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국제적 신속대응체제 마련과 한-미FTA 조속시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현지시간 4월19일 뉴욕 해럴드프랫하우스에서 전미 외교협회(CFR_Council on Foreign Relations) 초청연설에서 이같이 강조해 청중의 호평을 받았다.

이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기조연설 전문이다.

저희 일행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신 전미외교협의회 리차드 하스 회장님!
저명한 학자 여러분, 참석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경기도 도지사 김문수입니다.
저는 CFR이 미국과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교정책의 싱크탱크라고 알고 있습니다.
오늘 최근의 글로벌 정세와 특히 저의 조국인 대한민국, 그리고 경기도의 현안에 대해 말씀을 나눌 수 있게 되어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미국은 61년 전 한반도에서 공산군의 침략으로 야기된 6.25 전쟁에 가장 먼저 달려와 대한민국과 자유 민주주의를 지켜 주었습니다. 3만6천명이 넘는 미군장병이 고귀한 목숨을 바쳤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한국의 정치인으로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인권, 경제적 풍요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뿐, 그 가치와 소중함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한 나라의 신성한 주권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내야 할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군사독재 치하에 있던 시절 대학생이 되어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하였습니다. 대학에서 두차례나 제적을 당하고 졸업했는데 무려 2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대학에서 제적된 뒤에는 노동운동에 투신하였습니다.
1970~80년대 한국의 노동자들의 삶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수준이었습니다. 바람도 통하지 않고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 단칸방, 어두침침한 공간에서 온종일 쉬지도 않고 한 달 꼬박 일해서 받는 노동자들의 월급이 당시 돈으로 만원도 채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저는 노동자 인권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7년 동안 노동자로 살며 노동운동을 하다가 구속돼 온갖 고문을 당하고 2년6개월간 수감생활을 했습니다. 그 시절 사회운동가로서 저는 사회주의에 경도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991년 사회주의의 맹주였던 소련이 붕괴하는 것을 보면서 사회주의에 대한 저의 환상이 깨지게 되었습니다. 사회주의는 실현 불가능한 이상일 뿐, 인간의 본성에 가장 맞는 정치체제는 자유 민주주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저는 1994년 민주화 운동 지도자였던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권유로 제도정치권에 입문하였습니다. 그리고 3선 국회의원, 재선 도지사를 하기까지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위해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고, 지금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한반도 전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가장 짧은 시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나라입니다. 대한민국 60년의 역사는 한반도 5천년 역사 중 가장 성공한 역사입니다. 이렇듯 한국이 짧은 기간 동안 큰 성공을 거둔 데에는 한미동맹이라는 튼튼한 버팀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는 세계 유일의 분단현장이자 한미동맹의 최일선입니다. 53.7마일의 휴전선과 DMZ로 북한과 대치하고 있으며, 2만8천명에 달하는 주한미군의 90%가 경기도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곳곳에 분산배치 되어있는 주한미군은 2016년까지 경기도 평택기지로 통합,이전할 예정입니다. 경기도는 주한미군이 가족과 함께 안정적인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주한미군 기지이전 사업이 보다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미국 조야의 협조를 촉구합니다.

세계 인구의 1/3이 지난 70년간 실험했던 사회주의는 완전히 실패했으며, 그중에서도 북한은 가장 철저하게 실패한 나라입니다. 어린이를 비롯하여 수 백만명의 국민이 굶주리고 있으며 수 십만명을 정치범 수용소에 가둔채 역사상 유례가 없는 3대 세습왕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넘어온 탈북자가 2만명이 넘었는데, 이들이 증언하는 북한의 가혹한 인권탄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우리는 3대세습 압제와 굶주림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북한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일깨워 주신 보편적 인류애를 망각하는 것이며, 인간으로서 숭고한 사명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지난 2004년 미국 의회는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는데, 저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우리가 해야할 일을 대신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해 북한의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5개의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북한인권법안은 대한민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과 미국, 국제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해 나서야 합니다.

작년 9월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의 스무일곱살 셋째 아들 김정은을 인민군 대장으로 승진시켜, 3대세습 후계체제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20대 청년 김정은이 북한 핵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3대세습과 맞물려 최근 한반도에서는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북한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을 일으킨 바 있으며, 최근에는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삐라살포에 맞서 경기도 전방지역을 포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도발로 정부차원의 각종 남북대화와 6자회담도 중단된 상태입니다.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맞서 대한민국의 국론을 통일하고 군사적 대비태세를 갖춰야 합니다. 한미동맹의 강화를 위해서라도, 미 의회에 계류중인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합니다.

최근 한반도에서는 G2 슈퍼파워로 등장한 중국의 영향력이 증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 저는 워싱턴 D?C를 방문했을 때, 리처드 캠벨 국무부 차관보를 만나서 한반도에서 시간은 미국의 편이 아니라 중국의 편임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또한 지금과 같은 방식의 6자회담으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봅니다.
북한의 등 뒤에 중국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스스로 변할 것이라는 생각도 비현실적입니다.
북한에서 돌발사태가 벌어질 경우 중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지, 중국이 원하지 않는 한반도의 통일은 가능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고, 한중 FTA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미 FTA 비준을 망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최근 국제적으로 일본 원전폭발, 자스민혁명에서 보듯, 일국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제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또 국제협력의 ‘스피드’가 더욱 요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은 국제공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한미 공조체제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심각하게 짚어봐야 할 문제입니다. 저는 국제적 위기에 긴밀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신속대응 국제협력체제’를 미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구축할 것을 제안합니다. 

저에겐 대한민국을 통일강대국으로 만드는 간절한 염원이 있습니다. 내가 꿈꾸고 준비하는 한반도 통일은 과거에 존재했던 공동체를 복원하는 단순한 재통일(re-unification)이 아닙니다. 우리 민족역사상 처음으로 한반도 전역에 걸쳐,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시민’이 주체가 되어 자유민주선진국가를 건설하는 신통일(neo-unification)입니다. 

통일강대국 건설은 민주주의가 독재에 승리하는 정의의 역사, 가난을 극복하고 번영을 이루는 성공의 역사를 완성하는 일입니다. 대한민국은 가혹한 식민지와 참혹한 전쟁을 딛고 50년 만에 세계 10대 경제대국을 만들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통일 후 20년이면 북한도 남한과 대등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이 실현되면 한반도는 더 이상 분쟁의 땅이 아니라, 대한민국은 세계평화를 선도하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후손들에게 정의와 풍요가 강처럼 넘치는 아름다운 세계를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도록 다함께 협력해야 합니다. 독재와 전쟁, 가난의 고통이 사라지고, 사람과 사람이 사랑하고, 이웃과 이웃, 국가와 국가 간에 서로 협력해서 선을 이루는 세상을 만듭시다. 바쁘신 와중에 참석해 주시고 경청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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