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선미 University of Central Oklahoma 부교수
▲ 김미경 충북대 부교수
▲ 최유라 충북대 박사과정
재난발생 초기에 제공되는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은 이재민 보호와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해 지역사회로의 빠른 복귀를 지원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방재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연방위기관리청(FEMA ; 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에서 지역상황에 따른 재난특성, 이재민의 요구사항 등을 파악하고 재난유형과 대피기간에 따라 임시주거시설 유형을 세분화해 계획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재민의 안전성, 개인·가족단위 보호, 프라이버시, 위생 등 거주성 측면을 중시하고 노인, 장애인, 임산부, 아동 등 재난약자를 고려한 시설계획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2017년 포항지진 당시 이재민이 생활한 학교, 체육관, 교회 등의 임시주거시설에서 수용공간 및 위생시설의 부족, 탈의공간 부재, 소음, 추위에 대한 문제점 등 생활환경 측면에서 이재민의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나 행정안전부는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운영지침’을 시급히 마련했으나 시설계획적 측면의 구체적인 내용은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이번 연구를 위해서는 재난현장에 접근해 시설 현황을 파악하고 이재민의 요구를 조사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적절한 조사시기의 확보 및 조사대상 섭외 등 많은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이번 연구는 재해 현장의 실상과 이재민 요구를 직·간접적으로 보도한 미디어 자료를 활용해 한국과 미국의 주요 재난 이후 마련된 임시주거시설 관련 이재민 요구를 파악해 거주성 관점에서 시설계획적 측면의 현황을 파악하고 양국간 주요 차이점을 비교분석해 국내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연구 결과 한국의 지진겸용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은 내진설계가 취약한 시설이 지정돼 2차 여진 후 시설 일부 붕괴, 대피의 장기화로 인한 문제점 등이 나타났고, 미국은 트레일러나 조립식 주택 등 이미 제작된 주거유형 공급으로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 점이 주요 차이점으로 나타났으며, 공통적으로 시설의 비위생성과 이로 인한 이재민의 건강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재난 관련 연구에 있어 조사방법의 상당한 제한점이 있음을 감안하면, 미디어를 통해 이재민의 임시주거시설에 대한 직, 간접적 요구를 심도 있게 파악해 도출된 이번 연구결과가 향후 국내 관련 시설의 운영지침 개발에 있어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한국과 미국의 미디어 자료를 통해 주요 재난 발생 이후 공급된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현황을 이재민의 거주성 관점에서 비교분석해 국내 시사점을 파악하는 것으로 주요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은 대규모 피해를 발생시키는 토네이도와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세이프룸의 계획에 관해 풍속, 대피기간, 내구성, 재료, 인적 요소 등을 고려한 세부적인 지침이 마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최근 증가하는 지진에 대비해 지진 실내구호소를 지정했으나 내진설계가 취약한 시설이 지정돼 2차 여진 후 시설 일부 붕괴 문제가 있었고 생활환경적으로도 수용공간 및 위생시설 부족, 소음, 추위 등 안전성, 편리성, 쾌적성 측면에서 문제점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지정과 관련된 내진성, 구조 등의 기준과 거주성 측면이 고려된 지침개발이 필요하다.

둘째, 한국에서는 대피가 장기화돼도 대부분 학교, 체육관 등 공공시설을 임시주거시설로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러한 시설은 화장실, 주방설비, 세탁시설 등이 확보돼 있지 않아 이로 인한 문제점이 나타났다.

반면 미국은 재난 중단기부터 공공시설, 모텔, 호텔을 임시주거시설로 제공하고 침대, 화장실, 냉난방설비 등이 확보돼 있으며 이동이 용이한 트레일러 및 조립주택 등 다양한 유형을 대피시설로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국내 임시주거시설로 지정된 공공시설은 수용가능 이재민 수 대비 충분한 위생시설과 주방 조리시설 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고 대피의 장기화에 대비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숙박시설과 조립주택, 트레일러 등 다양한 유형의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이 고려돼야 하며 이에 대한 제도적 지원방안과 지침개발이 필요하다.

셋째, 한국과 미국의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에 대해 공중위생 측면, 구호약자 측면, 프라이버시 측면, 안전한환경 측면, 실내환경 측면, 건강관리 측면, 구호정보 측면의 7개 범주에 관한 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중 상대적으로 공중위생 측면에 대한 현황과 문제점이 가장 많이 나타났고 이중 절반 이상의 항목이 위생공간 문제에 대한 항목으로 나타나 이재민의 대피생활에 화장실, 샤워실 확보와 청결유지가 매우 중요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이재민 수에 대비해 시설이 매우 부족하고 오물, 쓰레기 등으로 더러운 문제가 나타나 국내 관련 지침의 생활편의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위생공간의 시설확보와 청결⋅관리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지침이 필요하다.

