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가 넘는 교통 과태료 체납액 중 7000억원 가량은 차량 명의자와 실제 운전자가 다른 이른바 대포차량 등에 부과된 과태료로 사실상 추징이 불가능하다는 경찰청 내부 자료가 10월12일 확인됐다.

최근 세수부족에 따른 서민증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수천억원에 이르는 과태료를 징수불능 상태에 이르기까지 방치한 정부에 대한 비판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안전행정위원회, 인천 남동갑)이 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한 ‘교통과태료 체납액 분석 및 징수대책(2013년 11월14일)’ 자료를 보면 2012년 기준 누적체납액 1조 3000억원 중 5년 이상 장기 체납액은 6762억원인데 이러한 장기체납은 ‘차량 명의자와 실제 운전자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며 명의자는 무재산자이거나 파산 선고된 자로 압류 등 집행 불능(추정) 상태’이고 ‘법인 폐업 및 개인간 명의이전 없이 채권자나 불특정 인에게 매매된 경우 위반 운전자나 최종 점유자 확인이 곤란’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토부 차량등록원부 정보 변경에 따른 압류 불일치 자료 2080억원 중 상당수도 이미 말소된 차량이 대부분이어서 이 중 800억원은 결손처분하고 468억원은 재압류했으며 나머지 800억원에 대해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했다.

압류 불일치 자료 장기체납액을 제외한 체납액은 292억원인데 이 체납액 역시 징수가 불가능 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500만원 이상 고액체납자 1만3098명 중 1억원 이상 고액체납자 144명이 체납한 403억원에 대해서도 파산 및 폐업 등으로 소재파악이 곤란해 징수가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결국 장기체납액 6762억원과 국토부와의 압류 불일치 체납액 중 장기체납액을 제외한 292억원 등 최소 7000억원 가량은 사실상 징수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이토록 많은 체납과태료가 대책 없이 방치된 사유는 무엇보다 대포차량의 양산을 방치한 채 수많은 대포차량이 정상적인 명의이전 없이 거래되면서 교통법규 위반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범칙금은 운전자 당사자에게 부과되고 기한 내 납부하지 않으면 노역장 등 법적 강제 처분을 받는 반면, 과태료는 차량에 부과되기 때문에 대포차 운전자는 교통법규 위반에도 압류 외에 직접적인 제재가 없는 실정이다. 실제 운전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대포차가 근절되지 않는 한 고질적인 교통과태료 체납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과태료 규정이 허술한 것도 과태료 체납을 부추겼다. 2008년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시행 이전에는 과태료를 제 때 내지 않아도 징수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나 근거가 없어 과태료를 내지 않고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법이 시행되면서 과태료를 연체하면 최대 77%의 가산금을 물리고 압류 등 강제집행 및 감치까지 가능하게 됐다.

또 국토교통부의 차량등록원부 시스템과 경찰청의 압류시스템이 서로 연계가 되지 않다가 2011년 이후에 연계가 되면서 뒤늦게 경찰청에서 압류한 자동차 중 일부가 말소처리된 사실을 파악하는 등 부처간 협업 부족으로 압류조치가 부실하게 이뤄진 부분도 과태료 체납의 한 원인이다.

박남춘 의원은 “대포차에 대한 관리부실과 과태료 규정 미비로 수천억원에 이르는 국가재정에 큰 손실이 발생했다. 대포차는 교통법규 위반은 물론 범죄에 악용될 소지도 크고 교통질서를 해치는 등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너무도 크다. 지금도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대포차를 뿌리 뽑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법망을 피해 웃고 있을 고액체납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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