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 등록 비영리 사단법인은 7월14일 현재 모두 34개이다. 34개의 사단법인은 각각 소방방재청 소속 과에서 설립목적에 따라 나눠 관리 감독하고 있다.

재해경감과가 8개로 가장 많았고 소방제도과와 구조구급과가 각각 7개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많은 곳은 시설안전과 3개, 소방정책과와 예방전략과, 그리고 소방장비과가 각각 2개, 소방행정과, 방호조사과, 소방산업과가 각각 1개이다.  

▲ 소방방재청이 2009년 9월24일 한국비시피협회에 보낸 '정관변경 신청 건에 대한 검토결과 통보' 공문
비영리 사단법인은 법인 설립 목적에 맞게 소방방재청의 소관과에서는 법인설립과 관련된 서류를 심사하고 소관과별로 중복되는 법인들의 목적을 조정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또 법인이 정관을 개정할 때에도 서류 심사를 통해 타당성과 중복성 등을 검토한 후 문제가 없으면 정관개정을 승인해 주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공문에 의한 서류로만 심사를 하다 보니 비영리 사단법인에서 제출하는 서류가 위조된 것인지 등의 여부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더욱 큰 문제는 위조된 공문서가 부족하니 다시 추가로 공문서를 위조해 제출 받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회원과 회원사를 위한 민주적인 비영리 사단법인의 경우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 개인이 개인의 회사나 주식회사의 최대주주인양 사리사욕에만 눈이 먼 사단법인의 상근 부회장이나 사무총장, 사무국장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협회 운영 등을 제왕처럼 운영하고 총회나 임시총회 회의록과 총회나 임시총회 참석자를 위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공문서 위조를 담당 공무원들이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더더욱 담당공무원과의 결탁에 의한 위조 공문서의 추가 위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소방방재청 방재관리국 재해경감과 이곤기 사무관은 “비영리 사단법인과 공문으로 주고 받고 다른 사단법인과 중복성 등을 검토하는 것이지 임시총회나 총회의 자료 자체의 문제에 대해서는 믿고 일을 처리한다”며 “임시총회나 총회의 의사록이 위조됐거나 임시총회나 총회의 참석자들이 위조된 것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한국비시피협회가 2009년 9월17일 소방방재청에 보낸 위조된 한국비시피협회 회원명부 공문
이곤기 사무관은 또 “만약에 공문과 공문에 첨가된 서류가 위조됐다면 고의로 위조된 것인지 아니면 실수로 위조된 것인지를 알아보고 그에 응당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정관변경 개정 승인의 건 등이 위조됐다면 정관변경 자체의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방재청 재해경감과에서는 한국방재학회(대표자 권욱), 한국재난안전교육협회(대표자 정흥수), 재해극복범시민연합(대표자 육광남), 한국비시피협회(대표자 황효수), 빗물학회(대표자 박주석), 한국재난관리표준학회(대표자 조원철), 사면재해경감협회(대표자 김상규), 한국자연재해저감산업협회(대표자 정흥수) 모두 8개이다.

이들 비영리 사단법인들 중 세이프투데이(www.safetoday.kr) 취재 결과 한국비시피협회의 ‘2009년도 정관개정(안) 승인의 건’과 관련된 공문 첨부 문서들이 위조됐고 위조된 사실을 인지한 담당 공무원이 추가 위조를 도운 정황이 지난 7월12일 확인됐다.

한국비시피협회(www.bcp.or.kr)는 황효수 비상근 회장, 정영환 상근 부회장, 김동헌 사무국장과 직원 2명으로 구성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한국BCP협회라고도 표기하는 이 법인은 지난해 9월2일 소방방재청에 ‘2009년도 정관개정(안) 승인의 건’ 공문을 접수시켰고 지난해 9월24일 ‘2009년도 정관개정’을 승인 받았다.

소방방재청 방재관리국 재해경감과에 확인한 결과 한국비시피협회는 지난해 8월31일 오후 3시 협회 회의장에서 임시총회를 갖고 회원 10명 중 출석인원 7명이 참석해 정관변경을 확정한 것으로 돼 있다.

