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집회시위 관리 방안에 대해 불과 1주일 만에 서로 다른 방침을 내놓고 있어 경찰력 행사에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10월21일 이른바 “도로 점거 등 불법행위 대응 법집행력 강화 방안”이라는 방침을 지방경찰청에 하달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도로점거나 폴리스라인 침범시에는 별도의 해산 절차없이 곧장 물대포를 발사하는 등 사실상 국민의 헌법적 권리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물리력으로 억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시민사회의 강한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경찰청의 이번 방침은 불과 1주일 전 경찰청이 개최한 “선진집회시위 문화 정착을 위한 토론회”에 대한 경찰의 입장과 스스로 뒤집는 꼴이어서 스스로 법집행에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경찰이 국민들에게 한입으로 두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 10월14일 “경찰청, 선진집회시위 문화 정착을 위한 토론회 개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 통해 전날 토론회의 결과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중략>박노섭 한림대 법행정학부 교수는 “시위진압이 사회적 갈등의 해결수단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스스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선진시위문화정착을 위한 경찰의 집회관리방식과 이에 대응하는 경찰력 행사기준을 제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경찰이 집시법을 과도하게 적용해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경찰을 포함한 국가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킨다”고 주장했으며 한남대 이창무 교수는 “맹목적으로 물리력을 통해 집회시위를 통제하려던 단순성을벗어나 대치전략을 짜고 대처의 신축성과선별적 대응을 한다면 최소한의 물리력으로도 시위관리가 가능하다”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경찰청은 이 보도자료를 통해 이러한 토론자들이 지적내용에 대해 “이번 토론회를 통해 논의된 주요 내용 및 학계․시민단체의 의견과 비판을 검토해 집회시위 관리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개선․발전시켜 나가기로 하고”라고 밝히고 있다.

마치 물리력에 기반한 경찰의 집회시위 관린 방안에 대한 토론자들의 지적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처럼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 보도자료가 나온 지 1주일도 되지 않아 별도의 사전절차 없이도 물대포를 통해 집회시위를 진압하겠다고 지침이 나온 것이다. 사실상 토론회에서의 경찰의 입장은 립서비스에 불과하고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승수 국회의원은 10월24일 “도로점거 등 불법행위 대응 법집행력 강화방안”은 즉각 철회돼야 하고 시민사회와 학계의 우려를 반영해 물리적 진압 위주의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청의 대응 방침을 전면적으로 제고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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