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청장 조종묵)은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를 비롯해 재직 시 1만번 이상 화재현장에 출동했던 이실근 퇴직 소방공무원이 ‘소뇌위축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투병중이나, 공상 불승인 판정을 받은 이후 힘겨운 법정투쟁을 해오던 중 대법원이 지난 9월20일 원심을 파기했다고 9월25일 밝혔다.

“1심과 2심에서는 ‘소뇌위축증’이 유전성 질환일 가능성이 있어 공상 인정을 해주지 않았으나 소방 R&D사업 중 현재 진행 중인 ‘재난현장의 유해물질 노출에 따른 소방공무원 해독 프로그램 개발’ 등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연구결과물들을 바탕으로 ‘비록 유전성 질환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화재현장에서 노출되는 독성물질이나 산소부족, 열, 심리적 스트레스가 축적될 경우, 발병이 촉진되거나 진행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부분이 대법원에서 전향적(前向的)으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본 판결에서 연구결과를 증언한 연구책임자 이화여자대학교 뇌인지과학과 김지은 교수가 말했다.

김 교수는 “연구결과가 실험실에 머무르지 않고, 당사자인 소방공무원에게 적용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사회의 작은 변화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본 소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는 구체적으로 매 사례를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소방관으로서의 근무이력이 일정기간 이상이면 특정질환들을 모두 공상으로 인정해 주는 공상 추정법(Presumptive Cancer Legislation)을 적용하는 추세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5월에 위험물질 등 발병인자에 다수 노출되는 소방관 등에게 중증·희귀질환이 발병한 경우, 질환과 업무 관련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기존 인증제도의 문제점 개선을 위해 공무상 질병으로 추정하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일명 “고 김범석 소방관법”이 대표 발의(경기 용인시정 표창원 의원)된 적이 있다.

중앙소방학교 정병도 소방과학연구실은 “현재 소방현장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소방공무원의 건강 추적과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위한 R&D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소방 대응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리빙랩을 운영해 올해는 소방공무원 청력손실 방지와 화재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유해물질로 인한 피부로의 노출량 측정 사전연구를 진행하는 등 향후 소방공무원의 현장 활동을 보다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소방과학연구소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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