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택구 한국화재소방학회 감사, 소방기술사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의 재발방지 대책의 하나로 “소규모 병원이라도 면적과 층수에 관계없이 자동소화설비인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세이다.

공감하는 당연한 대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행 관련 법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요양병원을 비롯한 노유자 시설, 합숙소, 근생시설, 산후조리원 등과 같은 다중이용업소에는 스프링클러가 아닌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토록 법제화돼 있다.

문제는 또다시 국민의 ‘비용 부담’이라는 저항으로 ‘스프링클러’가 아닌 ‘간이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으로 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소방청 담당자들은 행정의 전문가이지 세부 기술적인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간이스프링클러와 스프링클러의 차이점을 충분히 알고 기준을 제정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한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용도실에 쌓여있던 매트리스, 담요 등에서 나온 유독가스가 급격히 퍼졌고 사망자 중 다수가 70대와 80대 고령이고 치매와 중풍 등을 앓고 있어 자력으로 대피가 어려운 상황 등을 고려하면 ‘간이 스프링클러’는 적정하지 않은 자동소화설비이다.

간이스프링클러는 헤드 2개 또는 5개가 개방되는 것으로 K값이 50이기 때문에 수원 또한 10분 유지를 위한 양, 즉 말 그대로 ‘간이’에 해당된다. 스프링클러 흉내만 낸 소화설비이다.

표준형 헤드와 비교한다면 헤드는 10개, 20개, 30개가 개방된다고 보고 유량계수인 K값이 80이고 수원의 양은 펌프가 20분 가동될 수 있는 양 임으로 간이형과는 비교할 수 없다.

▲ 스프링클러 방수 패턴 - 표준형헤드 하부 가연물 방호(왼쪽), 간이형헤드 주거형 헤드 벽 방호(오른쪽)

중요한 것은 간이형 헤드는 주거형 헤드로 개발된 것이다. 즉 화세 제어 및 연기 제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피난용으로만 개발된 헤드이다.

아파트와 같이 가연물 양이 적고 숙면하는 장소 특성을 고려해 조기에 살수가 가능하고 거실 벽체 상단까지 살수돼 피난에 도움을 주는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다.

천정 하부 가연물을 헤드 살수로 온도를 떨어뜨리고 연기발생을 낮춰 화세 제어가 필요한 병원, 복합건축물 및 다중이용업소 등에 ‘간이형 스프링클러’를 설치한다면 또다시 상식에서 벗어나는 법적 설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소방당국은 또다시 간이스프링클러를 설치토록 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법을 제대로 고쳐 주기를 바랄 뿐이다.

2018년 1월30일
이택구 한국화재소방학회 감사, 소방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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