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한은 국민생명안전 보호의 핵심이다” 퇴직 소방관 모임인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 원로 소방관들이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 돼 있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수법인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회장 오세억)는 5월23일과 24일 양일간 강원도 평창 켄싱턴플로라호텔에서 ‘소방조직과 소방동우회의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는 첫날인 5월23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을 촉구하는 ‘대국민, 대국회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원로 소방관들은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인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 방안이 재난발생 시 지휘권과 조직체계를 개편해 중앙과 지방을 더욱 유기적으로 연계시킴으로써 국가의 책임을 더욱 강화해 효과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임에도 이를 폄하하고, 대안도 아닌 이상적이고 정략적인 억지 주장으로는 더 이상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완벽하지 않으면 할 필요가 없다’. ‘완벽한 대안이 나오면 그때서 논의하자’는 주장은 ‘절대자와 같이 모든 것에 흠결이 없는 만점 국회의원들로만 구성되지 않으면 이 나라 국회는 필요 없다’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며 “이제 우리는 소방관이 아니지만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 발전하기를 바라고 그 중심에 소방이 있기에 국가의 재난대응시스템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보다 신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세억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 회장은 “소방공무원 신분의 국가직 화를 위해 젊은 대학생들이 나선 이 마당에 노병이지만 작은 목소리라도 탄원하는 것이 당연지사로서 시대적 양심이고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하는 원로 소방관들의 호소문 전문이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촉구 ‘대국민, 대국회 호소문’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국민생명안전 보호의 핵심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 그리고 국회의원님 여러분 !

저희 원로 소방인들은 30년 이상을 화재와 재난현장에서 화마와 싸우다가 정년퇴직한 소방관들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하게 될 줄은 미처 생각도 못했습니다. 젊음의 열정을 바쳤던 선배 소방인으로서 마음속으로나마 후배들을 응원하며 조용히 지내려 했습니다.

가끔은 소방차 뒤에 매달려 현장으로 달려가던 40여년 전의 꿈을 꾸곤 합니다. 방화복도 못 입고 진화작업복에 플라스틱 바가지나 다름없던 방수모도 그나마 부족해서 동료들과 나누어 썼으며, 검은 연기는 그냥 참아가며 마셔야만 하는 것으로 알았던 그 시절이 그래도 보람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미군이 버리고 간 잉여차량을 개조하여 소방차로 사용하면서도 그것이 고마웠고 엄동설한이면 물탱크 소방차가 얼어 붙을까봐 밤새 연탄불로 소방차를 녹이던 그 시절 불평불만 모르고 천직으로 알고 오직 사명감으로 견뎌왔습니다.

찬바람 몰아치는 망루에서 손발이 얼도록 밤을 지새우고 밤새는 줄 모르고 응급환자를 이송해야 했지만 우리만 믿고 애타게 기다리는 국민이 있었기에 힘든 줄도 몰랐습니다.

소방조직과 재정이 힘의 논리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힘없는 조직이라는 슬픔을 가슴속에 한으로 묻어두어야만 했던 질곡의 역사 속에서도 늘 놓지 않았던 희망의 끈은 오직 ‘국가소방청’의 설립이었습니다.

광화문 뙤약볕 광장에서 방화복을 입고 소방청을 설립해달라고 소리없이 외치는 후배들의 1인 시위 등을 보면서 눈시울을 적시곤 했습니다.

1975년도 경찰국(소방과)에서 분리되어 민방위본부 소방국으로 이관된 후에 소방방재청, 국민안전처를 거쳐 42년만에 ‘소방청’이 창설됨으로써 비록 국가와 지방으로 이원화된 반쪽짜리 소방청으로 간판 하 나 바꿔단 것이라고 아쉬워하기도 했지만 그야말로 감격이었습니다.

그러나 소방의 지휘체계를 하나로 묶고 재난대응능력을 배가시킬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는 이제 마지막 소원이 되어버렸습니다. 국회에서 열띤 공방을 하며 부분합의가 이루어지고 법안이 마련되면서 꿈이 현실이 되어가는 모습을 접하면서 참 다행이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매스컴을 통하여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는 좌초위기다.”라는 소식을 들으면서 크나큰 기대가 이제는 걱정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그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그런데 첫 단추 끼는 역사적인 자리를 애써 외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명분이 너무도 논리적이고 그럴싸합니다. “완벽한 국가직화”를 위해서. “지방분권 시대에 역행하기 때문에.”라고들 합니다. ‘지방분권도 결국은 국민을 위함일진대 지방분권의 가치보다 국민의 생명안전은 당연히 우선’되어야함을 직시해야 할 것이며, 또한 “100점 만점을 받지 않으면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말로만 차린 12첩 반상보다는 간장 한 종지에 찬밥 한 그릇이라도 지금 받고 싶은 것이 저희들의 심정입니다. 재난발생시 지휘권과 조직체계를 개편하여 중앙과 지방을 더욱 유기적으로 연계시킴으로써 국가의 책임을 더욱 강화하여 효과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자며 마련한 방안은 폄하하고, 대안도 아닌 이상적이고 정략적인 억지 주장으로 더 이상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전을 담보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국회의원 여러분만 믿습니다. 대승적 차원에서 국민안전만 바라봐 주십시오. 그리고 머뭇거리면서 소모적인 논쟁을 하는 사이에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른다는 점을 명심해 주십시오. “완벽하지 않으면 할 필요가 없다. 완벽한 대안이 나오면 그때서 논의하자.”는 주장은 “절대자와 같이 모든 것에 흠결이 없는 만점 국회의원들로만 구성되지 않으면 이 나라 국회는 필요 없다.”라는 말과 다른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이제 우리는 소방관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 발전하기를 바라고 그 중심에 소방이 있기에 국가의 재난대응시스템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보다 신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예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소방공무원 신분의 국가직화를 위해 젊은 대학생들이 나선 이 마당에 노병이지만 작은 목소리라도 탄원하는 것이 당연지사로서 시대적 양심이며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원 여러분!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간곡히 청원합니다. 그리고 외칩니다. 지금은 선거운동 철이 아닙니다만 국민이 바라는바 더욱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할 때 의원님 여러분들께서 외면하지 않으시고 친히 함께 해주셨다는 사실을 의정사에 길이 남을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국민여러분! 정말 감사드리고 고맙습니다.

새끼손가락, 막내자식 아끼듯 허물도 덮어주시면서 소방을 성원해주시는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절대 잊지 않고 받들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소방의 힘이고 소방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5월 23일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촉구하는 원로 소방관들의 외침
대한민국소방동우회장 외 회원 일동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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