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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전 색상 ‘유쾌한 기억’ 단상
권희병 송도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장
2021년 06월 10일 (목) 08:25:18 윤성규 기자 sky@safetoday.kr

   
▲ 권희병 송도소방서 소방장
길을 걷다 보면 흔하게 빨간색 소화전을 볼 수 있다. 소화전 색깔을 빨간색으로 한 것은 따로 규칙이나 규정이 있어서가 아니다. 소화전 색깔을 빨간색으로 한 것은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빨간색이 주는 시인성, 경각심, 그리고 관리의 용이성 때문이다.

즉, 빨간색으로 도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눈에 더 잘 띄는 색으로는 노란색과 주황색도 있기에 시인성만 생각한다면 꼭 빨간색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소화전 색상으로 빨간색을 가장 많이 쓰이는 이유는 빨간색이 시인성이 높은 색상 중에서 비교적 오염에 강해 관리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대기에 먼지농도가 많은 공단지역이나 화물트럭 통행량이 많은 도로변의 소화전 같은 경우, 어두운 계통의 붉은색으로 도색됐음에도 불구하고 소화전 오염비율이 높다.

지역 특성상 도심과 공단지역이 많은 인천시 내 소화전을 흰색이나 노란색 등 밝은 색으로 도색한다면 소화전이 쉽게 오염돼 도시미관을 해치게 돼 많은 예산을 들여 매년 소화전을 재도색하던가, 수시로 정밀 세척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오염된 소화전을 재도색 등의 정비없이 그냥 둔다면 소화전의 시인성이 떨어져 유사시 소방대원이 소화전을 쉽게 찾지 못할 수 있고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라는 이론에서 볼 수 있듯이 정비없이 방치된 소방용수시설은 고의적 훼손과 무단 불법사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화전을 보면 법으로 지정된 것이 아님에도 소화전 색상이 한결같은 빨간색, 그것도 오염에 강한 어두운 빨간색으로 도색된 소화전이 많은 것이다.

   
   
정말 우리 주위엔 정녕 빨간색 소화전 말고 다른 색상과 디자인의 소화전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옆의 사진 속 소화전은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화전이다.

소방법에는 소화전 표지판에 대한 디자인 규정은 있지만 소화전 색상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없기에, 오른쪽 사진에서 보다시피 제주도의 소화전처럼 저렇게 파란색와 노란색으로 도색되는 것이 가능하다.

아무래도 제주도는 국제적인 절경이 가득한 천혜의 관광지인데 천편일률적인 강렬한 적색 소화전보다는 시인성이 좋으면서도 주변 경관에 잘 어울리는 소화전 도색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 특성상 소화전 오염에 대한 관리가 일반 도심지에 비해 용이하기에 조금은 다른 특색있는 디자인을 정책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소화전이 모두 빨간색인 것은 시인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다 관행으로 굳어진 좋은 예이다. 하지만 제주도 소화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관리가 가능하다면 관광지역 특색에 따라 그 지역의 얼굴이 될 수 있는 특색있는 소화전을 디자인하는 것도 사람에게 유쾌한 기억을 줄 수 있는 기반시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유명 관광지인 제주도의 경우처럼 단순 도색을 다르게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예를 들면, 인천의 유명 유적지인, 강화도 전등사 범종의 디자인을 닮은 소화전이 전등사 앞에 있다던 지, 또는 인천국제공항 앞에는 비행기의 모습을 한 소화전이 있다던 지 말이다.

현실적으로는 소화전 구경과 배관 크기 등 세세한 부분까지 설치기준이 있어서 형태적인 디자인은 바꾸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또 역사적 아픔이 있는 광성보나 초지진 같은 곳의 소화전에 유명 관광지라고 대포 모양의 소화전을 디자인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그렇다고 소화전을 보러 관광객들이 그 지역을 찾아오는 말도 안되는 일은 없겠지만 효율과 관행보다는 다양성과 보는 즐거움을 주는, 지역을 대표하는 소화전이 하나쯤은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1년 6월10일 
권희병 송도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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