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제역이 진정됨에 따라 이제는 안정적인 통제가 가능하다고 판단돼 정부는 위기 경보단계를 “심각단계”에서 “경계단계”로 낮췄다.

정부는 3월24일 국무총리실 농림수산정책과, 기획재정부 산업경제과, 행정안전부 재난대책과,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과, 환경부 토양지하수과 합동으로 ‘가축질병 방역체계 개선 및 축산업 선진화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정부가 구제역 발생 초기에 제대로 대응치 못했다는 질책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구제역 방역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한 축산인, 민-군-관의 관계자, 자원봉사자들과 불편을 감내한 국민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김황식 총리는 또 “이번 대책이 가축질병 방역체계를 보다 확고히 해 선진화된 축산업으로 발전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며 “정기적 백신접종 실시, 방역체계 강화, 가축 사육환경 개선, 매뉴얼의 철저한 보완 등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김 총리는 “이번 구제역으로 조성된 매몰지는 3월말까지 정비하고 그 이후에도 환경오염이 없도록 안전 점검 등을 총리실에서 철저히 확인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번 구제역 발생을 계기로 방역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편하고 축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갈 것”이며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선진 축산업, 친환경 축산업을 일궈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밝힌 이번 대책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방역매뉴얼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완전히 개편하는 것이다. 우선 초동대응 체계가 획기적으로 강화된다.

먼저 구제역 등 가축질병 발생 즉시 위기경보 최고단계인 “심각”에 준하는 강력한 방역조치가 시행된다. 즉 네덜란드에서 실시하고 있는 Standstill(일시정지) 제도를 도입해 새로운 유형의 악성가축질병이 발생할 경우 발생초기에 해당 농장뿐 아니라 전국의 분뇨, 사료차량 등에 대해 일정기간 이동통제가 이뤄진다. 이후 모든 차량에 대한 소독 및 역학조사를 마친 후 이동통제가 해제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군(軍)간 공조체계도 강화된다. 예비적 기구로서 민·관 합동 ‘가축전염병기동방역기구’가 새롭게 설치된다. 이 기구는 사전에 농식품부, 시․군, 가축위생방역본부, 군인, 경찰, 축협 등으로 조직했다가 가축질병 발생시 신속한 초동대응에 나서게 된다.
 
또 일정규모 이상의 가축질병 발생시 군부대 초기지원을 제도화키로 했다. 신속한 초기진단을 위해 시·도 방역기관에 항원진단키트를 보급하고 권역별로 거점 정밀분석실을 설치한다.

또 지자체별로 연 1회 이상 가상훈련을 실시하고 실무교육도 예방접종, 매몰지 관리 등 현장실습 위주로 개편해 지방조직의 현장대응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외부로부터 구제역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검역을 강화하고 가축질병에 대응한 국제협력도 강화된다. 작년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입국한 사람(내외국인)은 총 2200만명인데 가축질병 발생국으로부터 입국한 사람은 1600만명으로 75%가 넘는다.

해외여행객에 대한 공항과 항만의 검역시스템이 강화된다. 소독대상이 축산농가에서 축산관계자와 일반 국민까지 확대된다. 단 축산관계자는 질병발생국가 방문시 신고하고 입국시 검사와 소독을 의무적으로 받아야하며 일반국민은 발생국가의 축산시설 방문이 확인될 경우에만 검사와 소독을 받는다.

구제역 발생국 여행자 휴대품에 대해 X-ray, 탐지견 등을 통한 검색을 강화키로 했다. 특히 X-ray 검사는 임시로 실시하던 일제검사를 올해 3월부터 상시 일제검사체제로 전환한다.

중국, 일본 등 인접국가와의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원활한 백신공급을 위한 항원뱅크 공동운영방안 및 가축질병 공동연구 방안 등을 중국·일본 등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가축질병을 1차적으로 막아내는 것은 농장단위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축산농가가 철저한 방역의식을 가지고 평소에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이번 구제역의 교훈이다. 축산농장을 출입하는 모든 차량과 탑승자에 대한 소독 및 기록관리가 의무화된다. 소독 및 기록관리 위반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축산관련 차량에 대해 등록제를 도입해 상황 파악이 용이토록 하고 축산차량이 시․도간 경계를 통과할 경우 별도로 소독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또 농협중앙회와 대규모 계열사 등이 자율적인 예찰 및 방역활동을 하도록 하고 이를 중앙과 지방의 방역조직과 연계해 공동방역 및 정보공유가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축산농장에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지면서 이들에 의한 가축질병 전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시 신고 및 예방교육과 소독을 의무화하는 한편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화하고 합법 외국인력이 적정하게 공급되도록 할 방침이다. 올해 농축산업 고용허가제 도입 인원은 4500명이다.

축산관계자의 책임분담 원칙을 확립키 위해 시가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매몰보상금에 대해서는 상황별․발생시기별․규모별 적정 보상기준을 4월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가격변동에 따라 보상금이 불합리하게 지급되는 것을 방지키 위해 보상금의 지급폭(예 : 가격이 오를 경우에도 과거 1년 평균 시가의 30% 초과분까지만 지급)을 설정키로 했다.

