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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獬豸)만이 능사가 아니다”
조영학 금산소방서장
2015년 11월 23일 (월) 10:45:19 윤성규 기자 sky@safetoday.kr

   
▲ 조영학 금산소방서장
광화문 앞에 있는 해태상은 고종 때, 경복궁을 복원하면서 대원군이 화재 진압을 위해 비보(裨補)의 목적으로 설치했다.

비보는 ‘약하거나 모자란 것을 도와서 보태거나 채워준다’는 의미로 옛날부터 궁궐에 크고 작은 화재가 자주 일어났는데 궁궐 정면에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관악산이 있기 때문에 관악산의 화기를 차단하기 위해 수성(水性)이 강한 물짐승인 해태상을 대궐문 앞에 관악산을 바라보게 해 세웠다고 한다.

해태는 ‘해치’라고도 불리는데, 중국 요순시대에 등장했다고 전해지는 상상속의 짐승으로 화재를 막는 물의 신수, 재앙을 막는 벽사의 상징으로 궁중에서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됐다.

해태상은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23년 철거됐다가 총독부 청사를 지은 후 1929년 청사 앞으로 옮겨 세워졌으며 제 3공화국 시절인 1968년 광화문 복원공사 후에는 광화문 앞으로 옮겨졌었다.

다시 2006년 광화문 복원 공사시 해태상을 옮겨 놓은 동안, 2008년 숭례문 화재가 나는 바람에 해태가 없어서 관악산 화기가 침범했다는 속설에 문화재청에서 창고에 보관했던 해태상을 다시 광화문 앞에 원위치시켜 현재에 이르고 있다.

풍수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해태가 실제로 화재를 제압하는 역할을 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국회, 국방부, 검찰청등 정부 주요 기관 앞에 설치돼 있다.

과학 문명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가는 현대사회에서 해태상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논란도 있겠지만 동서고금을 망라하고 화재에 대한 두려움과 방비는 의식과 노력을 넘어 신앙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 사회 발전과 더불어 화재양상도 과거에 비해 더욱 복잡다단해지면서 자동화재탐지설비 및 스프링클러 설비 등 화재 초기 감지 및 진압을 위한 하드웨어의 발전으로 어느 정도의 예측과 대비가 가능해지고 있으나 이를 지원할 소프트웨어가 뒤따르지 못하다 보니 ‘안전 불감증’, ‘이번에도 인재‘라는 말이 반복되고 있다.

화재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첨단 장비가 있다 한 들 화재에 대한 경각심과 의식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화재는 사소한 부주의에서부터 = 최근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가 지속되면서 화기취급 또한 급증해 화재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도내에선 연 평균 2850건의 화재로 연간 110여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겨울철(11월~2월) 화재 피해는 연간 1040건으로 전체 화재 건수 및 사상자 수의 40% 가까이에 이르고 있다.

이는 겨울철 하루에 8.5건의 화재가 발생하는 것으로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화재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조금만 방심하면 소리 없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화재는 구조적인 원인에서 발생하는 것 보다는 일상적인 부주의나 사소한 무관심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년 천안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 중 라이터로 연료 마개를 녹이다 유증기에 불길이 닿아 순식간에 차량으로 번진 사고가 있었다. 또 작년에 부여의 한 비닐하우스 주변에서 보일러에 난방유를 주입하기 위해 얼어있던 유류탱크 게이지를 1회용 가스토치로 녹이다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쳤다.

너무나 당연한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너무 쉽게 무시하고 외면하다보면 어처구니없는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화재의 경중을 떠나 화재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폐허로 변해버린 삶의 터전에서 오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주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의 소명을 수행하는 한사람으로서 더 큰 책임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더욱이 도심에서 주말을 맞아 먼 길 오는 자손을 기다리며 방을 덥히다가 불이 나 집칸을 잃고서 망연자실해 하는 어르신을 대하게 되면 안타까운 마음을 넘어 서글픈 심정이 들곤 한다.

◆ 초기진화 무엇보다 중요 = 최근 건축비 절감과 시공기간 단축을 위해 조립식 경량철골조 등을 활용한 건물과 가연성 물품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인근 건물로 급격히 연소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내 집(건물)의 불조심만으로는 화재로부터 안전할 수 없으며, 이웃과 우리의 안전을 통해서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화재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불조심’이 구호가 아닌 생활 속에서 실천되는 실천규범이 되도록 ‘불조심의 생활화’가 요구된다.

전기, 가스, 용접작업 등 화기를 취급하는 모든 경우에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강제가 아닌 필요에 의한 실천이라는 안전의식이 일반화될 때, 부주의나 실수에 의한 화재는 크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화재는 예방도 중요하지만 화재가 발생했을 때 초기대응의 성패에 따라 피해양상이 크게 달라진다.

화재의 경우,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법은 소화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발화부터 5분이 넘으면 화재최성기에 달해 인명과 재산피해를 불가피하게 동반하기 때문이다.

초기화재에서 소화기 한 대는 소방차 한 대 만큼의 위력을 발휘하기에 소화기 사용법을 제대로 익히고 수시점검을 통해 위급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대비가 필요한 것이다.

◆ 공동체적 관심과 안전의식 함양 = 다가오는 연말연시에는 들뜬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안전수칙을 무시하는 등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느슨해지기 쉬운 시기이기에 불특정다수가 출입하는 다중이용업소와 재래시장 등 화재가 발생하면 다수의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화재취약대상에 대한 예방점검과 함께 강도 높은 화재경계활동 요구된다.

이에 금산소방서에서는 103명의 소방공무원과 536명의 의용소방대 등 639명의 인력과 400여 대의 소방장비 등 소방력을 총동원해 화재 및 안전사고 예방과 초동진압에 역점을 두고 각종 재난에 대비한 안전대책을 중점 추진하고 있지만 소방공무원들의 노력만으로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기에 시민단체는 물론 지역주민 스스로 나와 우리주변의 화재위험요소와 불안요인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화재예방은 내 가족의 안전과 우리 집의 보호라는 소극적 안전의식보다는 주변과 이웃의 불안요인과 위험요소를 찾아내는 공동체적 관심과 감시를 통해 내 가족과 우리 집의 안전이 확보될 것이다.

2015년 11월23일
조영학 금산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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