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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장비 혈세 낭비 결국 사실
혈세낭비 밝힌 감찰 직원 ‘불명예 퇴직’
2016년 02월 17일 (수) 22:29:53 윤성규 기자 sky@safetoday.kr

2015년 9월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옛 소방방재청) 국정감사장을 뜨겁게 달궜던 ‘중앙119구조본부 소방장비 구입 혈세 76억원 낭비’ 건의 진위 여부 싸움의 결말이 지난 2월16일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로 ‘어느 정도 사실이었던 것’으로 판명됐다.

감사원은 2월16일 옛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이 사고수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찰용 무인항공기(드론)를 구매했지만 성능이 미달돼 정상 비행이 불가능했고 환자 등을 운반하기 위해 구입한 다목적 ‘들것’은 규격을 맞추지 못해 현장에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감사결과를 공개하고 해당 소방공무원 14명에 대한 징계를 국민안전처에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민안전처 소속 중앙119구조본부가 지난 2013년과 2014년 73억원을 들여 화학사고 발생 시 사용하는 다목적 제독차 3대와 무인항공기, 수중 정밀 영상탐색기 등 해외긴급구호대 출동장비 등을 구입했지만 67억원을 주고 구입한 다목적 제독차의 경우 인체제독 장비를 갖추지 않아 인체제독을 위해 다른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중앙119구조본부는 당시 인체제독 장비를 갖추고 있는 다목적 제독차를 구매하겠다고 공고했지만 인체제독 장비가 없는 차량을 구매했다. 또 공고 규격에 미달된 정찰용 무인항공기를 구입해 무인항공기에 2㎏의 장비를 달면 이륙은 가능하지만 비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확인됐다.

수중 정밀 영상탐색기 역시 GPS(위성항법장치) 내비게이션 케이블의 길이가 공고된 규격보다 40m나 짧은 20m에 불과해 20m 이상의 수심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다.

또 중앙119구조본부는 새로 구입한 다목적 들것이 전복사고의 우려가 있고 조작 시간이 오래 걸리며 소형 엘리베이터에서 출입이 불가능하다는 현장 구급대원의 의견을 듣고도 3억8000여만원을 들여 27대 구매했고 이 다목적 들것을 각 시·도 소방본부에 배치됐지만 현재 전혀 사용되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지난 2011년 4억4000여만원에 구입한 뒤 전국 41개 소방서에 배치한 정찰로봇 42세트의 경우 성능 미달 등의 이유로 화재현장에 출동한 적이 없고 이들 가운데 18세트는 고장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이 국민안전처에 징계요구한 해당 소방공무원 14명은 2월17일 현재 서울소방재난본부, 대전소방본부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세이프투데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또 이번 감사원의 징계요구 대상자 중 2월17일 현재 소방준감 이상의 계급인 공무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옛 소방방재청은 지난 2014년 7월14일부터 9월19일까지 중앙119구조본부를 대상으로 장비구매 과정의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2014년 10월 경 자체 감찰을 진행했던 직원에 의해 ‘중앙119구조본부 장비구매 관련 조사보고’ 문건이 작성됐다.

당시 감찰을 실시했던 옛 소방방재청 소방정책과는 국무조정실로부터 중앙119구조본부의 장비구매 등 비위 의혹을 통보 받고 크게 5가지 사안을 중심으로 조사했다.

중점 조사 내용은 ▲장비구매 관련 입찰규격서와 원가산정 적법성 ▲장비구매 관련 계약 법령 준수 여부 ▲납품 물품의 검사ㆍ감독 공무 의무이행 여부 ▲불법 부당한 업무처리로 예산낭비 여부 ▲중앙119구조본부 청사 대구이전 신축 관련 업체 유착 여부 등이었다.

이 감찰 결과 중앙119구조본부가 구조장비 등의 구매 과정에서 가격 결정에 중요 기준인 산출조사와 원가산정, 납품업체에 대한 검사ㆍ감독 업무를 소홀히했고 이로 인해 76억8300만원의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추정ㆍ조사됐다고 밝혔다.

국민안전처는 이 보고서가 작성된 지난 2014년 10월 일부 관련자들을 종로경찰서에 고발했고 중앙119구조본부는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다. 당시 중앙119구조본부 직원 15명(업무상 배임 및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과 4곳의 납품업체 대표(사기혐의)가 기소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넘겨졌다.

2016년 2월17일 현재 서울중앙지검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2016년 2월16일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돼 검찰 조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당시 옛 소방방재청의 자체 감찰을 중지하도록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박두석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소방조정관(직위해제 중, 당시 옛 소방방재청 소방정책국장)과 김일수 경기도 북부소방재난본부장(직위해제 중, 당시 중앙119구조본부장), 이윤근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소방정책국 소방정책과 계장(직위해제 중, 당시 감찰 계장)의 중앙징계위원회가 오는 3월7일 열릴 예정이어서 징계위원회의 판단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당시 직접 감찰을 진행했던 정찬택 국민안전처 안전감찰담당관실 직원은 2015년 12월16일 사표 수리 후 퇴직했다.

정찬택 당시 감찰 담당직원은 2월17일 세이프투데이와 전화 통화 후 “당시 감찰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는 데 잘못 작성됐다는 입장, 소방조직의 명예를 해했다는 입장 등등으로 결국 국민안전처에 사표를 제출했고 퇴직한 상태”라며 “작년 9월20일 국민안전처 특수재난안전실로 발령을 낸 후 안전감찰관실에서 근무하게 하는 등 육체적, 정신적 피해로 인해 병가도 내고 온갖 시달림을 당한 후 퇴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찬택씨는 또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니 거의 내가 감찰했던 것과 비슷하다”며 “내가 감찰을 잘못했다는 식으로 육체적, 정신적 손해을 입힌 것에 대해서는 법적인 검토를 하고 있고 내가 고통받은 것을 회복하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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