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창영 광주대학교 교수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명절을 앞둔 요즘, 산행이나 벌초를 계획하시는 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즈음 산행이나 벌초를 할 때 매번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요. 바로 벌에 의한 사고입니다. 벌의 산란기와 명절로 인한 벌초 시기와 겹치면서 매년 벌 쏘임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안전수칙을 한 번씩 상기하여 사고를 예방해야 할 시기입니다.

◆ 여름철에 벌의 활동이 왕성해 지면서 벌 쏘임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최근 몇 건의 사고가 벌어졌습니까?

= 작년(2020) 한 해 동안 4947건의 벌 쏘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 중 3617건이 7~9월에 발생했는데 이는 작년 한 해 발생한 건수의 7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벌 쏘임 사고는 7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8월과 9월에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이는 기온상승으로 벌들의 활동이 왕성해지고 개체군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말벌류의 생애주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 왜 유독 8월에 벌 쏘임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건가요?

= 보통 벌의 산란기는 8월에서 9월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벌의 개체 수가 늘어나고 군체가 거대해지는 시기입니다. 이때, 벌들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예민해지고 다른 동물이나 사람을 향한 공격성도 더 커진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7월에서 9월에 벌 쏘임 사고 발생 건수의 70% 이상이 집중된 것과 벌 쏘임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야외활동을 할 경우 벌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 벌 쏘임 사고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사고라고 알고 있는데요. 벌 쏘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벌의 성향도 알아둬야겠네요.

=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장수말벌의 공격성을 실험한 결과 색상별 공격 성향은 검은색 > 갈색 > 빨간색 > 노란색 및 초록색 순으로 공격성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벌초를 하거나 산행을 하는 등 벌이 많은 장소에 출입할 때는 흰색 등 밝은 계열의 옷을 입는 것이 사고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활동 시 향수를 뿌리거나 청량음료, 과일 등 단 음식은 벌을 끌어들일 수 있으니 가져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여담으로 벌초 또는 산행을 하면서 막걸리를 가져가는 행위는 매우 위험합니다. 막걸리의 시큼한 냄새로 인해 말벌이 꼬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농촌에서는 벌의 산란기 철이 오기 전 막걸리를 이용해 여왕별을 포획해 개체 수를 줄이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만약 실수로 벌집을 건드렸을 경우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 벌을 발견했을 경우 차분하게 대피해야 합니다. 이때 팔을 휘두르는 등의 큰 몸짓은 벌을 위협해 흥분시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만약, 벌집을 건드렸다면 신속하게 벌집에서 20m 이상 떨어진 곳으로 대피하셔야 합니다.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상식 중 하나가 말벌집을 건드렸을 경우 엎드리거나 가만히 있는 행동은 매우 위험합니다. 벌집을 건드리게 되면 말벌은 흥분 상태로 무차별 공격을 하기 때문에 무조건 그 자리를 신속하게 벗어나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벌의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외투 등으로 머리나 목 주위를 보호하면서 벗어날 필요성이 있는데요, 이는 목과 얼굴에는 신경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꿀벌이나 말벌에 관계없이 머리나 목 주위를 공격당하는 것이 다른 부위보다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 벌에 쏘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만 만약 벌에 쏘였을 때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 벌에 쏘인 후 가장 위험한 상황은 바로 알레르기 반응입니다. 알레르기로 인한 ‘과민성 쇼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과민성 쇼크는 벌에 쏘이고 난 이후 15분 이내에 나타나며 벌에 쏘인 사람의 약 5% 정도에서 발생됩니다. 몸이 붓고 가려움증이 나타남과 동시에 피부가 창백해지고 식은땀과 구토, 호흡곤란 등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는데요.

이러한 과민성 쇼크로 인한 사망 원인 중 60~80%는 공기를 폐로 전달하는 기도가 부어서 숨을 쉬지 못하는 질식사입니다.

두 번째 사망 원인으로는 혈관 확장에 따른 쇼크사입니다. 때문에 부위를 깨끗한 물로 씻어주고 얼음주머니 등으로 차갑게 한 후 즉시 병원으로 이동하거나 119에 신고해야 하며 벌에 쏘인 사람이 병원으로 이송하는 동안에는 질식의 가능성을 우려해 입으로 아무것도 먹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또 과민성 쇼크 증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드레날린 자가주사제를 구비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드레날린 자가주사제는 강심작용, 기관지 확장 작용이 존재해 벌쏘임으로 인한 과민성 쇼크가 오기 전 신속하게 주사할 경우 쇼크 증상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아드레날린 자가주사제는 의사 처방 후 서울 한국희귀의약품 센터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사용하실 경우에는 유효기간과 사용방법을 숙지하고, 사용 후 병원을 방문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벌에 쏘였을 때를 대비해서 알아두면 유용한 임시조치 방법이 있나요 ?

=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임시 조치방법 중 하나는 신용카드 등으로 쏘인 부위를 살살 긁어 독침을 제거하는 것으로 알고 계시는데, 이는 무조건 맞는 말은 아닙니다. 꿀벌과 말벌 두 경우가 다르기 때문이죠. 꿀벌은 독침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아 제거가 필요하지만 말벌의 경우는 대부분 독침이 남지 않습니다.

참고로 말벌의 독은 알칼리성을 띄고 있어 상처 부위에 레몬, 식도 등 산성 물질을 발라주는 것이 도움이 되며 꿀벌의 독은 산성을 띄고 있으므로 침을 제거한 후 비누 등 알칼리성 물질로 상처를 씻어주면 독을 중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벌침을 제거하고 난 뒤에는 쏘인 부위에 냉찜질을 해 통증을 완화할 필요가 있으며 벌에 쏘인 부위를 높이 유지하는 것도 부기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임시조치일 뿐 치료방법이 아닙니다. 벌에 쏘이게 될 경우 신속하게 해당 장소를 벗어나 119에 신고를 하셔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벌 쏘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수칙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 소방청은 지난 7월30일부로 벌 쏘임 사고 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벌 쏘임 사고 주의보와 함께 벌 쏘임 사고 예방 안전수칙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첫째, 산행 등 야회 활동 시 주변에 벌이 있거나 땅속, 나뭇가지 등에 벌들이 보이면 벌집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주의를 살펴야 합니다. 이때, 당황해 큰 움직임을 보이게 되면 벌을 자극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둘째, 벌집을 발견했을 때 섣불리 제거하거나 벌을 자극하지 말고 119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셋째, 야외활동 시 흰색·노란색 등 밝은색 계열의 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으며 모자를 착용하는 것이 보다 안전합니다.

넷째, 벌의 후각을 자극할 수 있는 향수나 향이 진한 화장품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습니다.

다섯째, 벌이 공격할 때는 벌을 쫒아내지 말고 머리부위를 감싼채 신속히 20m 이상 떨어진 곳으로 대피합니다.

매년 벌 쏘임 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벌의 산란기 시기로 활동이 많아지는 만큼 벌초 등 야외활동을 하는 데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2021년 8월30일
송창영 광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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