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스크관리 전문가(우송대 교수)
최근 북한 관련 자료를 구하기 위해 시내 대형서점을 방문했습니다. 1시간 정도 북한에 관한 서적코너에 머물렀는데, 많은 사람이 저와 같이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서점에는 북한정보와 독일 통일에 관한 책들이 한 코너를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역시 자료를 구할 목적으로 독일 나우만재단 서울사무소와 통화했습니다. 이 재단은 북한의 경제체제변화를 지원하는 활동을 이미 10년 전부터 해오고 있는 곳입니다.

이 재단 한국주재 소장 리히터 박사는 해마다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해 북한 고위관리들과 시장경제체제의 도입에 관한 세미나를 열곤 했습니다.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교류가 전면적으로 중단되었습니다.

리히터 박사가 이번 주에 북한을 방문 중이라고 합니다. 북한과 관련된 많은 채널들이 다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는 6월12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의 화룡점정이 될 것입니다.

2018년 3차 남북정상회담이 가져온 남북한 관계 변화(편의상 이를 ‘3차 남북관계’라고 합시다)는 우리 사회 전체에 거대 담론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북한과 어떤 형태든 접점(Interface)경험이 있었던 사람은 과거의 쓰디쓴 상처로 인해 여전히 회의적이긴 합니다.

리스크에 대한 분명한 인식은 절대 나무랄 일은 아닙니다. 그렇더라도 3차 남북관계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소외돼서는 안됩니다. 물론, 지금까지 여러 차례 남과 북 양쪽 정부로부터 정치리스크를 안게 된 민간부문은 더 많은 안전장치를 요구해야 합니다.

특히 남쪽 정부는 이전보다 더욱 강화된 정치리스크 대응방안을 제공하지 않으면, 기업의 대북경협을 쉽게 이끌어내지 못할 것입니다.

3차 남북관계의 초기 단계에 정치리스크를 경감할 제도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예를 들면, 파주 장단공단 같은 것입니다.

고부가 첨단산업은 장치산업이므로 설비투자 규모가 아주 큽니다. 남쪽 접경 지역에 시설투자를 하되 북한 인력을 활용하는 방법은 정치리스크를 최소화시키는 방안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웃소싱 비즈니스 협력 관계도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콜센터의 예를 봅시다. 영어사용 선진국 기업의 콜센터를 인건비 비교우위에 있는 영어 사용 국가에서 운영합니다. 같은 언어를 쓰는 남북한은 콜센터를 얼마든지 아웃소싱할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접경지역에, 점차 남북간 신뢰가 쌓여 되돌릴 수 없는 정도로 정치리스크가 경감된 후에는 북한지역에 남한 기업의 콜센터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설계, 케릭터 제작, 영상편집, 전산프로그래밍 등 숙달된 기술과 노동집약적인 분야는 얼마든지 북한 지역으로의 아웃소싱이 가능합니다.

북한투자와 관련된 기업의 리스크 대응방안의 또 다른 축은 보험과 금융상품입니다. 정부는 이미 조성된 남북경협기금을 실제 투자재원으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레버리지(지렛대)효과가 커지도록 활용해야 합니다.

그 방법이 바로 보험과 자산유동화증권(ABS, Asset Back Securities)입니다. 보험의 경우, 단순 보험만으로는 재원마련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재보험을 통해 보험리스크를 전세계 재보험사로 확대해 규모를 키우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대북투자기업 전용 회사채를 모아 ABS을 구성하되 3층 리스크 - 수익 구조를 만들어, 신용도가 낮은 부문은 남북형협기금이 리스크 일부를 보전하도록 만듭니다.

2018년 5월14일
리스크관리 전문가(우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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