위한 사전 절차를 차근차근 진행할 것을 주장했다.

위원회는 수표교가 원위치에 중건되면 조선시대 토목기술 면모를 보여주는 현장학습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둘째, ‘물길 곡선화, 보 철거 등의 개선’으로 자연스런 하천경관을 조성할 것을 건의했다.
  
즉, 청계천을 단기간의 공사에 의해 생태성을 인공적으로 형성시키는 것이 아니라, 청계천 스스로 자연생태형 하천으로 찾아가도록 긴 시간에 걸쳐서 자연생태 하천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것.
  
이에 현재 청계천 물길은 그대로 두되, 저수로 중간중간에 굴곡을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생태적으로 양호한 구간을 조성해 하천 스스로 자연 물길을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모래하천으로 회복시켜 나갈 것을 제시했다.

또 청계천 수심40㎝ 유지를 위해 설치한 ‘여울보’ 29개소를 지그재그형으로 개선해 물 흐름 정체로 나타나는 수질악화, 하천의 종적 연속성 단절 등을 해결하고 하천의 연속성을 살려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여울보는 청계천 상류에서 빠르게 흐르는 물을 조절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현재는 일자형으로 설치해 물이 정체돼 물 흐름 연속성을 단절하는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해 청계천 끝에 설치된 2개의 보는 현재 서울시가 철거를 진행하고 있다. 한양여대 앞에 있는 보는 5월 말까지 철거하고, 살곶이 공원 앞에 있는 보는 2015년까지 철거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청계천의 물고기들이 중랑천까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물길이 열리게 된다.

셋째, 청계천 용수 공급을 위해 매년 지출되는 유지관리비 약 18억 원을 절감하기 위한 방안으로 ‘광화문역 및 경복궁역 유출지하수와 청계천 상류 지천 계곡수를 청계천 유지용수로 활용할 것’을 건의했다. 현재는 한강물을 끌어와 공급하고 있는 상태다.

이를 위해 청계천 상류 9개 지천 중 우선 청계천 유지용수 공급과 연계되는 백운동천, 삼청동천의 실현 가능한 구간은 물길을 복원할 것을 주장했다. 현재는 도로로 덮여있다.

이와 함께 역사성 회복 차원에서 건물인접 등으로 복원 불가능한 구간은 복개상부에 물길을 표시할 것도 제시했다.

위원회는 이렇게 되면 한강원수 취수·송수 펌프전력비, 정수비용 등 연간 약 5억9000만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넷째, 청계천의 보도 폭을 넓히고 보차혼용도로를 조성하는 등 보행자 중심의 거리로 조성하고 인근 건물의 전면공지를 활용해 가로공간을 활성화, 활력을 불어넣을 것을 건의했다.

구체적으로 모전교, 광교, 삼일교 등 청계천로 교차로 14곳에 크로스형 횡단보도를 설치해 동서 및 남북방향 보행 네트워크를 조성할 것을 제시했다.

또 청계광장~삼일교 구간에 집중된 보행 네트워크 연속성 강화를 위해 삼일교(청계2가)~다산교(청계7가) 구간에서 순차적으로 보도 폭을 넓히고 차로축소 사업을 시행할 것을 건의했다.

특히 청계천변은 건물의 전면공지를 활용한 옥외카페를 조성해 보행자와 방문객에게 휴식 기능을 제공하는 등 가로활성화를 도모하고, 도시의 활력을 체감하는 공공공간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계천 산책로에 쾌적한 휴식공간 조성과 산책로 안내체계 개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서울성곽복원에 따른 환상녹지축(한양도성-동대문-오간수문-DDP)의 연계 추진과 함께 남북방향의 보행축으로 수표로 역사문화거리 조성,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보행거리 조성, 한양도성과 연계한 DDP거리 조성 추진 등도 건의했다.

다섯째, ‘시민참여형 거버넌스를 구축해 청계천 관리를 함께 해 나갈 것’을 건의했다.

현재 청계천 관리는 시설관리공단 자체 또는 외부 용역업체를 통해서 실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천관련 업무에 종사한 적이 있는 시민 또는 하천에 관심이 많은 시민을 대상으로 서울시와 함께 청계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청계천지킴이’를 선발할 것을 건의했다.  

또 청계천시민위원회는 가까이에 있는 청계천 주변의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관리를 하도록 하면 지역 애향심 고취와 교육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큰 틀에서 청계천시민위원회가 제시한 ‘청계천 역사성 및 자연생태성 회복’ 방향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위원회가 제시한 청계천 개선·보완 대책 중 단기간에 실현 가능한 사업으로 검토된 자연생태하천 조성, 보행친화거리 조성, 시민과 함께 하는 청계천관리 등은 타당성조사 및 기본설계를 4월경에 발주, 구체적인 사업계획 수립 후에 올해부터 바로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서울시는 실현 논란이 예상되는 수표교 중건과 백운동천, 삼청동천등 물길 회복 등은 기술적 타당성, 경제적 타당성을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한 후에 추진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조명래 청계천시민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각계 전문가들과 심도있게 논의하고 시민 의견을 수렴해 이번 청계천 개선안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장기적인 호흡으로 하나하나 제대로 복원해 청계천이 세계적인 생태·역사관광지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이프투데이 한영진 기자(jake@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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