넷째, 거주성 측면에서 한국과 미국의 현황 비교분석 결과, 대부분의 안전성, 보건성, 편리성, 쾌적성 항목에서 한국보다 미국의 시설 현황이 긍정적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상대적으로 큰 차이가 나타난 하위 범주에 대한 결론을 제시하면 안전성 측면에서 국내 임시주거용 조립주택에 스프링클러, 화재감지기와 같은 화재예방시설 설치를 고려하고 개인물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조립식 수납박스나 트레일러 및 조립주택의 침대하부, 벽면을 활용한 수납공간 계획 고려가 필요하다.

보건성 측면에서는 위생설비, 주방설비, 세탁설비 계획이 매우 중요하게 고려돼야 하는데 특히 학교, 체육관 등은 이러한 시설을 추가적으로 계획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간이시설을 비축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이재민이 안정감을 확보할 수 의료서비스 및 심리치료 공간 계획이 필요하다.

편리성 측면에서는 노인, 장애인 등 시설 접근성이 낮은 구호약자를 위해 본 거주지에 이동식 트레일러와 조립주택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고 애완동물동반 이재민을 구호약자에 포함해 이들이 함께 대피할 수 있는 공간, 케이지 설치 등을 고려한 시설 계획이 필요하다.

또 이재민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구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전화, 인터넷, TV가 설치된 커뮤니티 공간 계획 고려가 필요하다.

쾌적성 측면에서는 개인 또는 가족별로 프라이버시 확보 공간을 계획해야 하는데 학교, 체육관 등 공공시설을 임시주거시설로 사용하는 경우, 다양한 크기의 칸막이 및 텐트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고 트레일러와 조립주택을 사용하는 경우,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모듈을 탈부착 할 수 있는 유형 개발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한국과 미국의 주요 재난 8개 사례만을 분석해 조사대상수와 재난유형, 조사대상 국가 등의 한계점이 있다.

그러나 재난관련 연구에서 조사사기 및 조사대상 확보의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연구에서 이재민의 의견 파악을 통해 나타난 계획적 측면의 시사점을 국내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운영지침 개발에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방재 선진국 중 대표적 국가인 일본의 미디어를 대상으로 주요 재난에 따른 시설 현황 및 이재민 니즈 등을 국내 현황과 비교,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저자 : 최유라, 김미경, 최선미

◆ 거주성 관점에서 본 한국과 미국의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비교 분석(A Comparative Analysis of Habitability Aspects of Temporary Shelters for Disaster Victims between South Korea and the U.S.) Crisisonomy Vol.14 No.10, 41-56에 게재된 논문, 원본은 www.cemtp.re.kr 에서 확인 가능.
◆ 저자 소개
최유라 충북대학교 일반대학원 주거환경학전공 박사과정 재학 중
김미경 충북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주거환경학과 부교수 재직 중
최선미 미국 University of Central Oklahoma 디자인학부 인테리어 디자인 프로그램 부교수 재직 중

◆ 세이프투데이(발행인 윤성규)와 위기관리 이론과 실천(Crisis and Emergency Management : Theory and Praxis ; CEM-TP 대표 이재은 충북대 교수)은 제휴를 맺고 CEM-TP에서 발행되는 한국위기관리논문집(크라이시사너미 ; Crisisonomy)에 수록된 논문 중 일부를 세이프투데이(www.safetoday.kr)에 게재키로 했다.

CEM-TP는 우리나라 최초의 위기관리 분야 민간 싱크탱크로서, 위기관리학의 학문적 발전을 위한 수준 높은 담론의 장으로서, 그리고 초학제적 학문교류의 장으로서 최선을 다해왔다.

크라이시사너미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간 생명, 인간 존엄성, 인간의 근본적 권리에 대한 존중)를 위협하는 전통적 군사안보 위기, 자연재난과 인적재난의 재난 위기, 국가핵심기반 마비 위기, 생활안전 위기, 신종 위기 등 각종 위기 발생의 원인을 밝혀내고 위기관리 법칙과 규칙을 찾기 위한 과학적 연구인 ‘위기관리학’을 의미한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저작권자 © 세이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