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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상황 염두에 두고 재난 바라봐야”
송창영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방재안전공학과 교수
2018년 12월 20일 (목) 21:21:31 윤성규 기자 sky@safetoday.kr

   
▲ 송창영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방재안전공학과 교수
2014년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무겁고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 온 국민이 TV를 보면서 분노했고 많이 슬퍼했지만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은 많은 변화를 겪게 됐다. 국민 스스로가 안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고 대한민국의 재난관리체계는 새롭게 개편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민은 불같이 분노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고 외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언제 그랬었냐는 듯이 깨끗이 잊어버린 채 또 위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무지의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이렇게 ‘무지와 분노의 반복사회’라는 어리석은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국민 스스로가 재난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2018년 12월18일 오후 강릉의 한 펜션에서 막 수능을 끝낸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 10명이 일산화탄소 가스를 흡입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중 3명은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 이미 사망했으며 5명의 학생은 여전히 의식불명의 상태이다. 아직 정확하게 판단하기 이른 시점이지만 이번 사고의 주된 원인을 살펴보면 일산화탄소 중독을 들 수 있다.

LPG나 등유 등을 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는 무색, 무취의 특성이 있어 마시더라도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진 알 수 없으며 흡입 시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을 떨어뜨려 빈혈을 일으키다 산소 결핍으로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펜션에는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가스 보일러실에서 나온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피해를 입게 됐다.

야영장의 경우에는 지난 2015년 3월 강화도 글램핑장 화재사고 이후 당해 8월 ‘허가제’가 도입돼 안전 및 위생 기준이 꾸준히 강화돼 오고 있으며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펜션의 경우 모텔이나 여관과 달리 농어촌정비법이 규정한 ‘농어촌민박업’으로 분류돼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 등의 규제를 받고 있으며 현재 수용인원 100명 이상 300명 미만의 영업장에 적용되는 다중이용업소법 시행령에서는 ‘가스누설 경보기 설치’에 대한 내용만 다루고 있다.

이 때문에 가연성 가스 경보기만 설치하고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설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국가스안전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보일러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49명 중 48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200명 이상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목숨을 잃고 5000명 이상이 피해를 입고 있다. 이에 따라 2011년부터 가정집에도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고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가정집은 법적인 제재가 없지만 학교나 지하철, 호텔, 아파트 등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반드시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토록 하고 있다.

외국의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주관기관 위주의 법 제도가 아닌 사용자나 활용성을 중점으로 산재한 법과 제도를 검토해 통일성을 갖춰야 한다.

혹자는 이런 규정과 제도를 새로운 규제라고 생각하고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재난을 대할 때 우리는 ‘Negative Approach’의 관점에서 다가가야 한다. 재난은 우리 주변에 발생하는 흔한 사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평생 한 번도 경험해볼 필요가 없는 보통 언론에서 말하는 하나의 뉴스 정도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고 평생, 혹은 몇 대에 걸쳐 이룩한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는 무섭고 두려운 것일 수 있다. 우리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재난을 바라봐야 한다.

두렵고 무서운 결과에 대해 피할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바라봐야 하며 그로부터 교훈과 모티브를 찾아 안전한 미래를 도모해야 한다.

청설(聽雪)이란 말이 있다. 안방에 앉아 싸리문 밖에서 내리는 눈 소리를 듣는다는 뜻으로 그만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무언가를 살핀다는 뜻이다.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비록 우리가 쉽게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지만 몇 번에 걸쳐서 우리에게 징후나 변화라는 이름으로 경고를 했을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변화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사소하게 여길 수 있는 징조에서도 재난의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국민 개개인의 높은 안전의식이 이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극복하고 우리의 안전한 사회를 지켜줄 것이다.

2018년 12월20일
송창영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방재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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