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지사입니다” - 김문수 경기도 도지사
“…………” - 119상황실 근무자
“누구십니까” - 김문수 경기도 도지사
“왜 그러십니까” - 119상황실 근무자
“물어볼 것이 있다” - 김문수 경기도 도지사
“이 전화는 비상전화이니 일반전화로 하셔야 한다” - 119상황실 근무자
“왜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느냐” - 김문수 경기도 도지사
== 두 차례 전화에서 모두 9번 자신의 신분 밝힘 - 김문수 경기도 도지사
== 장난전화로 여기고 전화 끊음 - 119상황실 근무자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지난 12월23일자로 ‘자신의 직위와 이름을 대지 않고 먼저 전화를 끊은 것은 명백한 근무규정 위반’이라며 남양주소방서 119상황실 근무자 2명을 포천소방서와 가평소방서로 문책성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이 인사 조치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과도한 ‘월권’이라는 비난이 12월28일 현재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2월19일 낮 12시30분 경 경기도 남양주의 한 노인요양원을 방문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암 환자 이송체계 등을 문의하기 위해 남양주소방서 119상황실에 전화를 걸었다.
소방서 119상황실 근무자는 전화를 받자 “김문수 지사입니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다급한 목소리로 구조나 구급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느긋한 목소리로 “김문수 지사입니다”라고 한 것이다.
당연히 119상황실 근무자는 장난전화로 생각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당연히 관등성명도 대지 않았다. 김문수 도지사는 답변이 없자 “누구십니까”라고 물었다. 119상황실 근무자는 “왜 그러십니까”라고 되물었다.
김문수 도지사는 “물어볼 것이 있다”고 대답했다. 119상황실 근무자는 “이 전화는 비상전화이니 일반전화로 하셔야 한다”고 안내했다.
김문수 도지사는 재차 “왜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느냐”고 다그쳤고 두 차례 전화에서 모두 9번 자신의 이름을 밝혔고 근무자들은 장난전화로 여기고 전화를 끊었다.
119상황실 근무자가 문책성 인사 조치를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잘 못한 것인지를 놓고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권력을 남용하고 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과잉 충성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소방시스템에 위치도 나온답니다 근무자들 기본이 안된거죠”라고 입장을 밝혔다.
문제의 본질은 119상황실로 걸려오는 ‘장난전화’이다. 119상황실 근무자들이 받는 전화는 대부분 다급한 목소리의 구조나 구급 관련 전화이다. 다급한 목소리로 장난을 치는 ‘장난전화’도 있다.
그래도 119상황실 근무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나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서 밝힌 것처럼 ‘관등성명’을 대야한다. 관등성명만 댔다면 문제가 없었을 일이다.
김문수 경기도 도지사도 위급한 상황의 전화가 아니라면 119상황실 응급전화 응대가 아닌 일반전화로 물어 봤어야 했다. 이는 김문수 도지사가 아닌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김문수 경기도 도지사는 ‘근무자가 임의로 장난전화인지를 판단하면 안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김문수 경기도 도지사의 전화 응대를 받고 있는 순간 더 위급한 경기도 도민이 위급한 상황을 대처하지 못하고 죽었을 수도 있다.
119응급전화 대응 매뉴얼이라 할 수 있는 ‘소방공무원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에 따르면 상황실 근무자는 119전화신고 접수 시 먼저 자신의 관등성명을 밝히고 신고내용에 대해 성실히 응대토록 규정하고 있다. 상황실 근무자는 모든 신고전화에 대해 장난전화 여부를 임의로 판단해 응대하는 것은 금기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2월 남양주소방서에서는 응급환자가 119로 신고했는데도 당시 상황실 근무자가 이를 장난전화로 오인, 구급차가 출동하지 않아 신고자가 동사한 사고도 있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12월28일 “경기도지사는 경기도 소방의 최고책임자로서 모든 경기도 소방공무원을 지휘, 감독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며 “신고전화를 오인하는 이와 같은 사례를 계속 방치한다면 앞으로 시민이 큰 피해를 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에 문책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방관에 대한 문책성 인사 조치는 백번 생각해도 김문수 경기도 도지사가 오버한 것 같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