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이 오·남용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국소마취제(사정지연제)’ 1000만개(7억원 상당)를 불법으로 제조해 전국 러브호텔에 공급한 제조·판매 일당 4명을 검거, 입건했다고 3월6일 밝혔다.

현장에서 발견된 사정지연제 6만개와 사정지연제 연료(24리터 상당)는 모두 압수했다. 또 사정지연제를 투숙객들에게 ‘신비한 마법크림’으로 홍보하며 유․무상으로 제공한 숙박업자, 인터넷판매업자 등 관련자 19명도 함께 입건했다.

이들은 약사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정지연제 불법제조업자를 검거한 것은 국내에선 처음이다. 그동안 이들은 판매할 수량만큼만 제조한 후 종적을 감추는 방식으로 수사망을 피해왔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작년 5월 인터넷을 통해 불법제조된 사정지연제가 판매되고 있는 것을 확인, 인터넷판매업자→전문 공급책→제조자를 역 추적하는 방식으로 1년여 간의 끈질긴 수사와 잠복 끝에 이들을 검거했다.

이들 제조·판매업자는 당국의 허가도 받지 않고 시골 주거지와 농산물 창고를 비밀공장으로 개조해 불법 제조시설을 갖추고 2011년부터 2014년 7월까지 ‘사정지연제’ 1000만개를 제조해 7억원 상당에 숙박업소 비품 도매업소와 전국의 러브호텔에 판매한 혐의다.

알콜, 글리세린, 물을 혼합해 만든 ‘겔’에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불법 제조해왔다.

사정지연제의 주성분인 ‘리도카인’은 일반적인 국소마취제 및 항부정맥제로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피부병변, 두드러기, 부종, 접촉피부염, 찰과상, 소포형성, 천식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치명적인 쇼크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간 기능저하를 격는 사람에게는 독성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이들은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제품포장지에 제품명, 제조업소명, 소재지, 연락처를 표시하지 않고 거래명세서나 컴퓨터 거래내역 파일에는 ‘사정지연제’ 대신 ‘텍스특’, ‘G’, ‘링-소’ 등으로 기재해 관계자들만 알아볼 수 있는 은어를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특히 제조업자 임모씨는 주거지에 제조설비를 설치하고 제조하면서 야간 작업 중 소음 때문에 범죄행위가 발각될 것을 우려해 벽에 계란 포장상자를 붙이는 방법으로 소음을 차단했다.

특사경이 수사망을 좁혀가자 주거지 주변에 별도의 농산물 창고를 임대해 제조시설을 이전·설치해 제조하는 등의 치밀함도 보였다. 농산물 창고에 대해 압수수색영장 집행당시 피의자는 당혹한 표정으로 “여기를 어떻게 알았냐”며 오히려 수사관들에게 반문하기까지 했다.

함께 입건된 숙박업자들은 손님들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객실에 비치했다고 변명하고 있으나, 손님 유치 목적으로 전문 공급책으로부터 정상 제품의 약 20배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 칫솔, 콘돔과 함께 일회용품 세트에 넣어 유·무상으로 대실 손님 등 투숙객에게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입건된 인터넷판매업자는 ‘길고 강한남’ 이란 원색적인 문구로 인터넷 포털 개인 블로그를 개설해, 마취제 성분이 있는 지연제라고 홍보하면서 6만개(3000만원 상당)를 판매해 특사경에 덜미가 잡혔다.

숙박업자와 인터넷판매업자들은 전문 공급책으로부터 구매 시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불법제조한 사정지연제를 피부에 발라보고, 입술에 묻혀보는 등의 방법으로 마취효과를 실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규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과장은 “불법 식․의약품 유통 근절을 위해 앞으로도 제조와 판매단계의 범죄행위 추적을 위해 수사력을 총동원 할 것”이라며 “시민들 역시 식․의약품을 구매할 때는 제조회사 등이 기재되어 있는 포장지를 꼼꼼히 확인하는 등 의사의 처방 또는 약사의 복약지도에 따라 의약품을 구매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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