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석 한국재난안전정책개발연구원 고문
해마다 미세먼지가 우리를 숨 막히게 하더니 이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들을 꽁꽁 묶어 놓고 있다. 소박한 일상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모르고 무심하게 지내온 나날들이 축복인 것을 이제야 알겠다. 그런 일상이 그리움이 됐다.

여기저기에서 이런 얘기들이 들린다. 어느덧 봄의 계절로 접어든 지도 꽤 됐지만 한겨울의 코로나는 물러서지 않고 코로나와의 긴 싸움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언론 특히 방송의 재난 특보 방송도 전례없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방송사에 새로운 기록을 세워가고 있다. 그만큼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재난 방송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주고 있다.

각 언론사와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의 조사결과를 보면 우선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보를 취득하는 주요 경로는 TV 방송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74%가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를 TV를 통해 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포털 사이트가 그 다음이었다. 늘어난 정보수요와 뉴스 소비량은 페이지뷰(PV)와 시청률로도 확인된다.

코로나 관련 네이버 뉴스 PV는 많게는 2배 이상, 지상파와 종합편성의 뉴스 시청률은 코로나 사태 이후 1~2% 넘게 높아졌다. 그리고 국민 한 사람이 하루 평균 8.2회 정도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를 확인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보다는 여성, 특히 20대와 50대 여성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57%는 TV를 통해, 32%는 인터넷 포털기사를 통해 관련 정보를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튜브는 5%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기자들의 취재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특히 2월 말에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전화나 이메일 등과 같은 비대면 취재가 늘어나고 신문사는 지면을 줄이는 등의 자구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방송사는 관객 없는 녹화방송, 관객 없는 생방송으로 공개 방송을 진행해오고 있다.

감염병 재난보도의 촛점은 피해자의 입장을 잊어서는 안 되고 관련 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전달함으로써 국민이 필요 이상으로 불안하게 느끼지 않고 침착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 초기에 특정지역을 비하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보도가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리고 사태 초기에 세계 각국이 왜 코리안 거부 움직임을 보였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원인 없는 결과가 없고 그런 결과를 초래한 원인 제공을 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언론의 책임, 특히 지나친 특보경쟁에서 빚어낸 현상은 아닌지? 이런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 중요한 기능을 다 하고 있지만 몇 가지 과제를 안겨줬다고 하겠다.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이겨내면
삶의 무한한 에너지와 함께
한층 성숙해지고 강인해 지고
자신감이 생기고
따뜻한 시선으로 주위를
돌아볼 줄 아는 배려의 마음도 생겨난다.
시련과 아픔을 겪으면서
한층 성숙해진 사람은
인생의 짙은 향기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카뮈는 재앙에 맞서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라고 했다.
장애물은 넘어지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넘어가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말이 새삼 와 닿는다.

2020년 4월10일
김준석 한국재난안전정책개발연구원 고문(전 K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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