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직원 간 업무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직급‧경력별 업무분장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이 기준을 통해 숙련된 상위직급으로 갈수록 고난이도 업무가 부여되는 방향으로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휴가 사용도 적극 권장해 직원 휴식과 재충전 기회를 확대한다. 간부부터 휴가 가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5급 이상에 ‘간부 휴가 목표제’를 도입, 휴가일이 목표일에 미달되면 연가보상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직원들은 대면보고 없이 전자결재만으로 휴가갈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

직원 인사고충과 관련해 권한을 가진 인사담당 간부가 직접 대면 상담하는 비공개 원스톱 창구를 신설하기로 했다. 기존의 온라인 접수시스템이 익명성 보장 불안 등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직원 의견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3월30일 오전 8시 ‘직원 중심의 행복한 일터 만들기’를 주제로 한 올해 첫 직원 정례조례에서 이와 같은 내용의 4대 핵심과제와 10대 지속과제의 ‘직원 중심의 조직문화 혁신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혁신방안은 행정1부시장을 팀장으로 하는 조직문화 혁신TF 주도로 만들어졌다. 준비과정에서 직원대표 100인 집중토론회(2016년 1월25일), 전 직원 온라인 설문(2016년 2월23일~26일) 등을 통해 노조, 하위직, 전환 공무원, 사업소 직원, 격무부서 직원 등 과거 인사․조직 의사결정 과정에서 비교적 소외돼왔던 직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녹여내는 상향식(Bottom-up)방식으로 수립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 추진돼오던 조직문화 개선 15대 과제(2014년 3월~), 인사혁신을 위한 신명나는 조직문화 수립 추진과제(2014년 12월~) 등의 성과와 남은 과제를 중간진단하고, 변화된 행정 환경과 직원 요구를 반영해 실효성 있는 과제 위주로 개편했다.

특히 본청 및 사업소 직원의 약 20%에 해당하는 총 2107명에 대한 온라인 설문을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물어 4대 핵심과제를 최종 확정했다. 가장 많은 직원이 ‘업무부담 완화’를 원했고, ‘적정한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휴가 확대’가 뒤를 이었다.

설문을 통해 17개 후보과제에 대한 직원들의 과제 선호도를 물은 결과(5개 복수응답) ① 직원 간 업무편중 완화(직원 선택비율 50%), ② 재충전을 위한 휴가제도 확대(43%), ③ 부족한 실무 인력 확충(40%), ④ 소통․감성형 리더십 확립을 위한 관리자 교육(34%), ⑤ 눈치보지 않고 휴가 쓸 수 있는 분위기 조성(34%), ⑥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직접상담 확대(32%) 순으로 나타났다.

시는 직원들의 바람을 담아 첫째 핵심과제로 직원이 체감할 수 있는 업무 완화를 추진한다.

날로 높아지는 시민 기대와 행정의 융․복합화로 새로운 업무가 늘어나고 있지만, 기준인건비 제약에 막혀 인력은 늘 부족하고 직원 간 업무량 불균형이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직급‧경력별 업무분장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하고 전 직원의 담당 업무량을 분석해 불합리한 편중현상을 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기피‧격무 업무 부서에 대해선 사례 분석과 직원 인터뷰를 통해 기피업무를 유형화하고 유형별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기피 업무 발굴, 유형화는 단위업무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초과근무, 결재문서, 담당자 교체주기 등)과 부서 인터뷰 등을 진행, 유형별 대응방안(정원 증원, 직급 상향, 교육 강화 등)을 상반기 중에 내놓을 예정이다.

기준인건비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시간선택제 임기제, 한시 임기제 등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꾸준히 모색할 방침이다.

두 번째 핵심과제는 적정한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휴가 확대다. ▴간부 휴가 목표제 ▴간부 휴가 예고제 ▴월별 일괄 휴가 상신 제도화 ▴샌드위치데이, 명절 전․후 연계휴가 사용 권장(계속) ▴사계절 휴가제 등을 시행한다는 계획.

장기재직휴가, 샌드위치데이 등 적극적으로 휴가를 확대해온 결과, ’15년 전직원 평균 연가사용 일수는 12.3일로 전년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3급 이상 간부는 8.3일로 평균을 크게 밑도는 상황이다.

