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이 채 오기전인 2009년 가을에도 아시아 지역에서는 여러 재난으로 인해 꽤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9월 말 이후에만도 필리핀은 태풍 캣사나로 288명이 사망하고 3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베트남과 라오스에서는 각각 162명, 2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인도 남부에서는 몬순 폭우로 277명이 사망했고 수마트라 지진은 1100여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국가위기관리연구소 소장)
2010년 올해도 벌써 2개월 반이나 지나갔다. 얼마 전 주말 저녁 텔레비전을 통해 우연히 보게 된 지진 시뮬레이션은 무척이나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아스팔트 도로가 갈라지고 차들이 휘청거렸고 건물과 고가도로가 흔들리면서 무너지는 장면. 그리고 굳이 거론하고 싶지 않지만 가스충전소나 주유소가 폭발하는 장면과 지진피해로 고통 받고 있는 현장을 거대한 지진 해일이 덮치는 모습은 상상조차 싫었다.

지난 1월 아이티 공화국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발생한 규모 7.0의 대지진은 20만명 이상의 인명피해를 유발했고 2월27일에는 칠레 서부 태평양 연안에서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해 200만명 이상의 이재민을 만들었다.

이제 국민들은 과연 한반도는 안전할까하는 것을 궁금해 하고 있다. 하지만 설 연휴 직후 북한의 두만강 유역과 중국, 러시아 접경지대에서 진도 6.7의 강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그 해답이었던 것 같다.

북한 국경에서 불과 21km 떨어진 곳의 지하 562km가 진원으로, 진원이 지표면에서 아주 깊이 위치해 있는 관계로 인명피해나 재산피해가 없었다는 점이 정말로 다행스럽기까지 하다.

중요한 것은 북한 국경에 근접한 지역에서 발생한 이번 강진으로 인해 한반도 역시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한번 입증됐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번에 강진이 발생한 이 일대에서는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2년에 한번 꼴로 발생해오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에서도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실제로도 한반도에서 지진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예컨대 1980년대에 발생한 총 지진 횟수는 남한과 북한을 합쳐 157회였지만 1990년대에는 259회, 2000년대는 436회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지난 한 해에만도 총 60여회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기상청이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래 31년 만에 지진 발생 횟수가 가장 많은 수치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새해가 시작한 지 얼마되지도 않은 불과 한 달 반 사이에만도 벌써 8번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런데 문제는 한반도에서의 지진의 경우 남한이 북한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특히 지진 총 횟수와 강진 횟수 모두에서 남한이 북한보다 훨씬 더 많았던 것이다.

1978년 이후 총 5차례 발생한 규모 5 이상의 지진 가운데 4회(80%)가 남한에서 발생했고 규모 4 이상~5 미만의 지진(총 33회)도 남한이 28회(8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1978년 이후 전체 발생 횟수 역시 남한 199회(71%), 북한 80회 등 총 279회로 나타났다.

더욱이 2000년 이후만 보더라도 2003년 3월23일 규모 4.9(전남 홍도 북서쪽 50km 해역), 같은 해 3월30일 규모 5.0(인천 백령도 서남서쪽 80km), 2004년 5월29일 규모 5.2(경북 울진 동쪽 80km), 2007년 1월20일 규모 4.8(강원도 평창, 도암면과 진부면 경계지역) 그리고 2010년 2월18일 두만강 유역에서 규모 6.7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두만강 지진을 제외하면 2000년대 이후 대규모 지진은 모두 남한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지진 자체에 기인하는 1차 재해와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2차 재해로 나뉘는데 오늘날 지진 피해 대책의 특징은 1차 피해의 경감 및 2차 피해의 억지에 역점을 두고 있다.

대지진이 발생하면 가옥이 파괴되고 손상될 뿐만 아니라 지표면에는 균열이 생긴다. 또 산사태 등도 발생해 큰 피해를 가져온다. 특히 오늘날 우리들에게 두려움을 가져오는 것은 지진에 따라 일어나는 화재, 수도, 전기, 가스, 통신망 파괴, 생활물자의 유통망 파괴 등으로 인한 생활위기 등이다.

산업단지, 반도체 공장, 주유소, 가스충전소는 물론이고 공항, 전력공사 등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2차 피해요소의 지진피해 대책을 점검하고 방재도시를 만드는 등 위기관리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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