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남기 농민이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쓰러질 당시 누군가 살수요원에게 살수지시와 종료지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살수시작 10초 만에 농민이 쓰러진 것으로 볼 때 살수 지시자는 백남기 농민의 부상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금까지 경찰 직원 중 아무도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사실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던 사실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살수를 지시한 사람은 현재로서 공춘학 전 4기동장비계장이 유력한데, 국감출석요청에 불응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행정안전위원회, 인천 남동 갑, 인천시당위원장)은 충남9호차 살수요원이었던 한모 경장의 청문진술내용을 검토한 결과, 한 경장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4차 살수를 포함해 살수할 때마다 현장지휘관의 살수지시와 종료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0월13일 밝혔다.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4차 살수와 관련해 청문담당관이 한 경장에게 당시의 상황을 묻자 한 경장은 “세번째 살수 이후 대기하던 중 시위대들이 밧줄을 잡아당기고 있었는데, 살수 무전지시가 없어서 살수를 하지 않고 있던 중 무전에서 다시 살수지시가 내려와 살수를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백남기 농민은 4차 살수 직후 10초만에 쓰러졌는데, 이는 살수 지시자가 백남기 농민을 보고 있었다는 정황이다. 또 한경장은 살수 종료와 관련해서도 진술했는데 자신은 백남기 농민이 구호되어 나가는 것도 보지 못했고 중단하라는 지시가 있을 때까지 살수를 한 것뿐이라고 진술했다. 이 진술의 의미는 살수 종료 시점에도 누군가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박남춘 의원은 한경장 진술의 진위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당시 상황이 녹화된 광주 11호차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한경장의 말처럼 시위대가 밧줄을 잡아당기고 있음에도 살수를 하지 않고 있다가 몇 초가 지난 이후에 살수를 시작했으며, 시위대가 모두 이격돼 살수 현장에 아무도 없음에도 계속해서 바닥을 향해 살수를 진행한 것은 종료지시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이며, 이를 볼 때 한경장의 진술이 진실에 가까워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 계장의 진술에서는 모순이 확인된다고 밝혔는데, 공 계장은 같은 날 진행된 청문조서에서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상황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하며 그 이유를 3대의 경찰버스 차량 지붕을 이동하며 상황관리를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살수차 3대 중 2대는 호스 절단으로 사용이 중단된 상황이었고 그 당시 유일하게 사용된 살수차는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충남 9호차여서 위치를 이동할 사유가 없었음에도 당시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진술을 한 것이다.

이렇게 한 경장과 공 계장의 진술에 모순이 있음에도 청문담당관이 이에 대한 규명 없이 서둘러 청문을 마무리 한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박 의원은 “한경장이 충남9호차에서 처음 살수지시를 한 사람이 공춘학 계장이라고 진술했고,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4차 살수 지시자를 특정해 진술하지는 않았으나 정황상 공계장이 유력하다”고 주장했다.

박남춘 의원은 “공 계장의 살수 지시 여부를 확인하고자 국감 증인신청을 했으나 여야 합의 불발로 채택이 되지 않았고, 이후 국감 출석요청공문을 발송했으나 국감에 참석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질 당시 살수를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공춘학 계장은 단 한 번도 자신의 존재를 밝히지도, 사과 의사를 밝히지도 않았다. 경찰청은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2년 가까이 국민과 국회를 철저히 속이고 공계장의 존재를 감췄다. 이것이 조직 차원의 은폐가 아니고 무엇인가? 경찰청이 진심으로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자 한다면 그날의 진실규명에도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저작권자 © 세이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