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택구 한국화재소방학회 감사, 소방기술사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2월4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소방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관련 기관과 지난 2월3일 화재가 발생했던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합동으로 정밀 감식한 결과 “병원 본관 3층 푸드코트 피자가게가 발화지점으로 화덕 불씨가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화재 원인이 제대로 확인이 되지 않으면 전기 화재 탓으로 돌리는 것이 다반사였으나 이번에는 제대로 밝혀져 천만 다행이다.

왜냐하면 소방인들이 주방 닥트 화재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번 사고를 통해 닥트 화재의 위험성을 인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번 세브란스병원 화재 원인이 피자 화덕의 불씨로 인한 닥트 기름때 연소로 인근 닥트를 타고 연소가 확산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방호하는 설비가 바로 ‘상업용 주방 자동 소화 장치’이다.

따라서 상업용주방자동소화장치의 설치 목적과 중요성을 다시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외국에서는 상업용자동소화장치를 설치하는 목적은 닥트와 후드를 방호하기 위해서다. 왜냐하면 화재원인이 단순히 식용유 자연발화 화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브란스병원 사례와 같이 닥트와 후드에 낀 기름때에 불씨로 인한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국내에서도 2015년 1월6일 닥트와 후드를 방호하기 위한 상업용주방자동소화장치가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정식 등재됐으나 아직까지 건축주 부담을 주는 규제라는 미명 아래 요식업의 눈치를 보고 있어 아직도 적용 대상물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국민과 소방인들이 닥트와 후드 방호와 전혀 상관이 없고 형식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 소화약제를 사용한 기존에 설치된 주방용자동소화장치가 제대로 작동해 후드와 닥트화재에 적응성이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 큰 문제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으로부터 성능인증을 받은 상업용주방자동소화장치 일지라도 방호할 수 있는 후드의 크기와 닥트 길이 등이 정해져 있으나 건축주나 소방기술자의 무관심 속에 실제 현장에서는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설치되는 것이 현 실정이다.

주방 화재에 있어서 상업용주방자동소화장치 설치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이 기름때 발생에 따른 유지관리이다.

외국에서는 상업용주방자동소화장치와 관련해 최소 6개월에 한번 기름때로 손상된 부품에 대한 점검을 포함해 정상적으로 유지하는지를 정기점검을 받도록 강제하고 있을 만큼 매우 중요하나 우리 기준에서는 전혀 다루고 있지 않아 상업용자동소화장치를 설치하더라도 시간만 지나면 무용지물 설비로 전락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학교뿐만 아니라 건물 내에 직원식당 설치는 물론 병원에 까지 영리사업을 위해 화덕 피자나 중식당 등 화재 고위험 식당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지만 현행 규정상 아무런 제한이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소방당국의 관련 기준 마련으로 상업용주방자동소화장치의 성능인증품들이 출시돼 법규와 관계없이 자진으로 설치하고 있으나 이는 극히 일부이다.

상업용자동소화장치에 대한 적용대상 규정 보완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규정이 마련되더라도 소급적용이 될 수 없는 것이 그동안 현실이다. 그러나 화재가 나면 거동이 불편한 중환자, 노인 등 ‘피난 약자’가 많아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병원 등과 다중이용시설은 소급 적용이 필요하다고 본다.

2018년 2월6일
이택구 한국화재소방학회 감사, 소방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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