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학 서초소방서장
프레드(Fred)는 보통의 집배원과는 사뭇 다른 인물이다. 그저 우편물을 쌓아 두고만 가는 여느 집배원들과 달리 고객이 받아보기 편하도록 스케줄에 맞춰 정리까지 해준다.

혹, 고객이 집을 비우는 날에는 도둑이 들지 않도록 우편물을 대신 보관해주고, 잘못 배달된 우편물은 택배회사 측의 실수라 해도 고객의 만족을 위해 자신이 직접 처리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처럼 수많은 집배원들 중에서 프레드가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평범한 우편물 배달 업무에 늘 애정을 갖고 임하고, 고객들을 살뜰히 배려하며, 그들의 고민에 항상 귀 기울이기 때문이다.

그런 프레드로 인해 사람들은 모두 미소를 머금게 되고, 그의 행동과 마음가짐을 하나의 롤모델로서 닮길 원했다. 이런 까닭에 “당신은 프레드군요.”라는 말은 미국 서비스 분야에서 최고의 칭찬으로 자리매김했다.

서초소방서는 올해 ‘프레드상(賞)’을 제정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라도, 그 상황과 시간에 오롯이 정성을 쏟은 우편집배원 프레드의 미담처럼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민원인을 위해 감동서비스를 실천한 직원을 발굴하고 격려하기 위함이다.

우편물을 배달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을 고객이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일’로 만들어 낸 그의 정다운 모습은 곧 우리 소방서 구성원들의 오늘과 오버랩 된다.

필자는 대한민국 소방관의 한 사람으로 ‘행복한 소방행정을 펼치겠다는 시민과의 약속을 어떻게 하면 잘 지켜낼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놓고 끝없이 고민했고 그 답을 바로 프레드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었다.

공직자에게 첫 번째로 요구되는 덕목은 ‘청렴’이라 했다. 그렇다면 청렴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바로 ‘친절’이다. 민원인을 대하는 따뜻한 인사, 잦은 눈 마주침, 살가운 배려 등의 ‘친절’은 곧 공직사회의 청렴도를 향상시키는데 크게 이바지하게 된다. 청렴은 친절에서 비롯되고, 그것은 곧 고객감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모르는 이들을 위해서도 기꺼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 그것이 곧 ‘청렴’과 ‘친절’의 근간이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은 다른 이들을 존중하며 다정하게 대한다. 또, 누군가를 염려하며 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기 마련이다.

프레드는 누군가가 하기 어려운 일들을 해서 감동을 준 것이라기보다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미처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부분을 찾아 실천했기 때문에 더 큰 감동을 준 것이다. 그는 이왕 해야 할 일이고, 내가 할 일이라면 일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부여하고 열정적으로 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누구든지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고 변화를 위해 노력하면 프레드가 될 수 있으며, 내가 먼저 프레드가 될 때에 내가 속한 가정과 직장이 변화되고 나아가 온 세상이 변화될 수도 있다는 새로운 희망에 부풀어 본다. 그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고, 배려하고, 경청하고, 관계 역량을 키운다면 누구나 프레드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초소방서의 프레드들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시정 최고의 가치임을 재차 가슴에 새기고,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데 힘을 쏟을 것을 거듭 다짐한다. 소방관은 신이 만들고, 사람이 가꾼 직업이라 했다. 시민의 행복을 위한 숭고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우리를 가꾸겠다.

더불어, ‘나의 평범한 일상’을 ‘시민의 특별한 하루’로 만들어가는 친절한 소방관 프레드의 활약은 공직사회 전반에 곧고 깊게 뿌리를 내려 두고두고 귀감이 될 것이라 믿는다.

2017년 7월10일
김재학 서초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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