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학 서초소방서장
청명한 가을 하늘 너머로 성큼성큼 동장군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는 계절이다. 우리 소방관들에게 있어 겨울은 저 멀리 수중기가 피어오르는 것만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계절이다.

최근 3년간 서울시의 화재현황을 보면, 겨울철은 계절별 화재발생 점유율 1위(34%)이며, 연평균 1522건의 화재사고가 발생해 무려 78명(사망 10명, 부상 68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작년의 경우, 재산피해액만 61억8000만원에 달해 한해 재산피해액의 37.6%를 차지했다. 이는 여타 계절보다 겨울철에 대형화재가 많이 발생한다는 방증이다. 유독 소방관들이 겨울철이면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초소방서는 지역의 소방안전을 담당하는 책임기관으로서 더욱 효율적인 안전정책을 고민한 끝에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최고의 가치임을 재인식하고 올해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를 ‘겨울철 소방안전대책’ 기간으로 설정해 화재예방과 신속한 재난대응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우선, 많은 시민이 모이는 백화점, 전통시장, 공연장 등에 대한 소방특별조사를 통해 대형화재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화재취약대상에 대해서는 최단거리의 소방차 출동로를 확보하고 사전 재난취약요인을 파악하는 등 빈틈없는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또 서초구 요소요소에 화재예방문구가 새겨진 현수막과 홍보배너를 내걸고 소방공무원들이 거리에서 불조심 캠페인과 안전체험한마당 행사를 펼치는 등 시민들의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고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저소득가정 등 재난취약계층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무료 보급하고 정기적인 안전점검을 하고 있으며 한파나 폭설 시에는 노약자 등 재난약자의 안전이상 유무를 확인해 신속한 구급서비스를 제공하는 ‘순회구급대’를 1일 3회 운영할 계획이다.

이렇듯 서초소방서의 전 소방관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올 겨울 내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살뜰히 챙겨나갈 예정이다. 

겨울철은 난방기구의 사용 등으로 인해 화재발생 빈도가 높다. 일반적으로 화재는 5분이 경과되면 급속하게 번지고,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러나 소방관들이 황금시간 내에 도착하는 데는 교통체증과 도로여건 등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즉, 재난상황 시 황금시간의 확보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와 인식개선이 절실하다. 여기서 시민의 역할은 소방차 출동로에 불법 주‧정차를 삼가하고, 출동하는 소방차에 길을 양보하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생각도 실천이 수반되지 않으면 무용하다 했다. 이제 집에 돌아가면 가족들의 손을 잡고, 방에 비치된 소화기의 사용법을 복습하고, 콘센트에 전열기구가 과다하게 꽂혀 있지는 않은지, 비눗물을 만들어 밸브에서 가스가 새지는 않는지, 화재가 나면 어떻게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다함께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가정에서 밴 좋은 습관이 학교로 직장으로 번진다면 우리의 생활도 한층 더 안전해지지 않을까 싶다.

따뜻하고 행복한 겨울나기를 위해 다른 무엇보다 ‘안전’부터 준비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 그렇다면 올 겨울은 재난으로 인해 아픔을 겪는 사람이 없는 따뜻하고 행복한 계절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16년 11월16일
김재학 서초소방서 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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