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원 영월소방서장
달력을 보니 장날이다. 찬거리가 떨어진 것이 생각나 퇴근길에 장을 보러 영월 서부시장에 들렀다. 꾸벅꾸벅 졸며 앉아있는 노점상들의 두터워진 옷과 무릎 위의 담요를 보니 어느새 가을이 끝나고 겨울로 넘어가는 문턱 앞에 왔음을 느낀다.

가을의 정취를 채 느끼기도 전에 성큼 다가온 추위에 아쉬움이 들지만 동시에 겨울철 화재발생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대부분의 재래시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낡은 건물에 노후한 전기시설과 열악한 방화시설 등으로 인해 화재 시 많은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이다.

또한 겨울에는 여기저기서 추위 때문에 난방 기구를 쓰고 있어 위험하고, 가뜩이나 좁은 시장 진입로는 주차차량과 적재물건으로 인해 유사시에 소방차의 진입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그만큼 소방대원들의 현장 도착이 지연되고 피해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다행히도 상인들의 화재예방의식과 직원들의 열성정인 재래시장 안전점검 캠페인, 소화기 홍보 덕인지 점포 구석구석마다 소화기가 보인다. 그러나 물건이 자주 왔다 갔다 하는 시장의 특성상 소화기가 가려져 있는 경우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화재 발생 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황하게 되기 때문에 바로 옆에 소화기가 있더라도 보이지 않으면 당황 할 수밖에 없다.

‘곡돌사신(曲突徙薪)’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한서에 나오는 말로 기억되는데 말 그대로 굴뚝을 구불구불하게 지어야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다스릴 수 있고 땔감을 멀찍이 옮겨 놓아야 화재를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

화근이 있으면 미리 조치를 취하라는 사전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인 것이다. 우리도 곡돌사신의 교훈을 명심해 생활 속 작은 부분부터 안전을 실천하고 사건사고에 미리미리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사시에 우리 소방대원들은 단숨에 현장으로 달려가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예방과 사전대비 이다. 흔히 소화기 1개는 소방차 한 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한다. 소화기가 없으면 미리 구비를 하고, 비치돼 있는 소화기는 박물관의 유물이 되지 않도록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모쪼록 우리 도민들이 내 일이 아니라 생각 말고 점포별로 미리미리 소화기를 준비, 관리해 화마로부터 자신의 일터와 가정의 행복을 지켜내고 올 겨울 따듯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2015년 11월17일
박태원 영월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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