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의 후속조치로서 남북경협이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남한의 건설기술 연구와 북한의 노후화된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수요를 접목하기 위한 대응노력이 구체화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한승헌, 이하 건설연)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언급된 북한의 인프라 문제와 관련해 ‘통일북방연구센터’ 운영을 비롯한 각종 북한 관련 건설기술 및 제도연구 내용을 4월30일 발표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북한은 어려운 경제사정과 함께 도로, 철도, 공항, 주택, 수자원과 같은 여러 SOC의 노후화 및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특히 한랭한 기후와 더불어 열악한 주택 및 교통인프라, 잦은 홍수피해 등 SOC 부족으로 인한 사회 문제가 심각하여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4월1일 신설된 통일북방연구센터는 건설연이 2013년부터 선행연구를 통해 수집해 온 북한 SOC 자료를 총망라하고 이를 토대로 변화하는 남북경협 상황에 발맞춰 북한 SOC의 정확한 현황파악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적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 북한 SOC 연구의 전진기지로 활용될 건설연 SOC실증연구센터,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소재

통일북방연구센터는 북한의 시설상태 진단 및 개선대책 마련, 북한 SOC 긴급 보수, 보강, 급속시공 기술개발, 남북한 SOC관련 정책연구 등의 중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통일북방연구센터에서 수립된 북한 SOC 관련 기술과 정책들은 우선순위에 따라 북한과 최접경 지역인 경기도 연천군에 위치한 ‘SOC실증연구센터’에서 검증돼 북한 지형과 기후에 최적화된 공법으로 구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건설연은 2016년에 이미 연천읍 국방부 포병사격장 터에 21만평 규모의 SOC실증연구센터 부지 및 도로시험장을 조성했다. 오는 9월에 악천후 기상재현 연구실험시설을 설치하는 등 순차적으로 확장해 한랭지 등 북한지역의 기후적 특성을 고려한 건설재료와 공법을 실증할 예정이다.

또 이를 바탕으로 적합한 시공절차 및 건설기준을 마련하는 등 북한 SOC 문제에 대한 실질적 대응방법과 수단을 적극적으로 준비해 나갈 예정이다. 향후에는 각종 테스트 베드(Test-Bed)를 추가적으로 갖춰 북한 SOC건설지원의 전진기지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특히 건설연은 국내 건설기준에 대한 연구와 제도개발을 총괄 관리하는 ‘국가건설기준센터’를 활용해 실제 SOC 통합이 추진될 경우 균일한 건설품질, 비용효율성 및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선행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자체 법령을 근거로 한 북한의 건설기준은 안전, 책임, 표준화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도로, 주택, 철도, 하천, 댐, 상하수도 등의 체계로 이뤄져 있어 남한의 분류체계와 구성 면에서는 비슷하다. 그러나 기준의 세부내용과 용어 등에서 남북간에 차이가 있어 실제 협력과 시공시에는 혼란이 예상된다.

국가건설기준센터는 남북간에 상이한 건설기준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남북경협에 대비해 보다 신속히 적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의 건설인프라 현황, 건설기준과 관련 법, 제도, 조직, 체계를 파악하고 남북 통합 건설기준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주택건축 분야에서도 북한 관련 인적 자원을 활용한 주거환경 개선 제도연구 등과 함께 일정수준의 주거환경을 신속하게 보급할 수 있는 모듈러 주택의 양산 및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연은 국내 최초로 북한 출신 건설전문가와 국내 북한 건설전문가를 아우르는 ‘남북한 건설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으며, 남한의 주택실태조사와 유사한 방식을 통해 북한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효율적 주거모델 공급방안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설연의 ‘모듈러 주택’ 기술은 공장제작 3개월, 현장조립 4일로 기존 시공방법에 비해 시공기간을 50% 이상 단축하는 것이 장점이다. 서울 가양동에 이미 실증주택이 입주를 완료한 상태이며 향후 북한 현지 자원과 건설재료를 활용해 신속한 주택공급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겨울철 강추위가 몰아치는 북한지역의 특성상 주택의 단열과 에너지 관리도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며 건설연은 이미 개발한 제로에너지 주택 기술이 해결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지역의 홍수 피해 방지 및 수자원 관리 지원을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건설연 국토보전연구본부는 위성관측 데이터를 이용해 안정적인 수집이 어려웠던 북한 지역 정보를 해석하고 홍수를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향후 북측 수자원의 종합적 관리 및 개발계획 수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태풍 라이언록이 불러온 두만강 유역의 대홍수에 사망자 133명, 실종자 395명이란 큰 피해를 입는 등 북한 지역은 수해에 취약점을 보여 왔다. 이와 관련해 건설연은 북한의 수해 예방과 북한 수자원 관리를 지원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위성에서 관측한 지형 및 홍수 데이터를 이용해 북한청천강 지역의 홍수피해와 낙동강 등 남한의 홍수사례를 비교분석하고 수치해석 모델을 통해 홍수발생시 최초 유출량 등을 산출했다. 데이터를 수치화하면 이를 바탕으로 피난·구조계획 및 재해방지시설 건립 등을 보다 과학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된다.

한승헌 원장은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에 따라 북한과의 교류가 활성화되면 북한 내 건설 및 인프라․SOC 정비 수요는 필연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므로 국내 건설산업에게는 약속된 기회”라며 “국책연구소로서 책임감을 갖고 남북한 통합 SOC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검증할 뿐만 아니라 고양시·연천군 등 접경지역의 남북교류 전진기지 역할에도 건설연이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저작권자 © 세이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