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이 찢어져 펄럭거리고 있어요. 자동차 위에 나뭇가지가 떨어져 있어요. 공원에 가로수가 넘어져 있어요. 천장에서 빗물이 새고 있어요. 태풍이 언제쯤이나 지나갈까요? 비가 몇 mm나 더 올까요?”

소방청(청장 정문호)은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9월7일 오전 9시 경 부산 동쪽 약 80km 부근 해상을 지나 동해를 따라 북상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비상 대비와 상황관리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이런 비 응급상황에 대한 119 신고는 자제해 줄 것으로 9월6일 당부했다.

특히 직접적인 태풍 영향권에 들어간 지역에 인명과 시설물 피해가 생기면서 119신고가 폭주하면 접수가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긴급한 상황이 아니거나 단순한 문의 전화는 119신고를 자제해주기를 당부했다.

실제로 지난 9월3일 오전 1시 경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했을 당시 부산소방재난본부 상황실에는 1시간 만에 3428건의 119신고가 들어왔다.

이런 상황을 미리 예상하고 평상시 22대로 운영하는 119신고전화 접수대를 3배 이상 증설한 67대로 운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대비 56배나 증가한 119신고를 모두 처리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태풍이 접근하면서 강한 바람과 함께 폭우가 내리면 여러 가지 피해가 속출하게 된다. 산사태나 시설물 붕괴와 같은 대형사고는 물론이고 가옥의 침수, 가로수 전도, 간판 낙하 등과 같이 크고 작은 사고가 동시에 여러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소방의 도움을 요청하는 119신고가 폭주하는 것이다.

119신고가 급증하면 소방 상황실의 모든 전화가 통화 중 상태가 되고 이때 119신고를 하면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안내만 나올 뿐이다. 접수요원이 앞선 통화를 마치면 ARS 대기상태에서 바로 통화가 연결되지만 평소보다 119신고 접수와 소방대의 출동이 늦어지는 것이다.

소방청은 119신고 폭주에 대비해 가용할 수 있는 비상요원을 투입해 신고 접수대를 최대한으로 증설하고 경찰 등에서 들어오는 공동대응 요청에도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하지만 119신고를 모두 한 번에 접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여러 곳에서 동시에 출동 요청이 들어오면 편성할 수 있는 소방력이 한계에 이르기 때문에 출동 지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소방청 조선호 대변인은 “평상시에는 119신고 전화가 현장정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태풍과 같이 전화신고가 폭주하는 상황에서는 인명안전과 직접 관련성이 없는 사고나 단순 문의사항은 우선 관련 기관에 전화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며 “그래야 긴급한 신고전화를 지체없이 받을 수 있고 현장에 소방력을 출동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선호 대변인은 또 “소방청은 119신고 폭주 시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황실의 비상접수대 증설과 함께 차세대 긴급신고표준시스템을 개발해 폭주 상황이 발생하면 중앙이나 인접 시・도에서 공동 대응하는 방안 등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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