또 대규모 축산농가는 백신접종 비용의 일부를 분담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구체적인 내용은 생산자 단체 등과 협의해 4월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실질적인 방역주체인 지자체도 매몰보상금의 일부를 분담토록 추진된다. 지자체 방역활동과 연계해 특별교부금 등 지원도 차등화 할 계획이다.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계시는 매몰지 문제와 관련해 살처분 규모에 따른 처리방식 및 사후관리 등에 대한 세부기준 마련 등을 통해 환경문제를 최소화 할 계획이다. 앞으로 대규모 매몰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의 매몰방식 이외 소각, 렌더링, 화학처리 등의 방식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또 정비대상 매몰지에 대해서는 3월말까지 보완작업을 마무리하고 매몰지별 담당자를 지정(실명제)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중앙부처 합동 점검반을 구성해 매몰지 보강 상태 및 관리 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키로 했다.

또 매몰지에 대해 3년간 모니터링을 계속 실시하고 환경영향분석을 강화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시 대응키로 했다.

중앙-지방간 방역조직을 대폭 확충하고 전산망을 통한 연계도 강화된다.
 
지방 방역조직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중앙과 지방간 연계체제가 원활치 못한 점도 이번 구제역 확산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이번 대책에서는 이러한 행정시스템을 강화하는데 역점을 뒀다.

중앙 방역기관으로 기존의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국립식물검역원,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등 3개 검역․검사기관을 통합해 가칭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가 설립된다.

기관 통합으로 발생하는 잉여인력을 현장업무에 활용함으로써 현장의 방역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축산밀집지역 등에 권역별 가축질병방역센터 5개소를 설치해 지방방역조직과의 연계도 강화하게 된다.

지방 방역기관도 인력과 기능을 확충하고 주요 가축질병 발생시 중앙 방역기관의 지휘를 받도록 제도화해 일사분란한 대응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범정부적인 통합방역 관리체계 마련을 위해 현재 추진 중인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 : Korea Animal Health Integrated System)’을 2012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농장, 수의사, 사료차량 등에 대한 DB는 물론 국경검역 상황, 가축 및 축산차량 이동상황, 백신접종현황 등이 실시간으로 파악되며 이러한 자료를 중앙과 지방 방역기관이 공유·활용하게 된다.

정부는 이미 전국의 모든 소·돼지에 대해 백신접종을 실시한 상황이므로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를 빨리 획득하는 것이 목표다.

백신접종 청정국 신청요건은 백신접종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구제역이 최근 2년 동안 발생되지 않아야 하며 최근 1년간 바이러스 부재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지난 2월까지 이미 2차 접종이 완료됐고 올해 중에 약 2100만두에 대한 추가 접종(2차접종 6개월 후)이 실시된다. 다만 새로 태어나는 송아지와 새끼돼지 1600만 마리는 태어난 날로부터 2개월 후에 접종된다. 7월 이후에는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에 대비해 우리나라와 인접국가에서 자주 발생하는 A, O, Asia1형을 혼합한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축산농가 스스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백신의 핵심요소인 종자 바이러스 개발과 검정체계 연구를 수행할 ‘백신연구센터’를 설치해 국가표준연구소로 육성할 계획이며 민․관이 함께 구제역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국내에서 백신을 생산하는 문제는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키로 했다.

정부는 축산업 선진화 기반 구축의 중요 과제로 논의되고 있는 ‘축산업 허가제’를 2012년부터 도입키로 했다.

정부는 ‘축산업 허가제’가 축산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을 확보하고 축산 경영과 방역 등에 대한 교육을 받도록 해 생산성을 높이고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물을 생산토록 돕는 제도라고 설명한다.

축산업 허가제는 대규모 농가부터 도입하되 소규모 농가에 대해서는 이미 시행중인 ‘축산업 등록제’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다만 이 제도가 축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대상, 시기, 방법 등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생산자단체․전문가 등과 협의를 거쳐 4월말까지 확정키로 했다.

현재의 사육 위주에서 사육-운송-도축 단계를 포괄하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HACCP 인증, 친환경 인증 농장 등의 제도도 계속 정비해 나가기로 했다.

또 도축장․사료공장 등은 지역단위로 거점화해 질병 확산을 차단키로 했다. 도축장 등 관련시설을 통폐합할 경우 폐업지원 등을 추진하고 축산농가에 대해 시설 보완자금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앞으로 방역 매뉴얼과 축산업 허가제 세부방안을 만들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현재 농식품부에 조직된 '축산업 선진화 TF'에서의 논의와 전문가 토론회, 선진국 사례 분석 등을 통해 세부방안을 만들어 나가고, 이 과정에서 생산자단체 등과도 충분히 협의할 방침이다.

아울러 국무총리실에서는 대책 추진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실효성을 확보토록 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구제역 백서’를 제작해 이번 구제역 사태를 미래의 교훈으로 삼도록 할 방침이다. 백서는 전문기관에 의뢰해 제작하고 민·관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사실을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엄정한 평가와 분석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은 구제역 등 가축질병이 확산돼 축산업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끼침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월6일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범정부적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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