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울에 있는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 조합 업무에서 종이문서가 사라지고 문서 생산부터 관리, 보관까지 전부 전자결재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

생성된 모든 전자문서는 온라인으로 실시간 공개돼 조합원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보는 눈이 많아지는 만큼 정비조합 내 비리요인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약 19개월에 걸친 시스템 구축 작업을 완료하고 ‘서울시 정비사업 e-조합 시스템(http://cleanbud.eseoul.go.kr)’을 이달부터 본격 운영한다고 12월18일 밝혔다.

서울 시내 재건축‧재개발 추진 단지의 조합 임·직원과 조합원이 이용 대상이다. 현재 서울 시내 정비사업 추진 단지는 총 419개소다.

각 조합의 임원(조합장, 이사, 감사)과 직원, 예산, 회계, 인사, 행정 등 조합운영과 관련한 각종 문서를 생산한다. 생성된 전자문서는 실시간으로 시스템 상에 공개되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정보공개청구를 하지 않아도 조합운영 전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어 견제기능이 강화된다.

이렇게 되면 예산 편성부터 수입‧지출 등 회계처리 등 조합 자금의 관리‧집행과 인사, 행정을 아우르는 정비조합 내 모든 문서가 100% 전자화된다.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처럼 정비조합에도 전자결재 시스템을 전격 도입해 조합운영의 투명성을 담보한다는 계획이다.

그 동안 정비조합이 예산장부, 지출결의서, 조합원 명부, 물품대장 같은 각종 문서를 작성‧관리할 때 워드나 엑셀을 이용해 수기로 하는 방식이어서 자료가 누락되거나 오류가 나기도 하고 파일이나 문서 분실 우려도 있었다.

이런 맹점 때문에 일부 조합에서는 집행부가 조합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허위기록하거나 조합원 동의 없이 예산을 집행해버리는 등 주먹구구식 방만 운영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 시스템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전자결재시스템을 기반으로 개발돼 편리성을 확보했고 회계, 세무, 법령 등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축됐다.

시스템에는 각 조합운영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절차와 방법(‘서울시 정비사업 조합 등 표준 예산·회계규정’, ‘서울시 정비사업 조합 등 표준 행정업무규정’ 등)이 적용돼 있다.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공인회계사, 전산전문가 등 전문가 자문회의를 21회 개최하고 재개발, 재건축, 도시환경 등 사업유형별 3개 조합을 대상으로 시범운영해 여기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반영했다.

시범운영 조합에서는 “처음 사용하는 사람도 1개월 정도면 편리하게 사용 가능하다”, “장부 자동생성, 클린업시스템 자동연계 등으로 업무량이 상당히 줄 것 같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시스템을 통해 생산된 문서가 재개발·재건축 정보 포털인 ‘서울시 클린업시스템’에 공개해야 하는 항목(70개)과 중복되는 경우에는 시스템 상에서 자동으로 클린업시스템에 연동되기 때문에 조합 임·직원의 업무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각 조합 임·직원들은 시스템에 접속해 ①예산(편성, 변경, 장부) ②회계(결의서‧전표 작성, 전자세금계산서, 회계장부, 제무제표) ③인사(인사정보, 급여관리, 증명서관리) ④행정(조합원명부, 물품관리대장, 정기총회일정 등) 분야에 대한 문서 생산‧접수‧발송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예산편성부터 확정까지 단계별 결재를 반드시 거치도록 해 조합원 동의(총회의결) 없이 예산이 집행되는 것을 방지한다. 또 결산보고서 등 예산장부는 기안 - 결재 후 시스템에 자동으로 생성돼 수기로 작성할 필요가 없어진다.

업무추진비나 임직원 급여 등에 대한 지출결의서는 계정 과목이 일치하지 않으면 기안이 불가하고 대장에 등록된 계약만 지출이 가능토록 돼 있어서 정확한 회계 관리가 가능해진다. 모든 수입‧지출에 대해 조합원이 실시간으로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조합 내부 비리에 대한 견제도 가능하다.

기안 - 결재된 문서는 자동으로 보관돼 유실 위험이 없고 조합임원이 바뀌더라도 인수인계가 쉬워진다. 또 클린업시스템에 일일이 입력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연계돼 조합임원의 업무 부담도 줄어든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공공지원제도’를 시행해 조합 내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한 노력을 해왔고 비리가 감소 추세긴 하지만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비리요인까지 해소한다는 목표로 ‘서울시 정비사업 e-조합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동안 시는 ‘공공지원제도’를 통해 시공자 선정기준(2010년 9월), 예산‧회계규정(2014년 6월), 표준선거관리규정(2015년 5월) 같은 각종 제도를 정비하고 정비사업 융자금 등 재정 지원에도 나서왔다.

또 ‘클린업시스템’을 구축해 총회 회의록, 용역업체 선정결과 등 70개 항목을 공개하고 있지만, 사후에 결과를 공개하는 방식이어서 과정의 투명성까지 담보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내년 시범운영을 거친 뒤 관련 조례(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를 개정해 2019년부터 전 조합‧추진위를 대상으로 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시범운영 기간 중에는 조합‧추진위,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 회계‧세무법인 등 대상 교육을 진행하고, 헬프데스크 콜센터도 가동한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작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조 원의 사업자금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존재하고, 이로 인한 피해는 조합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공공지원에 이어 전자결재 시스템 도입으로 조합원 누구나 조합 운영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게 돼 정비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담보하고 집행부에 대한 신뢰가 더 단단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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