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가 발주하는 공사의 원가산정 시 적용되는 자체 기준인 ‘서울형품셈’을 주 52시간 근무제 등 달라진 건설 현장 여건을 반영해 최신판으로 일제히 정비한다고 9월4일 밝혔다.

‘품셈’은 각종 건설공사 시 소요되는 인력과 재료 수량 등을 수치로 제시한 것이다. 시는 정부의 표준품셈에 없거나 서울시 현장 여건에 적합한 품셈 적용을 위해 2011년부터 자체적으로 ‘서울형품셈’을 개발, 공사원가 산정 기준으로 활용해왔다. 작년까지 총 88건의 서울형품셈을 개발하고 1549개 사업에 적용, 총 506억원의 공사원가 절감 효과를 거뒀다.

공사현장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시공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는 공종·공법의 경우 기존 품셈을 보완하고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아 활용도가 낮은 품셈은 폐지하는 방식이다. 또 최근 건설현장에서 많은 활용도가 있음에도 명확한 원가산정 기준이 없는 공종을 중심으로 신규 품셈 개발에도 나선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건설업계 관계자, 전문가 등이 함께 했다.

시는 최근 주 52시간 도입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 교통체증 등 도심지 특성상 발생하는 공사비 할증 요인 등 변화하고 있는 건설현장의 여건에 맞춰 공사 원가산정 기준을 최신화하고 공사 시공 품질을 높이기 위해 서울형품셈을 정비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 6월 건설 관련 전문가, 건설공사 및 계약심사 부서 공무원 등 총 47명으로 구성된 민·관 합동 TF를 통해 ‘서울형품셈’ 재검증 과정에 들어갔다. 총 12회의 평가회의를 실시하고 평가 결과에 대해서는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원가분석자문회의 등도 거쳤다.

민·관 합동 TF는 건설 관련 협회 12명, 시 건설공사 발주 부서 공무원 15명, 시 계약심사 부서 공무원 20명으로 구성됐다.

평가회의는 ‘활용도’, ‘정확성’, ‘효용성’, ‘수용성’, ‘대체가능성’ 등 5개 항목에 대한 1차 평가 후 상호 토의를 통해 정비방향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평가항목 중 ‘효용성’, ‘수용성’ 등은 건설업계와 건설공사 발주부서 등 현장시각에서 평가될 수 있도록 9개 분야 건설관련 협회에서 추천한 전문가들이 전담 평가해 서울시 건설 현장의 여건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민·관 합동 평가결과 현재 총 88개의 서울형품셈 중 23건은 보완하고 19건은 폐지하기로 했다.(46건 현행유지) 아울러 올 연말까지 15건의 신규 품셈을 새롭게 개발하기로 했다.

보완할 23건 중 17건은 8.31 기준 계약심사부터 적용한다. 나머지 6건은 내년 6월까지 현장실사를 나가 보완할 예정이다.

첫째, 보완하기로 한 서울형품셈 23건의 유형은 ▴구조물과 건설공사 과정의 ‘안전성 강화’ 7건 ▴도심여건 및 공사난이도에 따른 시공비 현실화를 통한 ‘적정 공사원가 산정’ 9건 ▴공종별 또는 현장 여건별 시공범위와 기준 명확화를 통한 ‘시공품질 향상’ 7건이다.

기존 하수관거의 균열 상태 점검조사는 초급기술자, 특별인부, 보통인부가 시행해야 했으나 특별인부 대신 자격기준이 높은 중급기술자를 투입하도록 개선한다.

이밖에 보일러 및 온수기 등에 공급되는 물의 압력을 알맞게 공급하는 장치인 ‘감압밸브’를 설치하는 공종과 관련, 종전엔 설치비 인력품만을 규정하고 있었으나 설치 이후에 정상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감압시험과 안전한 작동을 담보할 수 있는 필수 품목(감압밸브, 게이트밸브, 글로브밸브 등) 설치 등 시공자의 시공범위를 명확히 명기하는 것으로 보완한다.

기존 건축공사에서 간이벽면으로 주로 활용되는 ‘건식벽체’ 설치 시 벽체 높이와 관계없이 설치비 기준을 정했다면 앞으로는 높이가 2.7m 이상이면 시공 난이도를 반영해 시공비에 30%를 가산하게 된다.

콘크리트 구멍뚫기 공종과 관련 정부 표준품셈엔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인력식(소형코어장비) 천공품셈만을 규정하고 있어 서울형품셈은 비용이 저렴한 기계식(굴삭기 + 대형코어드릴) 천공품셈을 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계식 천공은 구조물의 슬라브 또는 바닥 등 일부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현장의견을 반영해 최소 2일 이상 시공량(50공)이 될 경우에만 기계식 천공을 반영하도록 개선한다.

탱크 내 물을 가정 내 수도로 자동 공급하는 장치인 ‘자동급수장치’ 설치 시 대체로 나사를 접합하는 방식으로 시공이 이뤄지고 있으나 현장에서 용접 방식도 필요한 경우가 있어 보완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정한다.

지하 굴토 시 굴토량에 제한 없이 흙깎기(도저)와 터파기(굴삭기) 방식을 적용하고 있었으나 10만㎥ 이상 굴토량 경우만 흙깎기(도저)와 터파기(굴삭기)를 병행할 수 있도록 보완해 공사여건에 따른 시공 편리성 등을 보완한다.

둘째, 폐지하기로 한 19건은 활용도가 낮거나 정부 표준품셈이 개발돼 대체 가능한 경우다. 예컨대, 철골공사 시 용접품 산정이나 현장조건에 따른 파일 설치방법 개선 등은 활용도가 낮은 품셈이다. 디자인 맨홀뚜껑 설치품 개선, 돌쌓기·놓기 및 헐기 적용 기준 등은 정부 표준품셈으로 대체할 수 있다.

셋째, 새롭게 개발하는 신규 품셈 15건은 소방펌프 내진스토퍼 설치 품, 소형장비 지반 천공품, 판형잔디 식재품 등이다.

서울시 안호 계약심사과장은 “건설 분야 민관 합동으로 진행한 ‘서울형품셈’ 재정비를 통해 건설 현장의 여건을 반영한 합리적인 원가산정 기준을 마련하고자 했다”며 “서울형품셈이 서울시민의 생활환경과 도시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신규 품셈 개발, 보완 작업을 지속적으로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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