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한승헌, 이하 건설연)은 세계 최초의 TBM 전용 시뮬레이터 개발에 성공했다고 11월11일 밝혔다.

일반적인 터널공사의 경우 화약을 이용한 발파 방식과 거대한 드릴형태의 TBM(Tunnel Boring Machine)방식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발파공사는 특성상 소음, 진동 등 공사공해 발생 가능성이 있는 반면, TBM 방식은 이러한 공사공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 터널 공사구간이 길수록 TBM 공법은 상대적으로 시공속도를 높이고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이러한 장점들로 인해 해외의 경우 1950년대부터 TBM 공법이 증가했으며 유럽은 도심 내 터널공사에서 TBM 공법을 80%까지 활용하고 있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로 구성돼 있는 우리나라는 터널공사에 대한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도로(2077km), 철도(928km), 도시철도(960km) 등 국내 교통터널의 길이는 약 4000km에 달한다. 최근 GTX-A노선(한강하저 및 북한산 관통구간), 김포-파주 고속도로 2공구 한강하저터널 등과 같은 중‧대단면의 교통터널에서 TBM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TBM에도 한계점이 있다. TBM은 한 번 현장에 투입되면 교체하거나 후진시키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TBM의 전방 굴착면이 장비로 막혀있기 때문에 암반이나 토사 등이 굴착과 전진 이동을 방해하는 시공 트러블들을 육안으로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TBM의 시공 성능은 장비를 운용하는 운전자의 능력에 따라 크게 좌우되며 TBM 운전자의 양성은 현장의 경험과 실무를 통해서 도제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TBM 사용자의 사전 시뮬레이션과 전문 운전자의 양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건설연이 개발한 TBM 시뮬레이터이다. 시뮬레이터에는 TBM의 운전, 구동, 제어 등의 기본적인 작업과정을 사전 테스트할 수 있다.

또 지반조건에 따라 지반이 터널로 밀려들어오거나 암반이나 토사로 인해 공사를 방해하는 등의 다양한 상황이 시나리오로 탑재돼 있다. 공사가 예정된 지역의 지반 조건에 따라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위험요소들을 안전하게 대처함으로써 현장에서의 실패요인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시나리오에 기반해 운전자의 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게 됐다. TBM의 실제 운전‧제어 시스템과 동일하게 제작된 실물 크기의 시뮬레이터뿐만 아니라 터치스크린 형태의 소형 시뮬레이터도 함께 개발해 활용의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연구책임자인 장수호 박사는 “이미 입력돼 있는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시나리오를 직접 시뮬레이터의 교육관리시스템에 입력하기만 하면 바로 구현되도록 제작했다”며 “시뮬레이터의 확장성과 사용성이 높다는 것이 큰 차별성이자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한승헌 원장은 “한참 연구개발 중이었던 2019년 11월에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개최됐던 ‘스마트 건설기술‧안전 엑스포’에서 외국 TBM 제작사 관계자들이 전시된 시뮬레이터 시작품을 보고 도입 의사를 밝히는 등 기술수출도 기대된다”며 “우리나라의 TBM 기술 발전과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기술을 바탕으로 참여기업을 통해 해외에 제품 수출까지 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과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건설기술연구사업(2017년 ~ 2021년)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시뮬레이터 개발에는 이엠코리아 주식회사, 주식회사 두나정보기술, 강릉건설 주식회사, 주식회사 삼보기술단 등 관련 중소‧중견 기업들도 함께 참여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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