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희천 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3연패 뒤 희망적인 첫 승을 거두었다. 1,200여개의 병렬로 연결된 수퍼컴퓨터의 계산을 능가하는 수읽기를 함으로써, 인간의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은 감동 그 자체였다.

4국에서 알파고의 오류같은 착점을 두고, 아직은 인간에게 멀었다는 의견들도 보인다. 그렇지만, 4국의 상황에서 이세돌이 놓았던 놓을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몇 명이나 되겠는가를 생각해 보면, AI(인공지능)의 성과는 매우 놀랍다고 볼 수 있다. 즉, 세계 최정상의 프로기사들도 알파고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대국의 결과는 인공지능이라는 존재는 우리의 삶에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다가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바둑의 수많은 변화를 프로기사들보다도 잘 계산하는 능력이면, 일상적인 자동차 운전 정도는 일도 아닐 것이다.

물론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은 아직 시간이 걸린다고는 한다. 그렇지만, 휴대폰이 보급되기 20년 전만 하더라도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은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었음을 감안할 때, 앞으로의 변화는 글자 그대로 시간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미래의 변화를 모두 예측하기 어려우니 친숙한 소방분야부터 생각해 보자. 소방시스템이 고려해야할 변수는 프로바둑 대국보다 더 많다고는 할 수 없다.

알파고에게는 소방제품과 시스템을 설계하고 배치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역할은 프로그램이 지시한 대로 실행하면 그만일 뿐이다. 자동화된 건물에서는 몇 개의 센서와 프로그램이면 점검도 가능할 것이며, 화재 대응의 판단도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가리키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며, 이는 산업의 변화도 촉발시킬 것이다. 엔지니어가 필요한 분야에서 가져올 변화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실로 떨릴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인간이 배우고 학습하는 것은 쓸모 없는 것이 될 것인가? 삶이 계속되는 이상,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하더라도 우리는 새로운 세계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효율성의 변화에 저항하면 결국 시장을 잠식당하고 퇴출된다는 것은 역사에서 이미 증명되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력감을 느끼고 인공지능의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설계한 것을 이해하고 기계의 제안을 점검하면서 시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시키더라도 이해하고 하는 것과 모른 채 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기계가 바둑을 두고, 로봇이 정밀한 일을 하는 세계에서도 인간이 구구단을 외우는 것은 여전히 필수적인 일이다.

또한, 현재 인간이 보유하고 있는 상당 부분의 직장이 사라지더라도, (어느 정도일지는 알 수 없지만) 새로운 일자리는 생겨날 것이다. 인간의 한계가 명백히 드러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장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일 것이다.

5년 뒤에 세상은 어떻게 변해 있으며,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겠는가?

2016년 3월14일
최희천 열린사이버대학교 재난소방학과 교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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