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창영 광주대학교 교수
물류센터는 일반적으로 불에 타기 쉬운 가연성 물질이 많이 밀집돼 있어 화재에 취약합니다. 이번 쿠팡 물류센터의 경우 화재 발생으로 1500만개 이상의 적재물이 소실되는 등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화재를 초기에 진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재에 대한 관계자들의 경각심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 최근 쿠팡 경기 이천 덕평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며칠 동안 화재가 완전진압되지 않고 인명피해도 있던 터라 사람들의 안타까움이 더했는데요. 화재진압이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가 뭡니까?

= 덕평물류센터는 연면적 3만8000평(12만7000제곱미터) 규모의 물류센터입니다. 보통 건물의 70% 이상이 소실됐거나 그 미만이라도 재사용이 불가능한 경우 전소됐다고 판단하는데 덕평 물류센터는 사실상 전소된 상태로 내부 적재물 1620만 개도 같이 소실됐습니다. 건물 피해액으로만 산정해도 795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장비 140여대와 인력 450여명이 투입돼 화재진압을 진행했지만 건물 크기, 내부에 적재된 화물 등으로 인해 화재진압에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또 진입도로가 한 곳 밖에 없어 살수차가 물을 뿌릴 수 있는 장소가 한정돼 있는 점도 화재진압까지의 시간이 소요된 것을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의 필수 인프라로 떠오른 곳이 바로 물류센턴데요. 전국에 물류센터가 몇 개나 됩니까?

= 전국적으로 물류창고업으로 등록된 물류시설은 2021년 기준 4626개인데, 이중 물류시설법에 따른 창고업은 1478개가 있습니다. 매우 많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이는 중소업체의 물류창고를 모두 포함해서 그렇습니다.

대략 3000평 이상의 규모를 가지고 있는 창고만 본다면 현재 국내에 378개소가 있습니다. 작년부터 지속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택배 화물의 물동량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데요.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면 향후 물류센터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물류센터에서는 크고 작은 화재가 잇따랐다고요?

= 맞습니다. 물류센터에서는 계속해서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2020년 4월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로 인해 38명의 목숨을 잃은 사건과 같은 해 7월 용인 물류창고 화재로 5명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최근 5년간 전국 창고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6577건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22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물류창고와 관련한 화재가 계속되자 소방당국에서는 작년 7월에 전국 물류창고 실태조사를 진행했는데요.

조사대상 978곳 중 36%에 해당하는 349곳에서 위반사항이 발견돼 과태료 부과, 기관통보, 보수보강 등의 조치명령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쿠팡 물류창고 화재를 계기로 7월2일까지 전국 대규모 물류창고 490곳에 대한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한다고 합니다.

◆ 쿠팡 같은 업체들이 최근에 만든 초대형 물류센터엔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는 최첨단 설비를 갖췄다고 들었는데요. 그런데 정작 화재가 벌어졌을 땐, 왜 이런 설비가 무용지물이 된 겁니까?

= 초대형 물류센터는 설계 당시 화재사고를 초기 진압하는 설비를 구축하고 있지만 이렇게 화재가 발생하게 된 원인은 지속적인 관리 부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쿠팡 물류센터도 화재를 대비한 스프링클러, 비상방송 시스템 등 화재를 통보하고 초기에 진압하는 설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천 덕평물류센터는 화재 발생 4개월 전에 자체 소방 점검에서 스프링클러나 경보기 등 270여 건의 결함이 발견됐으며 열을 감지해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키는 감지기의 경우 결함이 28건이나 지적받았습니다.

쿠팡 측에서는 이러한 사안들이 이번 발생 화재 이전에 모두 시정됐다고 발표했지만 이러한 부분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관리자의 안전불감증 또한 문제가 됐습니다. 현장 근로자의 화재 의심 내용을 전달받았음에도 관리자는 이를 무시하고 상황파악 및 통제를 제대로 시도하지 않아 초기대응 가능한 시점을 놓친 것도 이번 화재의 이유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화재를 계기로 산업계가 물류센터 안전을 강화해야 한단 지적이 있던데요. 안전전문가로서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물류센터 안전 강화를 위해선 주기적인 점검 및 관리와 안전관리자의 역량이 강화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앞선 사례와 같이 물류센터는 종이상자, 비닐 등 가연성 물질이 다수 존재하며, 각종 전기설비가 복잡하게 설치돼 있어 화재와 같은 재난에 취약합니다. 따라서 반드시 초기에 진화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우선 설비에 대한 사전 관리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연 1회 실시하는 시설점검의 횟수를 자체적으로 늘려 현재 물류센터의 문제점을 주기적으로 파악하고 시설의 결함에 대한 신속한 시정이 필요합니다.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설점검뿐만 아니라 관리자의 역할 또한 중요합니다. 물류센터 재난관리 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주기적인 안전 교육을 실시해 안전관리 임무에 대한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 물류센터 내의 안전관리 업무 담당자는 물류센터 직원을 대상으로 화재 등을 포함한 안전관련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 이번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는 우리나라 물류창고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화재진압 작전 중 소방관 1명이 사망하고 물류창고의 피해액은 약 800억원에 달하는 인명 및 재산피해가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이번 화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원인을 꼽고 있지만 내부에 많은 가연물이 적재돼 있었다는 점과 건물의 출입구가 하나로 화재진압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안전에 대한 인식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처럼 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사고를 포함해 물류창고 화재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덕평물류센터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가연성 물질이 적재돼 있는 물류센터 특성상 안전관리 및 화재 예방 활동은 반드시 강화돼야 할 것입니다.

안전의식은 매번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잘 퍼져있지 않은 부분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대형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만큼 우리 모두가 안전에 대한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2021년 7월2일
송창영 광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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