◆ 한국비시피협회와 소방방재청 어떤 서류 오갔나? = 한국비시피협회에서는 2009년 9월17일 소방방재청 방재관리국(국장 강병화) 재해경감과(과장 서상덕) 시설사무관(이곤기), 행정주사(황대성)에게 ‘(사)한국비시피협회 - 정관변경’과 관련한 문서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비시피협회에서 소방방재청에 전달된 문서는 ▲실질적인 한국비시피협회 회원명부 ▲한국비시피협회 정관변경 사유서 ▲한국비시피협회 임시총회 의사록 ▲한국비시피협회 임시총회 참석자 현황 ▲2009년 정관 신구비교표 ▲2006년 개정정관 등이다. 

◆ 임시총회 의사록과 임시총회 참석자 현황은? = 한국비시피협회에서 소방방재청에 보낸 문서 중 임시총회 의사록에는 2009년 8월31일 오후 3시 한국비시피협회 회의장에서 회원총수는 10인이고 출석인원은 6인으로 돼 있다.

한국비시피협회의 회원은 회장 황효수 한국CM기술원장, 부회장 정영환 한국비시피협회 상근부회장, 부회장사 윤석원 SK C&C 전무, 부회장사 이춘근 삼성SDS 공공컨설팅파트, 이사사 유기조 현대정보기술 기술이사, 이사 김용섭 신일기공 대표이사, 이사 김세종 현대정보기술 상무, 이사 송준섭 큐론 부사장, 이사 한채옥 재난포커스 대표이사, 이사 강희조 목원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모두 10인이다.

▲ 한국비시피협회에서 2009년 9월17일 소방방재청에 보낸 위조된 한국비시피협회 임시총회 의사록 공문
임시총회에 참석한 사람은 이사 겸 의장 황효수, 이사 정영환, 이사 김세종, 이사 김용섭, 이사 한채옥, 감사 송준섭으로 돼 있고 모두 의사록에 자필서명을 했으며 직인도 찍혀있다.

소방방재청은 한국비시피협회의 정관변경 사유서를 분석한 후 2009년 9월24일 한국비시피협회에 ‘정관변경 신청 건에 대한 검토결과’를 통보했다.

한국비시피협회의 이 정관개정 신청을 검토한 사람은 강병화 방재관리국장, 서상덕 재해경감과장, 이곤기 시설사무관, 황대성 행정주사이다. 또 이 정관개정을 협조한 사람은 소방방재청 박종윤 기후변화대응과장, 이희춘 재해보험과장, 김계조 복구지원과장, 김인한 방재대책과장이다.

◆ 한국비시피협회 회원명부와 임시총회 참석자 공문서 위조 = 소방방재청 등록 비영리 사단법인인 한국비시피협회의 회원 총수에 의문이 들었다. 한국비시피협회는 소방방재청에 회원 총수가 10인이라고 보고했다. 서류상으로도 주고받았다. 회원 총수가 10인이라면 과연 이게 협회인가 의문이 든다.

그래서 세이프투데이(www.safetoday.kr)는 한국비시피협회에서 소방방재청에 제출한 회원명부의 진위를 취재했다.

세이프투데이 취재결과 SK C&C와 삼성SDS가 한국비시피협회의 부회장사로 돼 있는 데 회비도 납부하지 않고 한국비시피협회에 거의 활동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SDS 홍보팀에 확인한 결과 홍보팀 한 관계자는 “삼성SDS 법무팀에 확인한 결과 지난 2006년 9월 경에 한국비시피협회에 가입했고 2008년 9월까지 2년간 부회장사로 활동했으나 그 이후로는 회비도 납부하지 않고 부회장사로도 활동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사사인 현대정보기술 유기조 기술이사는 한국비시피협회가 소방방재청에 공문서를 제출할 당시인 2009년 회비를 납부하지 않고 있고 활동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확인해 줬다. 유기조 기술이사는 현대정보기술을 그만두고 2009년 11월21일 행정안전부 정부통합전산센터 자원관리과 팀장으로 이직했다. 

