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 산하기관에 재취업한 ‘관피아’들이 매년 한국소방단체총연합회에서 주최하는 소방인 친선골프대회에 참석해 기관예산으로 골프를 치거나 식사 및 술값 등 뒷풀이 비용도 지원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선미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 비레대표, 안전행정위원회)은 소방방재청 산하기관에서 2012년(10차)과 2013년(11차) 골프대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의 골프비용 지불현황을 각 기관에서 제출받아본 결과, 산하기관에 재취업한 ‘관피아’는 골프비용을 각자 부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12년 대회(1인당 22만원)에 4명, 2013년 대회(1인당 20만원)에 5명 모두 본인이 골프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10월8일 밝혔다.

‘관피아’는 골프비용을 전혀 안 내거나, 기관예산을 사용하거나 누가 대신 내어주고 있었다.

기관별로 살펴보면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은 2번의 대회에 각각 2명씩 참가했는데 골프비용을 전혀 내지 않았고, 평일날 개최된 골프대회에 참가하면서 연차휴가 등 휴가신청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한국소방안전협회는 2012년 대회에 2명, 2013년 대회에 1명이 참석했고 해당 기관의 ‘사업비’ 예산에서 ‘유관기관 행사지원 및 격려’ 명목으로 본인들의 골프비용을 지불했으며 휴가 사용신청도 하지 않았다. 

한국소방시설협회에서는 2012년에 3명, 2013년에 4명이 참석했는데 시설협회 비상근 회장(한방/한방유비스 회장)이 참자가 모두의 골프비용을 모두 대신 지불해 주었다.

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에서는 2012년에 2명의 개인사업자가 참석을 했고, 2013년에 참석한 소방공무원 출신 부회장은 ‘업무추진비’에서 골프비용을 지불했다.

한국소방시설협회와 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에 상근 임원들은 골프대회 당일 연차휴가를 내고 참석했다.

골프대회 이후 본인들의 뒷풀이 비용도 해당 기관들의 예산을 지원받아 사용했다. 

2012년(10차) 대회에서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 등 3개 기관이 ‘홍보비’와 ‘일반사업비’ 예산에서 각각 150만원 총 450만원을 후원받았고 2013년(10차) 대회에서도 4개 기관에서 동일한 예산 항목에서 100만원에서 200만원씩 총 550만원의 후원을 받았다.

각 산하기관에서 후원받은 금액은 골프 라운딩이후 ‘수원CC 연회장’에서 이뤄진 식사와 술값 등 뒷풀이 비용으로 사용됐다.

본인들의 골프 뒷풀이 비용을 해당기관의 예산에서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골프대회 참가자들이 해당 기관의 기관장이나 이사 등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위치(‘지출결의서’ 결제자)에 있었기 때문이다.

‘소방인 친선골프대회’는 ‘관피아’로 구성된 소방방재청 산하기관과 소방학과 교수 및 민간소방업체 등 매년 40여명이 참가하고 있는데, 이 골프대회 자체도 부적절하다.

예를 들어,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은 각종 소방용품의 검·인증 업무를 맡고 있고 검·인증을 받지 못한 소방용품은 시중에 유통시킬 수 없도록 돼 있다.

소방학과 교수들도 소방정책에 영향력을 미치거나, 각종 방재·재난복구 사업 등에서 사업자 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민간 소방업체들이 검·인증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나 사업자 선정위원들에게 ‘줄대기’를 하려는 것을 감안한다면, 골프대회에서 친분을 쌓아 로비창구로 활용할 개연성이 있다.

2003년도부터 시작된 ‘소방인 친선골프대회’는 작년까지 11회 대회가 개최됐고 올해는 세월호 사태로 아직 개최하지 못했다. 골프대회를 주최하는 한국소방단체총연합회는 창립(2008년 1월)이후 작년까지 ‘㈜산청’의 김종기 회장이 총재를 맡았고 올해부터 한국소방산업기술원 문성준 원장이 맡고 있다. 이 단체는 소방방재청 산하기관과 소방 관련 각종 단체들의 회비와 소방업체들의 후원을 통해 운영비를 조달하고 있다.

진선미 의원은 “퇴직 후 산하기관에 재취업한 일부 고위직 관피아들이 평일날 기관 예산으로 골프를 치고 뒷풀이 비용도 지원받는 등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해 있다”고 지적하고 “산하기관을 관리감독 해야 할 소방방재청은 업체들의 로비창구로 이용될 수 있는 부적절한 골프대회를 더 이상 개최되지 못하도록 지도하고, 그동안 골프접대를 받거나 기관예산으로 집행된 골프비용과 뒷풀이 비용을 환수하는 한편 엄중 경고·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또 “진정한 소방인이라면 화마 속에서 생사를 걸고 구조·구급활동을 하고 있는 일선 소방관들에게 미안해서라도 이런 일탈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저작권자 © 세이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