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병주 교수연구팀장
우리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나눈 그날부터 연이은 대형 재난 사고가 국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우선 사고로 목숨을 잃은 젊은이들의 명복과 부상당한 분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해양오염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어민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불행을 막아주지 못한 기성세대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바이다.

지난 설날(1월31일) 아침 여수 유조선(WU YI SAN) 송유관 충돌사고에 이어,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2월15일 또 부산 앞바다 유조선에 급유중 유류누출 사고와 100년 만에 내린 동해안 폭설로 피해가 도처에서 발생했고 2월17일 밤중에 경주에서 마우나 오션 리조트 강당이 붕괴돼 대학생 환영회장이 아비규환이었다. 이런 일련의 사고를 보면서 재난을 담당하는 한 사람으로서 심히 통탄하는 마음이다.

보도에 의하면 금년 들어 미국 동북부 지방에서도 초강력 한파와 눈 폭풍으로 도시기능이 한동안 마비되고 인명피해도 상당히 발생했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무분별하게 소비하는 에너지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등 새로운 재난으로 인간을 위협하고 있으며 편리함을 얻는 것에 비례해서 재앙도 그만큼 가져다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대량 석유소비국가인 우리나라는 서남해안에 대규모 석유화학 공단이 있어 대형 유조선 입출항이 빈번한 곳이다. 지난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헤베이 스피리트) 충돌사고로 1만2547㎘의 원유가 청정해역을 오염시켜 큰 고통을 겪은바 있다.

또 폭설로 인한 사고 사례 중 2003년 즈음 충청지역 폭설 당시 비닐하우스와 축사 가옥 등이 붕괴됐다. 폭설이 내리면 구조가 취약한 건축물은 제설 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에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실천보다는 설마하며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경주 붕괴사고를 보더라도 시에서 연락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안전을 살피고 점검해 보는 성숙된 국민의식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예방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위 사례를 바탕으로 필자가 느낀 대응요령과 개선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대응 요령으로 첫째 신속한 상황전파이다. 위 사고가 대부분 주말과 공휴일 야간에 발생한 것으로 신속한 상황전파가 어려웠을 것이다. 비상연락망은 이중 삼중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전파되도록 사전 준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둘째 사고신고 접수 후 신속한 출동이다. 사전에 사고에 대비한 마음 준비와 장비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면 출동은 당연히 늦어질 것이다.

셋째 철저한 현황관리이다. 유관기관의 인력과 장비에 대한 현황관리가 평상시 잘 확인되지 못하면 유사시 대응협조가 당연히 늦어질 것이다.

넷째는 지속적인 반복훈련이다. 유관기관들은 다양한 가상 시나리오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대응하는 훈련이 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제도적 개선방안으로 첫째 유조선이 접안하는 송유관 시설은 태풍 등 어떠한 경우에도 파손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이송체계를 갖추고 송유관 중간을 몇 백 미터 간격으로 체크밸브를 설치해 파손사고가 발생하면 대량이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유조선이 접안 할 때는 관계기관의 사전 신고와 통제가 필요하며 민간 도선사에게만 맡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조립식 건축물은 화재 등 재난에 취약한 구조이므로, 대형 인명을 수용하거나 거주 집무 오락을 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곳에는 허가를 제한해야 하고, 넷째 대학생 환영회 같은 대규모 행사는 학생회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반드시 행사 추진부서 책임자급에서 사전 현장을 확인하고 추진하도록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근대화라는 미명아래 안전은 뒤로 미룬 채 성장위주의 외형적인 모습만을 중시해 오면서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씨랜드, 대구지하철, 사설해병대체험캠프 사고 등 잊지 못할 대형사고를 무수히 경험해 왔다.

안전을 무시한 성장은 모래위의 성과 같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사고 개연성이 없는지 구석구석 살펴보고 개선해 고귀한 생명과 재산을 더 이상 희생당하는 일이 없도록 지혜를 모으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2014년 3월13일
경기도소방학교 교수연구팀장 선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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