한국비시피협회 이사로 돼 있는 현대정보기술 김세종 상무는 한국비시피협회가 소방방재청에 공문을 보냈던 2009년 9월17일 이미 현대정보기술을 퇴사한 상태였다. 김세종 현대정보기술 상무는 2009년 4월15일 정보기술(IT) 자원관리 전문 솔루션기업인 엔키아(www.nkia.co.kr) 대표이사로 이직했다. 김세종 사장은 7월14일 현재 엔키아의 부사장을 맡고 있다. 

▲ 한국비시피협회에서 2009년 9월17일 소방방재청에 보낸 위조된 한국비시피협회 임시총회 참석자 현황 공문

김세종 엔키아 부사장은 “한국비시피협회의 이사로 활동했었으나 2009년 4월 현대정보기술을 떠났기 전부터도 한국비시피협회와는 관계를 거의 갖지 않았다”며 “2009년 8월31일 한국비시피협회 임시총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비시피협회는 김세종 부사장이 임시총회에 참석도 하지 않았는데 자필서명을 위조하고 도장도 찍어 2009년 8월31일 임시총회에 참석한 것처럼 공문서를 위조한 것이다.

또 한국비시피협회 이사로 돼 있는 송준섭 큐론 부사장의 경우도 공문서 위조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우선 큐론이란 회사를 찾아 봤다. 큐론이란 회사의 전신은 하이컴텍(2000년 7월 법인명 변경)과 영창포리머(1996년 4월 설립)이다. 큐론은 지난 2007년 7월 다시 코아브리드라는 법인명으로 바뀐다.

송준섭씨는 주식회사 한진해운에 근무했었고 주식회사 제이엔비손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7월14일 현재 송준섭씨는 주식회사 일경의 공동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한국비시피협회의 회원이면서 이사인 유일한 교수는 목원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강희조 교수(목원대 방재정보통신 지역혁신센터(RIC : Regional Innovation Center) 센터장)이다.
 
세이프투데이(www.safetoday.kr) 취재결과 한국비시피협회의 회원명부 자체가 위조된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 소방방재청 공무원이 한국비시피협회 위조 공문서 추가 위조 도왔나? = 세이프투데이(www.safetoday.kr)는 지난 7월12일 오전 소방방재청 방재관리국 재해경감과 이곤기 사무관을 만나 당시 한국비시피협회에서 제출한 임시총회 의사록과 의사록에 자필서명과 직인 등 ‘정관개정’을 위한 문서 일체의 열람을 요청했다.

기자의 눈을 의심하게 하는 부분이 발견됐다. 취재결과 한국비시피협회가 소방방재청에 2009년 9월17일에 보냈던 위조 공문서 중 임시총회에 참석했다는 참석자가 6명이었는데 소방방재청에서 보여준 공문서에는 7명으로 돼 있었다.

임시총회에 참석했다고 자필서명을 하고 직인도 찍은 문서에 이사 정영환과 이사 김세종 사이에 이사 강희조가 추가돼 있었다. 물론 자필서명과 직인도 찍혀 있었다. 

이 부분은 담당 공무원이 한국비시피협회 정관개정 서류를 이미 받은 후 어떤 문제 때문인지 위조된 공문을 또 다시 위조해 한국비시피협회에 정관개정을 승인해 준 것이다.

소방방재청 방재관리국 재해경감과 이곤기 사무관은 “정관개정과 관련한 문서가 위조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위조 정황이 파악되면 고의로 공문서를 위조했는지 실수였는지 파악해 본 후 정관개정 승인해준 것을 취소하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이프투데이(www.safetoday.kr) 취재결과 한국비시피협회에서 공문서를 위조한 정황이 확인됐고 담당 공무원까지 위조 문서를 인지하고 또 다시 공문서를 위조해 제출하게 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소방방재청 법무감사 담당관실 차원에서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이프투데이는 소방방재청의 후속 조치도 계속 취재해 보도할 계획이다.

한편, 소방방재청 등록 비영리 사단법인인 한국비시피협회의 등기사항을 확인한 결과 7월14일 현재 이사는 황효수, 이찬구, 김지홍, 김용섭, 송준섭, 김세종, 한채옥, 강희조, 서동석, 박영기 모두 10명으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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