간부 휴가 목표제의 경우 직급별 목표 연가일수를 설정하고(3급 이상 15일, 4급 13일, 5급 10일), 그 이상 사용 시에만 연가보상비(사용하지 않은 휴가를 수당으로 돌려받는 제도)를 지급하는 내용. 예년처럼 휴가사용에 소극적인 간부는 연가보상비를 전혀 받을 수 없게 된다.

특히 시는 작년 신설했으나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동계 휴가 외에 봄철, 가을철 휴가도 각 3일 이상 신설, 사계절 휴가제를 시행함으로써 직원들이 충분한 휴식 후 업무에 복귀해 역량을 발휘하도록 할 계획이다.

세 번째 핵심과제로 ‘직원이 바라는 관리자 리더십 정립’을 추진한다. 간부들의 권위적 행태가 상당부분 개선됐지만, 일부 간부의 경우 수직적 행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

또 주요 세부 과제로 3~5급 관리자들에게 ‘관리자 소통․감성 리더십 특별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매월 ‘이달의 간부’를 선정, 시상해 바람직한 리더십의 구체적 상을 제시할 계획이다.

특히 실무자→간부급으로 전환하는 5급 승진자 대상 교육에선 관리자로의 역할 변화에 필요한 마인드 정립, 의사소통 및 갈등조정 역량 등을 제고할 수 있는 리더십 교육을 강화한다.

시는 네 번째 핵심과제로 ‘고충상담시스템의 전면적 개편’을 약속했다. 직원들이 신변 노출 우려나 실효성에 대한 불신을 거두고 편하게 어려움을 상담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다.

시는 직원 고충 해소를 위해 박원순 시장 핫라인인 ‘원순씨 고충상담실’ 외 실․국장 소통방, 인사상담방, 언어폭력 신고센터 등 다양한 상담 창구를 운영 중이나, 익명성 보장 불안 등으로 직원들의 정식 고충 제기는 2015년 총 286건 상담에 그쳤다.

세부과제로 ▴고충처리 3대원칙 제정 ▴인사담당자가 직접 상담하는 비공개 원스톱 창구 신설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 신설 ▴고충처리 이원화(실․국장 관리책임제) 등이 추진된다.

비밀 보장, 5일 이내 빠른 답변, 명확한 결과 제시를 고충처리 3대 기본원칙으로 정해, 이를 바탕으로 고충 유형별 지원방안 등 가이드라인을 수립한다.

온라인 고충 접수를 넘어 원스톱 비공개 인사상담 창구를 통해 인사담당 간부가 업무상 어려움을 직접 듣고, 상담결과는 정기‧고충 인사에 최우선 반영해 실효성을 확보한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는 기존 언어폭력 신고센터의 기능을 확대한 것으로 관리자․동료 등의 언어․신체 폭력 외 부당한 업무지시, 따돌림 등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접수된 고충은 경미한 사항과 심각한 사항으로 나눠 이원화 처리한다. 경미한 사항에 대해서는 우선 실․국장 관리책임 하에 자체 개선토록 하고, 계속 개선이 안 되거나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는 조사담당관 등의 정식 조사를 거쳐 인사부서 직접 개입 및 실․국장 불이익 조치(주의조치, 성과평가 하향조정 등)를 단행한다.

한편, 보다 장기적 검토를 통해 조직문화의 체질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내용들은 10대 지속과제로 지정, 관리하기로 했다.

혁신(안) 과제들 중 일부 즉시 시행 가능한 과제들은 이미 시행에 착수한 상태이며, 나머지 과제들도 이르면 4월초부터 세부 추진계획 입안을 시작으로 실행에 돌입한다.

조직문화 혁신TF팀장인 류경기 행정1부시장은 “이번 혁신안은 1만여 시 직원이 함께 만들어낸 것이나 다름없다”며 “수차례 설문과 토론회를 통해 공감대는 충분히 확보한 만큼 시행에는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직원들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고 장기적으로 조직문화 차원의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상시 관리 체계를 구축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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