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은 '서울과 대전 도심 한복판에 고준위 핵폐기물이 포함된 방사성 폐기물 방치'라는 제목의 10월5일 논평을 통해 변재일 국회의원이 입수한 교육과학기술부 ‘중·저준위 방사선 폐기물 처분 관련’ 자료에 따르면 서울 공릉동과 대전 원자력연구원에 경주 방폐장이 정한 안전기준에 미달한 방사성폐기물이 1만375드럼 방치중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하는 환경운동연합 논평 원본이다.

문제는 현재 이에 대한 안전기준검사 설비조차 없어 사실상 핵폐기물이 도심 한복판에 방치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방사능 독성이 높은 방폐물이 10년 넘게 방치된 상황에서도 처리 준비를 하지 않아 원자력연구원의 계획에 따르더라도 안전검사에만 10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과 대전의 도심에 위험천만하게 방치돼 있는 방사성폐기물은 원자력연구시설로부터 나온 폐기물이다. 특히 서울시 공릉동 원자력연구원 옛 부지에 ‘연구용원자로 1,2호기’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성폐기물 1297드럼(드럼 당 200L)은 방사성 세기가 높은 고준위핵폐기물이 포함된 방폐물이다.

대전 원자력연구원 내에도 1985년부터 연구원 내 자체 원자력 관련 시설에서 나온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9078드럼이 보관 중이다.

서울과 대전에서 발생한 방사성 폐기물이 월성 방폐장 입고 안전기준에 미달된 것은 방사선 세기가 높은 고준위 핵폐기물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방사선 준위가 높은 핵폐기물에 맞는 고형화 처분 등 안전기준을 맞추지 못한 것이다.

결국 시민들만 무방비 상태에서 방사성폐기물의 위험에 노출돼 있었던 셈이다. 심각한 점은 이 핵폐기물이 얼마나 많은 양의 방사선을 내뿜는지 정보조차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가 자랑하던 원자력관련 연구시설들이 시민들의 안전은 무시한 채 대책 없이 설치되고 운영됐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결국에는 이러한 시설들이 원자력발전소와 마찬가지로 처치곤란의 거대한 핵폐기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또 서울과 대전의 핵폐기물 1만379드럼을 처분하기 위해 경주방폐장에 지불해야하는 처분비용 총 538억3000만원 중 2011년 현재 적립액은 15%수준인 83억7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원자력연구원은 스마트 원자로 건설, 한국형 신형 원자로 연구개발 등에는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부으면서도 원자력발전과 원자력연구시설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방폐물 처리에는 예산도 배정하지 않고 원전 개발만 일삼아 온 것이다.

서울과 대전의 시민들이 방사능 피폭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상황인데 정부차원의 아무런 대책조차 없다는 점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례로 비춰 볼 때 현재 전국에 있는 원자력관련 시설들 역시 방사성폐기물이나 시설해체 문제에 있어서는 대책이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또 정부가 경상북도에 원자력클러스터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추진 중인 각종 원자력관련시설들 역시 동일한 문제를 낳을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원자력관련 시설은 방사성폐기물 처분계획도 해체계획도 없이 운영됐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제라도 국회차원의 민관합동진상조사가 필요하며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운영 중인 원자력관련 시설들은 방사성폐기물 관련 처분계획이 있다면 공개하고, 안전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원전 관련 시설의 방사성폐기물 처분 계획을 의무화하는 법제도 개정이 필요하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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