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준 보성소방서 소방과장
우리 소방공무원의 담당 업무는 과거 화재진압과 소방점검 등 소방 고유의 업무였지만 지금은 그 역할이 점차 확대돼 주민 생활과 아주 밀접한 생활 속의 사건사고와 불편한 일들을 119신고접수와 동시에 처리해 주고 있다. 그 예로 여름철 기상이변에 따른 벌집제거와 겨울철 대형고드름 제거 등은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됐다.

보성소방서 역시 올해 10월 말 현재까지 벌집제거로만 789건을 출동했으며 이는 1672건의 전체 구조출동 중 약 47%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이밖에 유기견 등의 동물구조 출동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3년에 개정된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0조에 단순 문개방 및 동물의 단순 처리 등은 출동을 거절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접수된 신고를 거절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러한 소방공무원의 역할 확대는 업무량의 증가와 다양한 재난환경 변화로 이어져 각종 안전사고와 순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즉 역할 증가로 인한 안전사고도 동반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사고 범위 확대로 인해 우리 소방공무원은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개인적·제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우리 스스로 다양한 재난환경에 대해 미리 알고 예측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불산과 같은 유해화학물질 유출 등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으며 이밖에 상상하지 못한 재난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어떤 위험이 기다리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 사실만은 깊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또 재난 현장에서는 기본을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본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안전에 대한 상식을 뜻한다. 예를 들면 독단 행동 금지 및 개인 안전장비 착용 등이다. 기본이 지켜질 때 우리의 안전도 지켜질 것이다.

안전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소방인력 및 안전장비 확충은 기본이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에서 인력과 장비 확충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현재 가지고 있는 자원으로 어떻게 시민과 소방대원의 안전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지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고 우리 모두 고민해야만 할 것이다.

이미 시민들에게 우리 소방공무원은 슈퍼맨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 속 슈퍼맨이 아니다. 단순한 부주의 하나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그것이 현실이다. 소방대원의 현장안전수칙 1번은 자신의 안전 확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재난현장에서의 안전은 자기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점을 항상 명심하자.

2015년 11월3일
이승준 보성소방서 소방과장(소방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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