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교동 원룸화재 초인종 의인, 쌍문동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다른 집 현관문을 두드린 의인 등 급박한 화재현장에서 타인의 생명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위기에서 구해낸 사례들은 우리에게 많은 감동과 나를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줬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지난 9월23일 양천구 신월동의 한 다가구주택 화재현장에서도 있었다. 주인공은 박대호씨(32)로 자신이 살고 있는 다가구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고 119에 신고한 후 직접 현장에서 이웃주민 2명을 구해냈다.

박대호씨는 자신의 집에서 쉬던 중 플라스틱 타는 냄새를 맡고 부인과 함께 대피하던 중 이미 복도에 연기가 차기 시작한 걸 발견하고 위층으로 올라가 초인종을 누르며 거주자들에게 불이 난 사실을 알렸다.

부인은 지하층으로 내려가 화재사실을 알렸으나 인기척도 없고 문도 잠겨 있어 1층으로 대피, 남편을 만나 이 사실을 알려주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지하층의 창문이 열리면서 “아저씨 살려주세요, 저 여기 갇혀 있어요!”라는 여학생의 목소리를 듣고 다시 지하층 현관문을 확인해보니 이미 불이 번지고 있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진입이 곤란했다.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건물 외벽 창문의 방범창 섀시를 맨손으로 제거하고 여학생을 구조해냈다. 구조된 여학생은 “저쪽 방에 오빠도 있다”며 구원의 손길을 다시금 요청했고, 건물 반대편 창문으로 달려가 방범창을 제거하고 여동생의 오빠도 무사히 구조했다.

구조된 두 학생 모두 단순 연기 흡입으로 큰 부상 없이 양천소방서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모든 일은 소방대가 도착하기 5분전에 일어난 일로, 화재는 양천소방서에 의해 30여분 만에 완전히 진화됐으며 박대호씨에 의해 구조된 2명의 학생 외에 인명피해는 없었다.

박대호씨는 “지금 생각하면 맨손으로 어떻게 방범창을 제거하고 학생들을 구조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자기도 모르는 괴력이 발휘된 것 같다”며 “당연한 일을 했다”고 말했다.

김용준 양천소방서 서장은 “주민이 침착하고 용기있는 행동으로 어린 학생들의 생명을 구했다”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편 박대호씨에게는 양천소방서에서 감사의 뜻을 담은 서장표창을 전달할 계획이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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