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태풍 곤파스가 서울과 중부지방을 관통했다. 지난 15년 사이에 서울에 가장 근접한 태풍이었고 매우 빠른 제트기류 등의 영향으로 많은 비와 초속 52.4m의 강력한 바람을 동반했다. 매년 이때쯤이면 여러 번의 태풍피해로 뉴스가 떠들썩한데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깨지기 쉽고 파쇄 면이 날카로워 흉기로 돌변하는 유리에 대한 피해 사례들이다.

이제는 아파트의 발코니 유리가 깨져서 무너져 내리고 파편이 튀어서 제 2차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한 뉴스는 태풍이 몰고 오는 당연한 결과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또 이어서 태풍 “말로”가 남해안부터 북상해오고 앞으로도 많은 태풍이 우리의 창을 위협할 것이다.

한국유리공업(주)은 태풍과 같은 자연현상은 피해갈 수 없어도 그에 대한 피해를 대비하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유리로 인한 태풍 피해를 막아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9월14일 밝혔다.

태풍에 의한 유리의 파괴는 왜 일어나는가?

태풍으로 인한 건물의 창유리 파손은 직접적으로는 바람으로 유리면에 인가되는 압력(풍압)이 그 유리가 견딜 수 있는 한계응력 이상을 유발할 때 발생한다. 풍압이 판유리에 가해지면 유리는 반대편으로 휘어지고 반대 면에 인장응력이 발생한다.

통상적으로 네 변이 지지된 경우 유리의 중심부위가 가장 많이 휘어지며 모서리 근처로 갈수록 휘어짐이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유리는 절단된 모서리 근처에 미세한 균열이 존재하기 때문에 중심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응력에 취약하고 한계점 이상에서 파손이 먼저 발생해서 중심부로 전달된다. 그리고 큰 응력에 의해 파손된 경우일수록 파쇄 시작점에서의 균열 분기가 많아지기 때문에 파편 조각이 날카로운 예각을 띠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창유리가 무방비 상태에서 풍압으로 인해 파손되었을 경우에는 대책 없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 같은 풍압조건이라 해도 내륙지역의 건물인가 해안지역의 건물인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내륙지역의 경우에는 주로 풍압에 의해 파손되는 경우가 많으며 고층건물이나 대형창호에서 주로 파손이 발생하다.

파손 후의 2차 파편에 의한 영향으로 고층빌딩의 경우 상층부에서 하층부까지 일렬에 가까운 파손분포를 나타낼 경우가 많으며 풍향의 영향으로 특정 방향으로 설치된 유리에서 주로 파손이 일어난다.

이에 비해 해안지역의 경우에는 풍압 뿐 아니라 해일, 풍랑, 부유파편 등이 복합적으로 유리면에 충돌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로 저층건물이나 건물의 하층부에 집중적으로 피해를 준다. 특히 부유물질의 충돌로 인한 파손인 경우에는 유리의 크기나 열처리(강화처리) 여부와 관계없이 파손되는 수도 있다.

태풍으로부터 안전한 유리는 없는 것일까?

최근에는 아파트와 상업용 대형건물들이 점점 초고층화 되면서 태풍과 같은 자연현상으로 인한 풍압에 노출이 많이 될 수 밖에 없다. 상업용 대형건물의 경우, 건물 설계 단계에서부터 건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풍하중의 기준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부분의 경우 강화유리가 사용되고 있다.

또 시공 전에도 동풍압 시험기를 이용해 건물에 시공할 유리를 직접 장착하고 설계압 및 그 이상의 풍압에서 어느 정도 견디는지 테스트를 거친다. 따라서 태풍에 노출되는 환경에서도 풍압 이외 요인이 아니면 파손의 가능성이 극히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파트를 비롯해 주거용 건물의 경우에는 풍압에 대한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발코니유리의 경우에는 사용자가 준공 후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장 넓은 면적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풍하중에 대한 검토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거주자들은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태풍 “곤파스”는 기상청의 보도에 따르면 최대순간 풍속이 초속 52.4m를 기록했고 건물이 밀집돼 있는 수도권 지역도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을 동반했다. 곤파스가 주로 타격을 주었던 서울지역의 10층 이상 아파트의 경우에는 일부 발코니 창이 초속 30m 이상의 강풍에 견디기엔 불안정하다는 내풍압 진단이 나왔다.

