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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안전 ‘안보 수준’으로 높여”
전찬기 한국재난정보학회 회장(인천대 교수)
2014년 05월 07일 (수) 10:23:03 윤성규 기자 sky@safetoday.kr

   
▲ 전찬기 한국재난정보학회 회장
먼저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특히 재난안전을 연구하는 한국재난정보학회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 이런 희생이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도 인천대학교 제자가 희생돼 더욱 안타깝기 그지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6항을 보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돼 있다. 정부가 안정(stability)해야 사회와 국민이 안전(safety)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사태는 종합적이고 총체적 국가재난이다. 발생 원인인 재난예방과 대비 부족은 인재에 속하고 초기대응 및 대처과정은 관재에 가깝다.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과 언론 보도를 볼 때 사고의 원인과 수습 및 대책에 대해 대부분 정리되고 있지만 이번 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은 선박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에서 기본과 원칙 그리고 본분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하고 있고 설마 하는 방심과 안전 불감증, 무책임, 적당주의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국가나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일하고 일회성이기 때문이다. 대형사고가 매일 발생하지 않으니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망각하게 되고 다시 예산과 조직이 축소되면서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는 악순환을 겪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안전이나 재난대비는 안보와 같은 수준으로 취급해야 안전한 국가가 된다. 이번 사고의 발생과 수습과정을 보면서 전쟁이 일어나면 어찌될 것인가 하고 아찔했다. 군대가 전쟁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하지 않기 위해서 있는 것처럼 재난안전 조직도 재난을 수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재난예방을 위한 투자는 낭비가 아니라 이익이다’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번 일로 발생되는 손실을 보자. 희생자들의 가족과 지인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은 상상을 할 수 조차도 없다. 온 국민들이 같이 겪는 울분과 상실감, 불안감, 죄책감 등도 어찌 계산이 되겠는가. 그로 인한 공황장애와 위축감으로 소비도 내수시장도 얼었다.

어디 그뿐이랴. 국가 신인도가 하락하고 한류 가치도 떨어져 한국 상품에 대한 구매력도 떨어지고 관광객도 줄어드는 피해는 어찌할 것인가. 일찍부터 재난대비와 안전한 국가를 위해 정부가 투자했다면 한꺼번에 다 잃는 이런 우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재난발생은 후진국에서 주로 일어난다. 선진국은 예방과 대비로 재난을 줄이고 있다. 이는 재난예방 예산이 사고 후 복구비용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특히 선진국으로 가는 국민에게는 복지와 환경보다도 더 중요한 게 안전이다. 따라서 안전예산은 낭비가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투자 없이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즉 공짜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군사비를 들여야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원리와 똑 같은 것이고 보험에 가입해야 사고 시 보장받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세 번째로는 재난대비 시스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즉,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재난 관련기구의 정비이다. 물론 업무와 성격 및 전문성을 고려해 재정비해야 한다. 그러나 무조건 고치는 게 능사가 아니므로 과연 고칠 것이 있는지 또 어떻게 고쳐야 할지를 차분하고 치밀하게 시간을 가지고 분석해서 개선해야 한다.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 재난 업무를 소방방재청이 주관해 오다가 인적재난과 사회재난을 안전행정부로 이관했고 ‘재난과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는 해양사고가 언급조차 돼 있지 않는 무관심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 보고자 한다. 우선 재난의 종류와 유형, 규모, 장소, 유해 정도 등이 너무나 다양하고 또 사고별로 볼 때도 충돌이나 화재, 폭발 등과 같이 조합해서 일어나고 거기에 그 순서도 다양하다. 따라서 각종 재난에 관련된 정보를 집대성하고 다시 전문적으로 분류해서 재난 유형을 정리해야 한다. 또한 재난별 경우의 수마다 적절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재난의 종류별로 맡을 부서를 정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소방방재청을 소방청으로 해서 소방업무만 전담하게 하고 나머지 재난업무 중 안전행정부가 맡고 있는 인적재난과 사회적 재난 그리고 화재소방을 제외한 자연재난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총괄하든지 또는 청와대에서 검토하고 있는 국가안전처에서 맡든지 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중앙조직은 민・관・군・경이 협조 체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네 번째로 재난 유형별로 세분화해서 매뉴얼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재난별로 재난현장 근처 지역에 전문가 조직과 책임자를 지정해야 한다. 그리고 책임자의 직책에 관계없이 전시에 준하는 명령권과 민간 및 군부대, 장비의 동원권과 차출권 등 무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 경우 이들 지역이나 거점의 총괄 책임자들은 재난의 유형에 따라 평소에 미리 지정돼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전문성, 현장 장악력, 통제력, 초기대응력, 판단력, 신속성, 결단력, 소통능력, 책임감 등에 대해 특별훈련도 받아야 하고 상응하는 대우도 해줘야 한다. 그리고 중앙조직은 관련 부처가 협조가 되도록 지원하고 필요하면 현장 투입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물론 중앙조직은 평시에 재난안전 업무를 총괄해서 관리해야 한다.

다섯 번째로 재난 전문가의 양성과 순환보직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공무원 조직에 방재안전직렬을 새로 만들었지만 아직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방재안전직렬 공무원이 사명과 긍지를 가지고 근무할 수 있도록 처우나 비전을 제시해 줘야 한다. 또한 보직과 승진에 있어서도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행정직에 의해 자리가 나눠지는 복수직 제도의 허용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 조직으로 안전에 대한 숙지와 학습 그리고 반복훈련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순환 보직제는 가능한 한 폐지돼야 한다. 특정한 업무에 계속 있으므로 인한 매너리즘과 부패는 따로 개선책을 만들어야지 무조건 순환시키는 것은 전문성을 떨어뜨리고 불합리하다고 본다.

