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청장 신열우)은 소방에서 최초로 2점의 근현대 소방유물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재하기 위해 문화재청이 12월31일부터 내년 1월30일까지 국민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등록예고에 들어갔다고 12월31일 밝혔다.

국가등록문화재는 문화재청장이 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중에서 특별히 보존과 활용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등록한 문화재로 일제 강점기 이후 근대에 생성·건축된 유물과 유적이 중점적으로 등재돼 있다.

이번에 등록예고된 소방유물은 2점으로 서울소방항공대에서 2005년까지 활약하다가 퇴역한 우리나라 최초의 소방헬기와 1950년대 제품으로 국내 회사가 생산한 국산 완용펌프 1점이다.

첫 번째로 소방헬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소방항공대인 서울소방항공대가 1979년 MD500D를 대한항공의 면허생산으로 제작을 완료해 도입한 것으로 당시 기명(機名)은 ‘까치 2호’였다.

이 헬기는 1980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해 2005년 6월30일 퇴역할 때까지 총 2983시간 45분 동안 비행을 하며 942명의 귀중한 생명을 구하고 산불진압, 병역 등 수천 회 출동하는 등 맹활약했다.

특히 1994년 10월21일 성수대교 붕괴사고 현장, 1994년 12월7일 아현동 가스폭발사고 현장, 1995년 6월29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 등에 출동한 우리나라 재난사의 산증인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관리하고 있는 이 헬기는 현재 보라매시민안전체험관 옥외에 시민관람용으로 전시돼 있다.

두 번째로 완용펌프는 국내 기업이 생산한 국산 소방장비다. 우리나라에 완용펌프가 전국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 초부터이지만 당시에는 일본에서 생산된 제품이거나 일본의 한국 현지법인이 생산한 것이 전부였다.

한국전쟁 이후 열악한 소방력을 보강하기 위해 1954년에 서울에 소재한 전문업체인 한국방호기재공업주식회사가 국산 완용펌프를 생산해 당시 내무부 소방국으로부터 인증을 받아 판매를 시작했다.

완용펌프는 수동으로 펌프를 작동시켜 소화수를 뿌리는 기계식 장비로 17세기 유럽에서 발명됐으며 조선 경종 3년인 1723년에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소개됐다.

이후 20세기 초 소방차가 보급되기 전까지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됐으며 우리나라는 경제 사정으로 전국적인 소방차 보급이 늦었기 때문에 1970년대까지도 사용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소방차는 1977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했다.

현재 국산 완용펌프는 전국에 4점 밖에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번에 등록 예고된 완용펌프는 경기도 안양지역(당시 시흥군 안양읍)에서 사용되던 것으로 안양소방서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 완용펌프는 전국에 있는 4점 중 보존상태가 가장 양호하고 원형이 잘 유지돼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문화재청은 등록예고기간 중에 특별한 이견이 없으면 내년 2월 중 최종 문화재심의회를 거쳐 등록문화재로 확정하고 3월 중 공고할 예정이다.

소방청 조선호 대변인은 “이번 등록예고를 계기로 소방유물의 역사적 가치와 보존의 필요성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국가등록문화재는 물론 시・도 등록문화재로도 지정되는 소방유물이 많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청은 소방유물을 통한 국민안전교육과 소방문화의 계승을 위해 경기도 광명시에 국립소방박물관을 건립하기로 확정하고 2024년 개관을 목표로 내년에 설계에 착수한다. 현재 소방과 관련된 유물은 특수자동차 분야의 국가등록문화재 제399호로 등록된 상주의용소방대가 사용하던 1933년형 포드 트럭이 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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