그래서 곤파스가 지나간 서울 및 경기도지역이나 서산, 보령 등 충청도 지역에서 발코니 창이 강풍에 깨지고 깨진 유리가 내창을 쳐서 더 많은 유리가 깨졌다. 그리고 실내에 유리 파편이 쏟아졌으며 강풍이 계속 실내로 몰아쳐 들어왔다. 그 뿐 아니라 창 바깥쪽으로 비산된 발코니 창유리 파편이 지나가는 사람을 해하거나 주차해놓은 차량에 손상을 가하는 등 2차 피해가 속출하게 되는 것이다.

안전한 유리를 사용하고 태풍 피해를 줄이자.

유리는 파손된 이후의 2차 피해가 더욱 위험하기 때문에 파손 자체에 문제 보다는 파손 이후에 파편으로 인한 인명 및 재산상의 피해를 줄이고 파손으로 인해 후레임(창틀)에서 유리가 빠져 나오거나 쏟아져 내리는 현상을 사전에 방지해 추가적인 인명피해를 막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유리의 파손으로 인해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인 파손으로 인해 새로운 유리를 실측해서 설치하기 전까지 외부의 비와 바람 및 기타 침입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일단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주거용 건물이든 상업용 건물이든 정확한 내풍압 진단을 통해 알맞은 유리 사양을 선택해 시공해야 하고 강화유리를 사용해야 하는 고층의 경우에는 규정에 따라 강화유리를 사용함으로써 풍압에 대비해야 한다.

또 강화유리를 사용한다고 해도 더욱 강력한 태풍이나 지진 등으로 인해 한계 이상의 충격을 받으면 파손될 수 있으므로 유리 사용으로 인한 충분한 안전성 확보를 위해 2차적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유리를 사용해야 한다.

최소 두 장의 판유리 사이에 투명하면서도 접착성이 강한 폴리비닐뷰티랄 필름(polyvinyl butyral film)을 삽입하고 진공상태에서 판유리 사이의 공기를 완전히 제거해 고온과 고압으로 밀착시켜 만드는 접합유리가 그 좋은 예이다.

접합유리는 파손돼도 유리가 그대로 형태를 유지한 채 파편이 튀거나 떨어지지 않고 후레임에 유리가 끼워져 있으며 파손된 부분에 금이 간 상태로 유지될 뿐아니라 충격물이 관통되지 않고 구멍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유리가 파손된 이후에도 안전하게 외부와의 차단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점점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에는 발코니 유리에 품질이 인증 받은 접합유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태풍으로 인한 유리 피해! 이제 당연한 것이 아니다.

매년 찾아오는 태풍으로부터 안전하게 우리의 인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유리가 있다면 더 이상 태풍에 의한 유리 피해가 당연한 자연재해라고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지역 및 건물의 형상 등 조건에 따라 변수가 있지만 건축법규에 의해 정확한 설계 풍하중을 산정하고 유리를 포함한 최적의 창호 사양을 찾아 적용한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해안가 지역 이나 고층 건물 등 내풍압 진단에 따라 유리의 강도를 놓인 강화유리(또는 반강화유리)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기준에 따라 강화유리를 사용해 창유리의 허용응력을 높인다.

둘째, 모든 건물에 안전접합유리를 사용해 유리가 파손되더라도 추가적인 2차 피해를 최소화한다. 세째, 유리를 잡아주는 프레임의 강도도 반드시 검토해야 하고 안전성이 검토된 표준시방에 적합하게 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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