또한 보는 시각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장차관급 인사청문회 검증절차가 무한대의 과거 검증을 하면서 분야별 전문가들이 자리를 기피하는 일도 있다고 본다. 따라서 국가적 인재의 발탁을 위해서 검증 시한을 최근 일정기간으로 제한하는 것을 연구해 볼 필요도 있다고 본다.    

여섯 번째로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필요하다. 국민 모두가 나부터 기본과 원칙을 지키고 국민 각자가 자기부터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훈련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상화시키고 몸에 익히도록 해야 한다. 언론에서도 정기적으로 안전관련 프로를 보도 또는 방영하고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도록 실제적인 훈련 상황을 반복적으로 싫증나지 않게 전달해 줘야 한다.

일곱 번째로 각 분야에서 취약하거나 영세한 곳, 저임금이고 저가수주인 현장을 살펴야 한다. 그런 곳에서는 비전문가나 임시직을 고용하거나 안전경비를 사용하지 않는 수가 많다. 그러다 보면 전문성이나 책임감, 사명감이 결여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고를 잉태하게 된다. 차제에 건설공사나 물품구매, 여행 등에서 적용하고 있는 최저가 낙찰제 제도의 전면재검토가 필요하다. 저가 수주로 인한 부실의 결과는 국민 모두의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오기 때문이다.

여덟 번째로 정부는 국민을 책임지고 공무원은 백성의 심부름꾼이라는 공복 의식과 직업윤리를 재정립해야 한다. 백성을 위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 공직자가 되고 정치가가 돼야 한다. 공무원 개개인이 백성들의 어려움이 어디 있는지 생각하면서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또한 국가를 기업처럼 운영할 수는 없지만 기업운영 기법을 참고해서 국정을 펴야 한다.

아홉 번째로 정부는 공무원과 업계의 유착을 질타만 하지 말고 50대 중반에 퇴직하는 전문가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국가적 인재들을 계속 활용할 방법을 제시해 주지 않으니까 업계로 가려고 하고 유착이 되는 거다. 임금 피크제 도입, 직급파괴 등으로 정년을 연장해 주거나 다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열 번째로 우리나라의 강점인 IT기술과 SNS, 앱, Big Data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 분야는 활용하기에 따라서 효과가 매우 빠르고 클 것이고 개발 결과는 재난 선진국에도 수출할 기술이 될 수도 있다. 

열한 번째로 안전분야의 관리감독을 중복 점검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재난대책 기구는 재난이 발생하지 않는 평상시에 예방과 대응책 마련과 훈련, 홍보 등을 해야겠지만 큰 조직이 다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왜 그런 조직을 만들었냐고 문제 삼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서서히 조직이 작아지고 예산도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조직의 효과적 운영을 위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담당하는 안전점검을 중앙 안전조직에서 중복점검하거나 아예 점검을 도맡아야 한다. 이러면 조직운영도 효율적이 될 것이고 객관적 점검으로 재난을 더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열두 번째로 정부의 안정화가 필요하다. 지금 행정부는 서울과 과천, 대전시, 세종시 등으로 분산돼 있어 상호 협력에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화상회의나 전자결재 시스템을 활성화 시켜서 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잦은 국회 출석으로 인한 업무 공백을 줄이는 방안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차분히 앉아서 업무를 보기 보다는 장차관과 국장, 담당자들이 국회에 다니느라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지 않는지 반성해야 한다.

열세 번째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기본적 질서인 교통질서부터 지키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심코 이뤄지는 과속, 과적, 적재불량, 불법주차, 신호무시, 끼어들기, 정지선 무시, 우선멈춤의 표지판도 없어 지선에서 간선으로 튀어나오기, 경찰관 무시 등등 무질서가 만연하다보니 다른 질서도 안 지키는 거다. 작은 것부터 국가기강과 국민질서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도로나 아파트 단지를 막론하고 피자나 음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의 불법 곡예 운전으로 인한 무질서 행위는 사고위험도 크지만 청소년에게 탈법 이미지를 심어주게 된다. 따라서 업주나 프랜차이즈 업계에게 공동책임을 지우거나 스스로 준법 운전하는 운동을 벌이면 효과가 좋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 시점에서 시급하게 안전 점검을 해야 할 곳으로 고층건물과 백화점, 기숙사, 학교 등 다중 이용시설이나 소방도로가 없는 주택 밀집지역의 화재대비책, 댐이나 저수지의 붕괴 대비책 등을 집중 점검하고 예방해야 한다. 또한 버스나 지하철, 열차 등 대중교통 시설이나 연료저장시설 및 화학약품 관련 차량이나 공장 등도 긴장감을 가지고 점검해야 한다.

이제 앞으로는 세월호의 교훈을 영원히 잊지 말고 재난대비를 안보의 수준으로 높여서 재난의 예방과 대비를 위해 재난정보를 더 체계화하고 그 정보를 신속하고 넓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해서, 안전 선진국이 되고 재난 없는 사회, 안전한 국가, 행복한 국민을 만들도록 다 같이 노력해보자. 그 길이 희생자들의 넋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그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다.  

전찬기 한국재난정보학회 회장(인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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