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대구 중부소방서에 배치된 벤츠 구급차는 주행거리가 7만km 밖에 되지 않았으나, 내용연수 5년이 경과됐다는 이유로 올해 8월에 폐차했다.

벤츠구급차를 포함한 구급차는 운행거리가 12만km에 도달하는 경우 또는 5년이 초과한 경우에는 폐차를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도입 추진한 벤츠구급차가 제대로 활용되지도 못한 채 전량 폐기돼 전형적인 혈세낭비의 ‘적폐’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서울 강동 갑, 행정안전위원회)은 국정감사를 위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방당국은 2008년부터 224억원을 들여 총 벤츠구급차 142대를 구입해 일선소방서에 배치했지만, 제 구실을 못하고 올해 8월을 기점으로 전량폐기 됐다고 10월16일 밝혔다.

‘소방장비 표준규격 및 내용연수에 관한 규정’에 따른 12만km도 운행하지 못하고 폐차된 벤츠 구급차는 17대(12%)이고 10만km 미만으로 운행한 것도 9대(6.3%)였으나 5년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폐차됐다.

벤츠구급차의 구입단가는 한 대에 약 1억5000만원으로 일반구급차의 구입단가보다 2배 비싸다. 수리비용 또한 일반구급차 한 대의 1년 수리비용이 109만원인데 비해, 벤츠구급차 수리비용은 360만원으로 그보다 3.5배가량 비싸다. 유지관리비용이 훨씬 많이 든 것이다.

소방청은 벤츠구급차 도입당시 원격화상진료시스템을 장착해 응급의료기관과 화상통화를 통해 응급 처치가 가능함을 강조했으나, 벤츠구급차의 출동건수가 가장 많은 서울의 경우 화상진료시스템의 실제 이용도는 지난 3년간(2013~2015) 연평균 249회에 불과했다. 서울의 벤츠구급차 연평균 출동건수 2700여건 가운데 0.1%(0.09%)도 채 되지 않았다.

화상영상장비의 구동에 5분 이상 시간이 걸려, 길어야 10분인 환자 이송시간을 맞출 수 없기에 그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실제 화상진료 실적이 많지 않아 일부 소방서에서만 벤츠구급차의 화상진료의 실적을 관리해 왔고, 그것도 지속적으로 관리되지 않았다.

진선미 의원은 “굳이 일반 구급차보다 훨씬 비싼 벤츠구급차를 도입한 이유가 원격화상진료장비 때문인데, 이마저도 실제 이용률이 매우 저조하다”며 “벤츠구급차의 활용도를 사전에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무작정 도입한 결과 혈세만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이어 “향후 고가의 소방장비를 도입할 때는 국내 소방환경의 여건과 실제 활용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이후에 도입여부를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저작권자 © 세이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